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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열정페이' 강요 현장실습의 진짜 문제는 교육부

대학 현장실습 열정페이를 지적한 본지 기사에 달린 댓글들. [페이스북 캡처]

대학 현장실습 열정페이를 지적한 본지 기사에 달린 댓글들. [페이스북 캡처]

“원래 현장실습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거였나요?”
 

'열정페이' 현장실습 지적하는 기사에 댓글 1900개
"내 얘기""원래 돈 받는거냐" 등 공감 내용 대부분

재정지원에서 실습생 비율만 따지는 정부 책임 커
실습현장 실태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방안 찾아야

 수도권의 한 전문대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현장실습비를 얼마나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한달간 ‘기업 실무’ 3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한 기업에 나가 일을 했다. 식사만 제공받고 실습비는 따로 없었지만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정시에 출퇴근했다.
 
 그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학점을 따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습 경험이 진로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힘들게 일하는 실습생들도 있다던데 나는 거의 멍하니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잡일을 시키는 것 말고는 방치됐다”고 전했다.
 
 대학 현장실습생 대부분이 실습 지원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본지 기사(대학 현장실습 10명 중 8명 한 푼도 못받았다...'열정페이' 논란)에 "바로 내 얘기"라는 대학생들의 댓글이 1900개 가까이 달렸다. 현장실습을 경험해 본 학생들에겐 '열정 페이'가 일상적인 일이라는 방증이다.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실습생에게 실습 지원비를 주는 게 원칙이다. 또 실습생 중에는 월 100만원 이상의 실습비를 받고 두세달 동안 기업에서 일한 뒤 취업까지 연결되는 ‘우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힘들게 일하거나, 경력에는 도움안되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실습비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및 전문대 실습생 14만8937명 중 76%인 11만3180명이 실습비를 한 푼도 못받았다. 
한 대학의 현장실습 지원비 미지급 동의서. 돈을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현장실습을 받을 수 있다.

한 대학의 현장실습 지원비 미지급 동의서. 돈을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현장실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기업도 할말이 많았다. 경기도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4주 실습생은 일을 가르치다가 실습 기간이 끝나는데 기업이 어떻게 돈을 주느냐. 차라리 단기 계약직을 뽑겠다”고 했다. 
 
 학생들을 '열정페이'로 내모는 대학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실습생 숫자를 빨리 늘리기 위해서다. 바로 교육부ㆍ고용부 등의 재정 지원 사업에서 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재학생 중 현장실습생 비율을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은 실습생 처우는 상관없이 숫자 늘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보니 결국 문제의 핵심은 교육부 등 정부부처였다. 재정지원 사업 등의 평가 지표에 단순 실습생 숫자만 넣는 식이다 보니 학생들만 실습비 한푼 못받고 현장에 내몰리는 셈이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심각성을 인식못하는 눈치다.
 
 지난 3월 현장실습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지만 엉뚱하게도 ‘실습비를 대학과 산업체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높인다’는 내용을 넣었다. 돈을 안줘도 되는 근거를 오히려 마련해 준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현장실습 개선안 보도자료 내용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현장실습 개선안 보도자료 내용

 그러면서 당시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실습이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면 열정 페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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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이제라도 현장실습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합리한 평가 지표는 없는 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가뜩이나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실습 현장에서 마저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불합리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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