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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집총 거부’ 논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자

유길용 사회2부 기자

유길용 사회2부 기자

1990년대 초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93년 폐지된 고교군사훈련을 받은 마지막 세대다. 모형 총으로 제식훈련과 총검술을 하던 교련 시간에 같은 반 친구 A는 매번 ‘열외’를 자처했다. 우리가 ‘전쟁 연습’을 하는 동안 A는 교정 청소를 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집총(執銃)을 거부했다. 그 대신 ‘환경정화 의무’를 받아들였다. A는 학교 안에서 약간의 따돌림을 받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했다. 그 덕에 학교 화단과 화장실은 늘 깨끗했다. 일종의 ‘대체복무’였다.
 
졸업 후 소식이 끊긴 그가 군 복무를 마쳤는지는 알 수 없다. 병역 면제를 받지 않았다면 A는 전과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집총을 피할 방법은 병역 면제뿐이다. 사회복무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등의 대체복무도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은 받아야 한다. 신체에 문제가 없다면 1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 게 본인의 신념을 지키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종교와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게 현실이다.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 상황, 국방의 의무와의 형평성 등 또 다른 고민은 선뜻 양심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법원은 갈등 해결의 한복판에서 기계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하급심에서 집총 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신모(22)씨는 1심 무죄, 2심 유죄를 거쳐 다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병역법에 대한 두 차례 합헌 결정은 확고하다.
 
만약 무죄가 나왔다면 법의 형평성이 무너져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수십 년간 이 문제를 다룬 방식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법원도 사회적 해법을 요청하고 있다.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은 “모든 국민이 자기 자리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유죄를 선고한 2심 법원은 “병역 거부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권”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하고, 국회에도 병역법 개정안이 제출돼 논의의 장은 마련된 상태다. 헌법재판소에도 세 번째 병역법 위헌 소송이 계류 중이다. 입법·사법·행정이 모두 고민하고 있다면 이제는 성숙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판사들을 양심의 시험대에 올리는 악순환을 이제 끝내자.
 
유길용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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