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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1000만시대] 종량제봉투에 버려졌다 극적으로 살아난 반려견...'존중'없는 동물의 최후

환경미화원 박성기(58)씨는 하루 한 번 이상 동물 사체를 치운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야산 등지의 유기견 변사체 등을 마주치게 된다.

서울 서초구의 환경미화원이 23일 서초구 환경미화원 휴게소의 냉장고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꺼내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 서초구의 환경미화원이 23일 서초구 환경미화원 휴게소의 냉장고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꺼내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 서초구의 환경미화원이 23일 서초구 환경미회원 휴게소의 냉장고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꺼내고 있다. 최정동 기자
 

반려동물 사체, '폐기물'로 간주돼
의료용 및 생활 폐기물과 함께 소각
한해 죽는 반려동물 15만 마리
장묘 시설에서 화장되는 동물은 3만 마리

매일 반복되는 일이어서 이젠 박씨에게 하나의 의식이 됐다. 신문지를 깐 박스에 사체를 담아 옮긴 뒤 구청 내 환경미화원 휴게실에 마련된 냉동고에 보관한다. 
 
원래 김치냉장고로 쓰이던 이 냉동고에는 20여 구의 동물 사체를 넣을 수 있다. 냉동고가 가득 찰 때면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와서 사체를 황색 의료용 폐기봉투에 담아간다. 
 
사체들은 소각장에서 화장 처리된다. 3~4주에 한 번 꼴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휴게실 옆에 동물 사체가 쌓여있다는 게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동물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경험상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엔 동물 사체가 다른 계절보다 두 배 가까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연간 15만 마리 숨지지만 장례는 3만 마리 뿐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에 돌입했지만, 동물의 죽음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한해 죽음을 맞는 반려동물은 15만 마리 정도다. 하루 평균 410 마리가 숨을 거둔다. 
 
이 중 농림부에 정식 등록된 장묘업체에서 화장되는 동물 수는 3만1000~3만3000여 마리 뿐이다. 나머지 12만여 마리는 생활 혹은 의료 ‘폐기물’로 분류돼 민간 소각장에서 화장되거나 야산ㆍ길거리 등에 버려진다. 
 
농림부 관계자는 “인근 야산 등에 불법 투기되는 동물의 사체가 다수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버려지는지 쫓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사체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사체를 처리할 장례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 숫자는 전국을 통틀어 24곳(1곳은 영업중단) 뿐이다. 
 
장묘업체 수도 적지만, 사체 당 18만~25만원을 호가하는 처리 비용도 반려동물 주인들에겐 부담이다. 장묘업체 수를 늘려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녹록치 않다. 동물 장묘시설은 건립 허가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가 혐오시설이란 인식 탓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실제 경상남도 창원시는 지난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공공 동물 장묘시설 조성을 추진했다가 이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기존의 폐쇄된 화장터 등을 개조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발표 직후부터 주민들의 강렬한 저항에 부닥친 탓이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동물에게 장례식장을 지어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희망이
지난 4월 부천의 한 전봇대 앞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긴채 발견된 희망이. [사진 동물권단체 케어]

지난 4월 부천의 한 전봇대 앞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긴채 발견된 희망이. [사진 동물권단체 케어]

일부 반려동물 주인들의 비뚤어진 인식도 문제다.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의 한 전봇대 앞에는 초록색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강아지 ‘희망이’가 이웃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하얀색 털을 가진 스피츠 종인 희망이는 다리와 갈비뼈가 심하게 부러진 상태였다. 흰색 털은 군데군데 굳어진 갈색 피로 얼룩졌다. 희망이의 다리 사이에서는 배변 패드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에 붙잡힌 희망이 주인 A씨(27ㆍ여)는 “병에 걸려 죽을 것 같아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희망이는 동물보호단체에 인계돼 목숨을 건졌다.
 
현행 폐기물관리법도 반려동물 사체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사체는 다른 생활 쓰레기처럼 ‘물건’으로 간주돼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규정돼 있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과 함께 소각되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이 역시 15만~20만원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체가 의료폐기물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반려동물 주인들의 거부감도 큰 편이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도 사체 화장 비용이 부담스러워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곳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사체의 법률상 지위는
 
폐기물관리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물건’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동물의 사체를 인근 야산 등에 묻거나, 버릴 경우 그 유형에 따라 처벌 수준이 달라진다.
 
한 예로 동물의 사체를 야산 같은 공공 지역에 매립하다 적발되면 생활 쓰레기 무단 매립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과태료 70만원)을 받는다.
 
매립하지 않고 그냥 버리면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과 같은 수준인 5만원,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우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사체를 내 집 앞마당에 매장한 경우에도 무단 매립이다. 하지만 과태료를 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시 도시청결팀 관계자는 25일 “관행상 생활 쓰레기를 사유지인 내 집 앞마당에 버렸다고 적발하는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물 사체를 집 앞마당에 버렸다고 해서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법규의 허점이 여전하지만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화장장ㆍ납골당 등의 시설을 갖춘 동물장묘시설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와 같이 사체를 화장하고 유골함도 안치시킬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경기 10곳, 충북 3곳 등 전국에 총 24곳(경기도의 한 곳은 폐업)이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설립 기준과 주민들의 혐오시설 기피 현상으로 불법 사설 장묘업체도 늘고 있다. 장묘업체에 맡길 경우 사체 한 구당 적게는 20만원, 대형동물일 경우 보통 40만~50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 여기에 동물용 수의·기념비·관 등의 옵션을 추가하면 100만원 이상 들 수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광주시의 반려동물 장묘시설에서 장례지도사가 반려동물 유골함을 안치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입관과 화장 등의 사람과 비슷한 절차로 장례를 치르는 반려동물 전문 장묘업체다. 김현동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광주시의 반려동물 장묘시설에서 장례지도사가 반려동물 유골함을 안치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입관과 화장 등의 사람과 비슷한 절차로 장례를 치르는 반려동물 전문 장묘업체다. 김현동 기자

 
장묘 비용이 부담스러운 반려동물 주인들이 현실적으로 많이 찾는 방식은 동물병원에 사체 처리를 맡기는 것이다. 동물병원에 수거된 동물의 사체는 의료 폐기물로 분류된다. 병원에 있는 냉동고에 임시 보관돼 있다가 소각장에서 화장 처리된다. 처리 비용은 ㎏당 5000~1만원 선이지만 각 병원은 소독 및 보관 비용 등의 명목으로 마리당 10만~25만원을 받는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솜이나 주사기 등 다른 의료용 폐기물과 함께 소각되는 곳도 있어 동물병원에 사체처리를 맡기기 꺼리는 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견 등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소에서 자연ㆍ안락사한 동물도 소각장에서 화장처리된다. 지난해 서울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된 개체수는 3770 마리(안락사 2330 마리, 자연사 1440마리)에 이른다.
 
 
동물보호단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동물용 공영 장묘시설을 건립해 반려동물 주인들의 비용 부담을 낮춰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 역시 반려동물 사체 처리의 책임을 공공부문이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까다로운 장묘시설 건립 허가 기준과 주민의 반대 등이 고민거리다. “사람을 위한 시설도 부족한데 동물 장묘시설 건립에 동의할 수 없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는 동물 장묘시설 건립 문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 시민 의견을 직접 묻는 온라인ㆍ길거리 투표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다음달 8일 ‘함께 서울 정책박람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시민의 토론과 투표료 결정된 내용을 시정에 적극 반영하여 동물장묘시설 건립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서울시 '공영 동물 장묘시설' 운영 관련 찬반투표 실시 계획
▶온라인 사전 투표
-이달 30일까지 wwww.democracyseoul.org에 접속하면 토론과 투표에 참여 가능
 
▶서울시내 거리투표
-다음달 3일부터 7일까지 서울로 7017과 서울광장에서 투표 가능
 
▶서울광장 현장투표 
-다음달 8일 서울광장에서 현장투표 실시
-25일까지 신청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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