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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1000만시대] “네 덕분에 행복했어” … 온가족이 함께 한 반려견 ‘신비’의 장례식

김안나씨가 24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한 반려동물 장묘업체에서 7년간 기르던 닥스훈트 ‘신비’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천주교 신자인 김씨 가족은 제단에 십자가를 놓았다. 김현동 기자

김안나씨가 24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한 반려동물 장묘업체에서 7년간 기르던 닥스훈트 ‘신비’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천주교 신자인 김씨 가족은 제단에 십자가를 놓았다. 김현동 기자

 
24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의 한 반려동물 장묘업체. 김안나(37)씨가 품에 꼭 안고 있던 닥스훈트 ‘신비’의 사체를 장례지도사에게 건넸다. 장례지도사는 1층 염습실에서 신비의 몸을 알코올을 적신 탈지면으로 닦아냈다. 이어 신비에게 수의를 입히고 나무관에 넣었다. 관에 담긴 신비는 염습실 옆 추모실로 옮겨졌다. 

염습한 뒤 수의입고 관에 옮겨진 반려견
가족 추모식 뒤에 화장하고 유골로 남아
“비용 부담스럽지만 주인의 도리라 생각”
미국은 반려동물 공동묘지 600여곳 갖춰
일본은 화장시설 갖춘 차가 이동형 서비스
“반려동물의 웰 다잉, 공공부문이 관리해야”

 
김씨와 언니 김베네(39)씨, 어머니 정영혜(61)씨는 차례로 신비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우리 예쁜 신비야, 네 덕분에 행복했어. 저 세상에선 아프지마. 고마웠고, 사랑해.” 
세 사람은 차례로 신비 앞에 국화꽃 몇 송이를 놓았다. 
김안나씨와 김베네씨(앞쪽부터)가 24일 신비를 쓰다듬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안나씨와 김베네씨(앞쪽부터)가 24일 신비를 쓰다듬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현동 기자

 
신비의 관 안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이고 있다. 제단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 신비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김현동 기자

신비의 관 안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이고 있다. 제단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 신비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김현동 기자

신비가 추모실 옆 화장로(火葬爐)에 들어가자 김씨 자매는 오열했다. 김씨 가족은 7년 전 유기견보호소에서 입양해 온 신비를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하던 신비는 지난주 15일 척수연화증 진단을 받은 후 23일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을 끝낸 신비의 사체가 화장로에 들어가고 있다. 이 업체는 반려동물 한 마리가 화장로에 들어간 뒤에야 다른 이용객을 받았다. 다른 동물의 유골과 섞일 것을 걱정하는 이용객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김현동 기자

장례식을 끝낸 신비의 사체가 화장로에 들어가고 있다. 이 업체는 반려동물 한 마리가 화장로에 들어간 뒤에야 다른 이용객을 받았다. 다른 동물의 유골과 섞일 것을 걱정하는 이용객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김현동 기자

이 장묘업체 건물 5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세 사람은 신비가 화장로로 들어간 한 시간 여 뒤 신비의 유골함을 받아들었다. 
유골은 200여 개의 기념석으로 만들어졌다. 기념석은 유골을 고온으로 용융해 만든 인공사리를 말한다.  
 
화장한 후 남은 신비의 유골은 고온 처리돼 기념석으로 만들어졌다. [사진 김안나씨] 

화장한 후 남은 신비의 유골은 고온 처리돼 기념석으로 만들어졌다.[사진 김안나씨]

세 사람에게 신비의 장례는 가족의 장례와 같았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씨 가족은 차로 한 시간 넘는 거리인 장묘업체에 오기 위해 하루 일정을 비웠다. 개인사업을 하는 안나씨는 “신비와 함께 기르던 코카스파니엘 ‘진’이가 이달 1일에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그 때도 장례를 치러줬다”며 “함께 살아온 반려견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함께 해주는 게 주인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3일 세상을 떠난 닥스훈트 ‘신비’의 생전 모습. [사진 김안나씨]

23일 세상을 떠난 닥스훈트 ‘신비’의 생전 모습. [사진 김안나씨]

 
김안나씨와 김베네씨(왼쪽부터) 자매가 각각 신비와 지난 1일 림프암으로 세상을 떠난 코카스파니엘 진이를 안고 찍은 사진. 두 사람은 자주 두 반려견과 산책을 했다. [사진 김안나씨] 

김안나씨와 김베네씨(왼쪽부터) 자매가 각각 신비와 지난 1일 림프암으로 세상을 떠난 코카스파니엘 진이를 안고 찍은 사진. 두 사람은 자주 두 반려견과 산책을 했다.[사진 김안나씨]

이 업체의 장례비용은 염습ㆍ장례식ㆍ화장ㆍ유골함 등을 포함해 평균 30만 원선이다. 수의나 관, 기념석을 더하면 비용이 더 붙는다. 이날 안나씨가 신비의 장례를 위해 쓴 비용은 약 85만원이다. 안나씨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추모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이 방법을 택했다. 신비의 노후를 대비해 외식비를 아껴가며 저축해 둔 돈을 썼다”고 말했다.
 
이 장묘업체의 납골당에 봉안된 유골함 주변엔 떠난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주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김현동 기자

이 장묘업체의 납골당에 봉안된 유골함 주변엔 떠난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주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김현동 기자

이 장묘업체 건물 3,4층에 있는 납골당에는 반려견ㆍ반려묘들의 유골함 50기가 놓여 있었다. 유골함 주변에는 인형ㆍ편지, 반려동물의 생전 사진, 반려동물이 좋아하던 사료 등이 있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권미진(가명ㆍ29)씨는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말티즈 ‘코코’를 추모하기 위해 주말마다 이곳에 온다고 했다. 그는 “21년 동안 키운 반려동물을 잃고 우울감을 느끼는 ‘펫로스(Pet Loss) 증후군’에 시달렸는데 이렇게 자주 와 보면서 위로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납골당 봉안료는 40~90만원선(2년 기준)이다. 자리에 따라 값이 다르다.  
권미진(가명)씨가 24일 21년간 기르던 코코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김현동 기자

권미진(가명)씨가 24일 21년간 기르던 코코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김현동 기자

올 2월부터 운영 중인 이 장묘업체의 이용객수는 하루 평균 5~6명. 이 업체 관계자는 “장묘업체 이용자들은 ‘내 반려동물의 유골이 다른 반려동물의 것과 섞이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있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반려동물 한 마리가 화장로에 들어가기 전까진 다른 이용객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유명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2015년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 사체를 한 번에 화장한 후 유골을 섞어 주인들에게 나눠 준 사실이 발각 돼 폐업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반려 동물들의 최후에 비하면 이런 논란은 '사치'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간단한 장례식조차 없이 주인과 이별하는 반려동물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맞지 않은 부족한 인프라는 반려동물의 '존중받지 못하는' 이별을 양산하고 있다. 적지않은 비용과 부족한 장묘업체 등에 기인한 모든 부담을 반려동물의 주인이 져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국가 또는 지자체, 공익법인 등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하츠데일 반려동물 공동묘지. 1896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반려동물 공동묘지로 반려동물 8만 마리가 매장돼 있다. [사진 하츠데일 공동묘지 홈페이지]

미국 뉴욕주에 있는 하츠데일 반려동물 공동묘지. 1896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반려동물 공동묘지로 반려동물 8만 마리가 매장돼 있다. [사진 하츠데일 공동묘지 홈페이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반려동물 장묘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약 600여 곳의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있다. 대부분 주(州)정부예산이나 비영리단체에 모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반려동물 장묘업체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상당수 장묘업체는 화장시설을 갖춘 이동형 트럭도 운영하고 있다. 이 트럭은 신청자의 집 앞까지 찾아가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해준다. 
 
일본에선 장묘업체들이 화장시설을 갖춘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이 트럭이 집 앞까지 찾아가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해준다.[사진 pet594car 홈페이지] 

일본에선 장묘업체들이 화장시설을 갖춘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이 트럭이 집 앞까지 찾아가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해준다.[사진 pet594car 홈페이지]

반려동물의 ‘웰 다잉’을 사회적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진수 건국대 동물병원장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폐기물 처리하는 법은 없애야 한다”면서 “사체가 예방접종을 안 했을 경우 전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있고, 수분이 남아 있어 위생에도 나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장묘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한 원장은 “주민들의 반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장묘업체가 서울에 있어야 장묘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장묘업체들이 화장 서비스 방식을 다양화해 가격 선택의 폭을 넓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여러 동물을 하나의 화장로에 넣고 파티션으로 분리해 화장한 후 개별 소유자에게 인계하는 방식을 도입해 이용료를 10만원 안팎으로 낮췄다”고 소개했다.
 
반려동물의 장묘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ㆍ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은 “반려동물 문화가 급성장했다. 사체 처리 문제를 공론화해 공공부문이 관련법을 재정비하고, 시설 확충이나 점검 등의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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