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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2개 크기' 네덜란드 해일 방벽을 아시나요?

 
“머리 위로 배가 다니네?”

NYT, 네덜란드 로테르담 '물 정책' 소개
물과 싸우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 고안
평소엔 운동시설, 폭우 땐 물 탱크
에펠탑 크기 2개...움직이는 해일 방벽
'기후변화' 인정 않는 트럼프 정권과 대비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선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에 네덜란드는 치수(治水) 개념이 잘 발달한 나라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전지구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네덜란드의 ‘물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면서,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이에 적응하려는 네덜란드의 ‘물 정책’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YT 기사

NYT 기사

 뉴욕타임스는 최근 ‘해수면 상승에 관한 해결책, 세계가 네덜란드를 주목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물 정책’을 소개했다. 
 
로테르담은 북해와 맞닿아 있고 라인강, 뫼즈강도 연결돼있어 언제든 범람할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는 도시다. 도시의 90%가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이라고 한다.
   
로테르담에 있는 조정경기장인 ‘엔트라그츠폴더(Eendragtspolder)’는 22에이커(약8만9000㎡) 크기로, 평소에는 자전거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곳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세계 조정 챔피언십 대회'도 열렸다. 하지만 큰 비가 내리거나 인근 라인강이 범람하면 대형 물탱크로 바뀐다.
'엔트라그츠폴더'는 평소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곳이지만 홍수가 일어나면 대형 물탱크로 이용된다. [사진=홈페이지 http://www.eendragtspolder.nl]

'엔트라그츠폴더'는 평소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곳이지만 홍수가 일어나면 대형 물탱크로 이용된다. [사진=홈페이지 http://www.eendragtspolder.nl]

 
네덜란드의 ‘물 정책’의 특징은 기후 변화를 경제의 방해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물과 싸우지 않고 물과 함께 사는 방안을 고안해낸 것이다. 평소에는 호수나 창고, 공원 등으로 사용하다가 비상시에는 저수지로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역시 처음엔 댐과 수로를 만들어 수해에 대비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홍수로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후 생각을 바꿨다. 홍수를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일으킨 것이다.
 
“마냥 제방을 높게 쌓을 수 만은 없잖습니까. 10미터짜리 벽 뒤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헤롤드 반 웨버른, 정부 자문역)
 
‘발상의 전환’은 철학이 담긴 공간 설계, 위기 관리, 교육, 공공시설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발전했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옷 입은 채로 수영할 수 있다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사진=NYT]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옷 입은 채로 수영할 수 있다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사진=NYT]

네덜란드 주민들은 GPS 기반 앱을 이용해 실시가 해수면의 높이가 얼마인지 항상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옷과 신발을 신은 채로도 수영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자격증부터 취득해야 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인 렘 쿨하스의 말대로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네덜란드인에겐 아주 기본적인 문화”인 것이다.
 
“우리에게 기후 변화는 이데올로기 그 이상”이라는 로테르담 시장 아흐메드 아부탈렙의 말은 이곳 주민들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술집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한다면 저는 백만개쯤 질문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폭우가 예상되니 각 가정마다 배를 한 척씩 마련하라'고 하면 아무도 정치적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아부탈렙 시장에 따르면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에서도 경제적, 지리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이다. 홍수가 발생하면 대피할수 있는 인원은 100명 중 고작 15명. 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움직이는 대형 해일방벽인 ‘매스란트케링(Maeslantkering)’도 1953년에 겪은 대재앙의 산물이다. 당시 한 밤 중에 발생한 태풍으로 북해가 범람해 18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대형 방벽을 만드는 ‘델타 워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매스란트케링의 파이프 구조물. [사진=NYT]

매스란트케링의 파이프 구조물. [사진=NYT]

 
‘매스란트케링’은 해일 경보가 발생하면, 에펠탑 크기의 방벽 2개가 강 안쪽으로 펼쳐지게 끔 설계돼 있다. 파이프 구조물을 물로 가득 채워 콘크리트 베드에 잠기도록 하면, 물이 통과할 수 없는 철벽이 생기는 것이다. 
 
20년전 준공 후 아직까지 실제 위기 때 사용한 적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시험 운용을 하는데 무려 2시간 반이 걸리는 이 광경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곤 한다.
 
‘매스란트케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로테르담항을 보호하는 것. 로테르담항은 철강이나 석유화학 제품 등을 실은 배가 수만척이 드나드는 곳이다. 항구에는 셸, 코흐브라더 등 5개 정유회사와 화력발전소도 있다.
 
수변공간이 주민 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다. 로테르담 다크파크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가난한 동네다. 과거 마약상과 범죄의 온상이었던 위험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제방이 건설되면서 동네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제방 위 옥상 공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NYT]

제방 위 옥상 공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NYT]

제방에는 쇼핑센터가 들어섰고, 옥상공원도 생겼다. 1㎞ 가까이 되는 이 공원에는 날씨가 좋은 날엔 일광욕을 즐기거나 원반던지기를 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몰리자 주변 집값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로테르담 재난대응팀의 와이나드 대슨은 “주민 참여가 보장될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태풍과 물 관리를 사회 복지와 연결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드론을 이용한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 수중농장 사업 등 로테르담에는 독창적 사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홍수 때 물을 담아둘 수 있도록 설계된 로테르담의 광장. [사진=NYT]

홍수 때 물을 담아둘 수 있도록 설계된 로테르담의 광장. [사진=NYT]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에서 사는 게 불안하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반 윙거든(사업가)은 이렇게 답했다.
 
“산 안드레아스 지역(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진 단층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에 사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최소한 네덜란드에선 홍수가 일어나면 신발이 젖기 전에 경보가 울리거든요”
 
뉴욕타임스는 “몇 년몇 허리케인 샌디가 발생했을 때 로어맨하튼 같은 세계적 경제 중심지가 침수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대비책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는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의 주요 어젠다로 다루고 있다. 로테르담의 기상 담당 총괄인 몰레나르는 “역사적으로 치수(治水)에 성공한 이가 토지를 지배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도 물을 관리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생존을 위한 첫번째 과제임에는 변함이 없다.  
 
윤설영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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