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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물부족 극심해 주민들끼리 물다툼 하다 '이웃사촌 정'에 균열

지난 19일 오후 육군 55사단이 인근 시추대대와 협조하여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개발 중인 관정에서 물줄기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육군 55사단이 인근 시추대대와 협조하여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개발 중인 관정에서 물줄기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 속에 지하수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25일 충남 서산시와 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서산시내에 있는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 해미면 관유리 일부 주민이 찾아와 물을 돌려놓으라며 항의했다.  

충남 서산 해미면 주민들 대형 관정 개발에 기존 관정 말랐다며 농어촌공사 항의
서산 인지면서는 주민 항의에 관정 개발포기, 충북 옥천군 주민도 관정개발 반대
강원 춘천서는 마을 공동 집수정 물을 몰래 농사용 사용하자 주민간 다툼
춘천시 "가뭄으로 지자체가 주민간 갈등 중재까지 하는 처지"라며 하소연

농어촌공사에서 가뭄대책의 하나로 얼마 전 동네 어귀에 하루 500t 사용 가능한 규모의 대형 관정을 뚫으면서 주민들이 쓰던 소형 관정이 말라버렸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대형 관정개발로 농사용이나 식수로 쓰는 물이 끊겼으니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3일 충남 논산 탑정호가 바닥을 드러낸 채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탑정호 바닥에 대형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들이 폐사해 있다.[중앙 포토]

지난 23일 충남 논산 탑정호가 바닥을 드러낸 채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탑정호 바닥에 대형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들이 폐사해 있다.[중앙 포토]

 
농어촌공사는 일단 새로 판 관정에서 나오는 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관정 개발에 앞서 주민회의 등을 거쳐 굴착장소를 선정하는데 인근 지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하수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서 관리하는 이 지역 대형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10%대 초반이다. 사실상 용수공급 기능을 거의 상실해 관정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에는 서산시가 인지면에서 저수지에 대형 관정개발을 통해 물을 채우려 했으나 주민들이 “지역 관정이 말라버린다”며 반대해 관정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서산시 성연면 한 마을에서는 관정 굴착 장소 선정 문제로 주민과 갈등을 빚던 이장이 그만둔 일도 있었다. 이문구 서산시 인지면장은 “가뭄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물 문제로 예민해진 상태”라며 “근본적인 가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산시는 24억6000만원을 들여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형 관정 150공과 중·대형 관정 19공을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관정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에서도 옥천군이 대형 관정 개발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옥천군은 가뭄이 심한 청성면 조천리와 이원면 개신·평계리, 동이면 석탄리, 군서면 하동리에 7월초까지 대형관정 5개를 뚫을 예정이다. 하지만 가뭄이 심한 청성면 도곡리 주민들은 관정개발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마을 주재인(68) 이장은 “농업용수와 식수를 지하 관정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관정을 더 뚫게 되면 식수마저 말라버릴 수 있다”며 “개인이 파는 관정은 막을 수 없지만 군에서 하는 대형 관정은 더 개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동문리 한 감자밭이 가뭄으로 인해 잎과 줄기가 누렇게 타들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 동문리 한 감자밭이 가뭄으로 인해 잎과 줄기가 누렇게 타들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마을은 다른 지역보다 지대가 높아 인근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쓸 수 없는 지역이다. 해마다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업용 대형관정 6개를 이미 뚫었다. 주 이장은 “가뭄이 워낙 심각해 이미 개설된 농업용 관정 6개 중 2개는 아예 물이 나오지 않고 나머지 관정도 ‘꿀꺽 꿀꺽’ 소리만 낼 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지난주 살수차로 물을 공급했지만 마을 인근 논 13만2000㎡(4만평)에 물을 대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정을 뚫는 업체도 곤란한 상황이다. 배만준(45) 거산지하수 대표는 최근 충북 청주ㆍ괴산 지역 농가들의 요청으로 소규모 관정을 뚫으러 갔다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배 대표는 “이미 개발한 관정 옆에 신규 관정을 뚫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현장에 가보니 농가들이 장비 진입을 막고 서 있었다”며 “한 동네 주민들이 지하수 확보를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수도가 없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는 물 확보 문제로 이웃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마을에서는 최근 물 문제로 주민들 간의 다툼이 잦아졌다.
이 마을은 60가구 주민은 30t 용량의 집수정에 물을 담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하지만 가뭄으로 집수정에 물을 대는 샘물의 양이 크게 줄면서 생활용수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여기에 일부 주민이 밭작물이 말라죽는다며 새벽 시간 몰래 집수정 물을 농사에 활용하면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춘천시는 이 마을에 매일 5~15t의 물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 이모(62)씨는 “먹는 물조차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이 밭에 몰래 물을 줘 한동안 다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춘천시 서면의 또 다른 마을도 물 부족으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잦은 곳이다. 이 마을이 역시 60여 가구가 하천의 물을 50t과 30t 크기의 집수정에 담아 생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하수 관정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곳으로 가뭄 때면 물 확보 전쟁이 빈번한 곳이다. 이곳 역시 일부 주민들이 농작물에 물을 주면서 주민들 간의 다툼이 반복되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가뭄때문에 지자체가 주민간 갈등 중재까지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서산·옥천·춘천=김방현·최종권·박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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