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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스마트워치로 출석체크, 6과목 합격 땐 조기귀가…캠퍼스 같은 첨단 예비군 훈련장

"선배님! 훈련에 집중해주셔야 하지 말입니다. 선배님! 선배님! …"
예비군 훈련장에서 의례적으로 들리던 훈련 조교의 이런 잔소리는 옛 추억이 됐다. 

예비군 6년차 고석현 기자 체험기
남양주 금곡예비군훈련장 8시간 훈련

훈련장서는 스마트워치로 신분확인
‘총 못 쏘면 재훈련’은 불변의 법칙

점심 메뉴 겉은 화려한데 맛은 역시나
스마트 훈련장 전국 44곳으로 확대추진

요즘 예비군 현장에선 전혀 다른 주문이 들린다.
“스마트워치 태그하시고 동영상 시청하시면 됩니다. 조별로 자유롭게 훈련에 임하십시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에 위치한 금곡예비군훈련장(이하 금곡훈련장)의 실제 풍경이다.
'스마트 예비군 훈련 관리체계'에 따른 새 훈련 방식이다. 전국 260여개 예비군 훈련장 중에서 이 시스템을 전면도입한 훈련장은 이 부대가 유일하다.
현역시절 36사단에서 근무한 기자(27)는 올해가 예비군 훈련 6년차이자 마지막해인데 이런 최첨단 예비군 훈련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선배 예비역들'이 들으면 격세지감이 들듯해 기자의 8시간 훈련 체험기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경의중앙선 도농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30분 정도 지나자 예비군훈련장이 나타났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15도쯤 비뚤어지게 모자를 쓴 전형적 ‘예비군 아저씨’들이 줄줄이 버스에서 내렸다.  
남양주에 위치한 금곡훈련장. 2015년부터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추진했다. [사진 구글로드뷰]

남양주에 위치한 금곡훈련장. 2015년부터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추진했다. [사진 구글로드뷰]

입소를 위해 ‘오와 열(가로·세로 줄세우기 할 때 쓰는 군대식 표현)’을 맞춰 교관 앞에 섰다. “군복이 작거나 고무링·전투모 등이 없는 예비군은 좌측 대여소에서 복장을 갖추십시오.” 
금곡훈련장에선 복장이 갖춰지지 않은 예비군에게 간단한 신분확인을 받은 뒤 군복·군화 등을 대여해준다. 군복이 없는 예비군도 사전 신청하면 빌릴 수 있다. 복장검사가 끝난 다음엔 공항에서나 볼법한 열화상 카메라로 입소 예비군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었다. 
금곡훈련장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훈련에 입소하는 예비군들의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금곡훈련장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훈련에 입소하는 예비군들의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신분검사소는 주민센터 같았다. 
"선배님 신분증 주십시오." 운전면허증을 스캔하자 모니터에 받아야 할 훈련종류와 시간이 떴다. 본인확인과 중식 의사를 물은 다음, 휴대전화를 맡기고 명찰과 전자시계를 받았다. 이름 대신 ‘51조 7번 예비군’이 됐다. 입소절차를 마치고 51조 조원 10명과 인사를 했다. 이후 강당에서 훈련방법을 안내했다. 조를 이뤄 과제를 수행하는 이른바 '팀플'(팀플레이) 형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전자시계의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봤다. 
"고석현 예비군!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앞에 있던 교관이 이름을 부르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무 문제 없는데요?”
“시계의 SOS버튼을 눌러서 물어본 겁니다. 응급상황 때만 누르세요.”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낯이 붉어졌다. 
NFC 기능이 내장 된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훈련 중 출석체크는 물론 식권을 대신하기도 한다. [사진 국방부]

NFC 기능이 내장 된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훈련 중 출석체크는 물론 식권을 대신하기도 한다. [사진 국방부]

이 시계는 단순한 전자시계가 아니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내장돼 출석체크 기능을 하고 식권 역할도 했다. 시계 오른쪽 큼지막한 SOS 버튼을 누르면 지휘통제실에 전달된다. 
5년차 예비군 김모씨(서울 상봉동)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훈련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1년 만에 훈련장이 많이 바뀌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시가지 교전 훈련 먼저 받을까요?” 어색함을 깬 건 분대장역할을 맡은 1번 예비군이었다. 그의 손엔 A4용지 크기의 ‘훈련장안내 지도’가 들려있었다. 이 지도엔 이수해야 할 훈련 목록과 위치도가 그려져 있다. 
 
“스마트워치 태그하시고 동영상을 시청하시면 됩니다.” 교관이 말했다. 영화관 무인티켓판매기처럼 생긴 기기에 스마트워치를 대자 훈련 목표와 합격기준 등 ‘동영상 강의’가 이어졌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같던 교관의 일장연설과 숙련된 조교의 시범은 요즘 볼 수 없다. 대신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과 화려한 효과음을 내는 영상으로 대체됐다.
영화관 무인티켓판매기처럼 생긴 기기에 스마트워치를 태그하자 ‘동영상 강의’가 이어졌다. [사진 국방부]

영화관 무인티켓판매기처럼 생긴 기기에 스마트워치를 태그하자 ‘동영상 강의’가 이어졌다. [사진 국방부]

훈련장에 들어서기 전 방탄조끼모양의 웨어러블센서와 방탄모·M16전자총을 받았다. 단층 건물이 늘어선 훈련장 길 중간중간엔 장애물이 있었다. 서울 시내까진 아니더라도 시골 읍내를 옮겨놓은 듯 했다. 훈련은 팀 대항전으로 진행됐다. 상대팀 부상 땐 +5점, 사망 땐 +10점, 상대팀 깃발을 뺏으면 추가점수를 부여한다.
웨어러블센서와 전자총. 총은 조끼의 센서와 연동돼 있어 총을 맞으면 진동이 울린다. [사진 국방홍보원]

웨어러블센서와 전자총. 총은 조끼의 센서와 연동돼 있어 총을 맞으면 진동이 울린다. [사진 국방홍보원]

우리 조는 청팀. 스피커에서 호각소리가 울렸다.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치열한(?) 전투가 3분가량 펼쳐졌다. 호기롭게 깃발을 뽑으러 적진에 침투했지만 적의 총 두발을 맞았다. 등에서 연신 진동이 느껴졌다. 암밴드 스크린을 보니 ‘사망’이라고 표시됐다. 총 한발 못 쏴보고 장렬히(!) 전사했다. 결과는 청팀 패. 결국 시가지 교전 훈련을 재수강해야 했다. 방식이 대학 캠퍼스와 다를 게 없었다. 
시골 읍내를 옮겨놓은 듯 한 시가지교전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 [사진 국방홍보원]

시골 읍내를 옮겨놓은 듯 한 시가지교전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 [사진 국방홍보원]

교관은 훈련 결과를 태블릿PC에 부지런히 기록했다. 이 태블릿PC는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와 연동돼 훈련결과, 조별 진행 상황 등을 정확히 체크할 수 있다.
 
소총(개인화기) 훈련을 위해 이동한 사격장은 실내사격장이었다. 사로(사격을 위한 통로)에 들어서니 거치대에 쇠사슬로 고정된 M16소총이 눈에 띄었다. 사로 사이엔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2015년 발생한 ‘서초구 예비군훈련장 총기난사사고’ 이후 생긴 안전대책인 듯 했다. 조교는 방탄헬멧과 헤드폰처럼 생긴 소음차폐기를 나눠줬다. 
실내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이 진행된다. 사격이 끝나면 표적지가 자동으로 전달된다. [사진 국방홍보원]

실내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이 진행된다. 사격이 끝나면 표적지가 자동으로 전달된다. [사진 국방홍보원]

“사격실시” 방송이 나오자 ‘후두두두두’ 총소리가 들렸다. "현역 시절 내 사격 실력이 설마 녹이야 슬었을까"라고 다소 허세 섞인 생각을 하면서 방아쇠를 다섯 번 당겼다. 몇 분 지나자 “사격종료” “표적지 확인” 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표적지 회수를 위해 사로에 발을 내디디려 하자 조교가 “선배님” 하고 불러 세웠다. 그 순간 표적지가 스르르르 눈앞으로 다가왔다.   
조교의 친절한 안내가 이어졌다. “지름 5cm 안에 3발 이상 맞추면 합격입니다. 표적지에 사인한 다음 밖에서 합격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불합격자는 4시부터 재교육을 실시합니다.” 
 
"51조 7번 예비군. 4발. 합격입니다." 
"와우!" 속으로 안도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예비군 훈련에선 사격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오늘 조기 퇴소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적을 향해 전자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는 제법 실감났다. [사진 국방홍보원]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적을 향해 전자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는 제법 실감났다. [사진 국방홍보원]

다음 훈련은 스크린 앞에 총이 10구씩 정렬돼 있는 영상모의훈련장(스크린사격장)에서 이뤄졌다. 전선이 연결돼 있는 M16전자총을 들고 엎드려쏴 자세를 취했다. 도심 풍경이 담긴 스크린에선 빨간 복장의 적군이 출현했다. 옥상에서, 기둥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을 맞은 적은 화면에서 사라졌고 가끔씩 효과음이 들리기도 했다. 두더지잡기 게임 같았다. 소리는 제법 실감났다. 약하게나마 반동도 느껴졌다. 다만 총 아래에 전선이 연결돼 있어 총구를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진 않았다. 
 
예비군 윤모씨는(서울 성수동) “작년엔 다른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이런 게임같은 예비군훈련은 처음”이라며 “총 쏘는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데 이런 훈련이라면 매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수도방위사령부와 서울시는 협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훈련이 없는 주말과 휴일에 별도의 신청을 받아 훈련장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낮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점심시간. 식당 입구에서 스마트워치를 태그하자 모니터에 ‘고석현 – 중식대상자’라고 떴다. 중식여부는 입소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식당의 풍경은 군대시절과 다를 바 없었지만, 취사병 대신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배식원들이 식판에 음식을 나눠줬다. ‘외주 업체에 의해 운영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메뉴는 육개장·스테이크·샐러드·사과주스 등이었다. 반찬은 다양해졌고, 비주얼도 그럴 듯 했다. 하지만 국물을 한 술 뜨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짬밥은 역시나….’ 단체급식의 한계로 보였다. 영내 매점 이용도 가능하지만, 기대했던 PX는 아니었다. 물론 면세도 아니다.
 
고석현 기자

고석현 기자

우리 조는 정해진 여섯 가지 훈련을 비교적 빨리 이수해 4시 좀 넘은 시각, ‘조기 퇴소’의 행운을 얻었다.  
 
신분검사소로 돌아와 스마트워치를 태그하자 모니터에 이름이 표시됐다. “선배님 훈련 이수와 교통비 수령 확인을 위해 사인 해주십시오.” 
신용카드 단말기같이 생긴 곳에 사인을 두어 번 하자 조교는 현금 7000원을 내밀었다. 중식비 6000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교통비는 지난해보다 1000원 인상됐다. 
국방부는 지난 8일 발표한 ‘2018년 국방예산 요구안’에서 훈련 실비보상에 대해 현재 교통비 7000원, 식비 6000원인데 이를 각각 1만1000원과 7000원으로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곡훈련장의 스마트 예비군 훈련은 2016년 하반기 시험운영을 거쳐 올해 정식으로 시행됐다. 
부대 관계자는 “2013년 금곡훈련장이 예비군 훈련 전담부대로 바뀌며 전국 최초로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도입했다”며 “훈련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해 예비군의 호응도 좋고, 훈련관리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금곡훈련장은 스마트 체계 구축을 위해 7억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웨어러블장비 등을 구입했다고 한다. 
군은 앞으로 이 같은 첨단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을 2024년까지 전국 4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남양주=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여군이 전역하면 예비군훈련 가나요? 정답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예비군 잡학사전
제대 여군은 퇴역 … 훈련 의무 없어
 
예비군 홈페이지와 온라인 질문답변 사례로 나오는 궁금증들을 문답 형식으로 모아봤다.
 
Q. 예비군 훈련은 몇 년 동안 받나요?
- 흔히 “나 전역했어”라고 합니다. 여기서 ‘전역’은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 병사로 전역한 경우 8년간 예비역 신분이 유지되는데 전역한 해엔 예비군 0년차로 별도의 훈련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동원지정된 경우 2박3일 입소훈련을 받고, 동원지정이 되지 않은 경우엔 연 36시간(동미참 8시간×연속3일, 향방작계 6시간×2회)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공군 전역자는 2박3일 입소훈련). 5년·6년차의 경우 동원지정 땐 연 18시간, 미지정은 20시간 훈련을 받습니다. 다만 대학생 등 특수신분의 경우 훈련시간이 단축됩니다.
 
Q. 여군으로 복무하다 제대해도 예비군훈련을 받아야 하나요?
- 병역 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의 경우 본인이 희망할 때 일정 시험과 절차를 거쳐 부사관·장교 등 직업군인으로 복무가 가능합니다. 군인은 계급별로 계급정년이라는 최대복무가능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 기간 내에 승급하지 못하면 전역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남자는 ‘예비역’으로 여군은 ‘퇴역’으로 역할이 전환되기 때문에 여군 제대자는 예비군훈련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별도의 신청을 통해 예비군에 편성될 수 있고, 이 경우 예비군훈련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Q. 훈련에 가기 싫어서 안가면 어떻게 되나요?
- 동원훈련(입영훈련)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참석하지 않으면 병역법에 따라 고발됩니다. 하지만 동미참·향방작계훈련의 경우 훈련별로 3회의 기회가 있습니다. 예비군 통지서에 ‘기본훈련’ ‘1차 보충훈련’ ‘2차 보충훈련’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기본훈련’과 ‘1차 보충훈련’을 무단으로 참석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이 없지만, ‘2차 보충훈련’을 무단 불참하는 경우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으로 고발됩니다.
 
Q. 실제 거주지가 주민등록의 거주지와 달라 훈련을 받기 어려우면 어떻게 하나요?
- 예비군이 장기출장·여행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을 경우 ‘전국단위 훈련’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서울에 사는 예비군이 업무 차 강원도에 출장 중이라면 강원도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훈련을 실시하는 부대가 훈련일 기준 1개월 전까지 계획을 예비군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있으며 타 지역에서 훈련을 받으려는 예비군은 홈페이지(http://yebigun1.mil.kr/)에서 직접 신청한 후 입소하면 됩니다. 이밖에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휴일예비군 훈련’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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