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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미 경제인단 민간에 맡긴다더니 “중소기업 회장 넣어라”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방미 경제인단 구성을 민간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청와대가 일일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방미 경제인단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는 발표와 달리 ‘고무줄’ 잣대를 적용했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청와대 막판 개입, 고무줄 잣대 논란
경제단체·협회 뺀다는 원칙 어겨
유죄 판결 받은 박성택은 넣고
재판 중인 롯데 허수영은 제외
전 정권서 선임 포스코·KT 회장
참여 신청했지만 탈락한 건 처음
대한상의 “이유 말하기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인 명단을 발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 52명의 재계 인사가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애초 전날 오후 경제인단 명단을 발표하려 했으나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측에서 뒤늦게 빼야 할 사람과 더할 사람을 새로 골라내면서 오후 11시가 돼서야 명단을 최종 결정했다. 같은 날 오후 잠정 명단이 시중에 유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의는 이튿날인 23일 오전 6시에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 와중에 대한상의가 청와대에 최종 승인을 요청한 명단에 포함됐던 허수영 롯데그룹 사장(화학BU장)이 명단에서 빠졌다. 롯데 측은 허 사장이 기업 인수 과정에서 세금 부정환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인 것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 단계에서 문제없이 통과됐고, 문제가 됐다면 처음부터 다른 임원을 올렸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의 경우 22일 유출 명단에는 포함됐다가 최종 발표에서 빠졌다. 재계에서는 다른 인사가 경제인단에 포함되면서 밀려났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경제단체와 협회는 제외한다는 방침에 따라 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빠졌던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종 명단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중소기업을 중요시한다는 이번 정부가 중소기업 단체장을 빼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박 회장은 단체장이 아닌 중소기업 대표 자격으로 포함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이 박 회장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대한상의 측의 변명이 무색해졌다.
 
박 회장은 또 2년 전 회장 선거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이 밝혀져 지난 4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롯데 허수영 사장의 제외 이유가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이 있다면 유죄 판결을 받은 박 회장은 당연히 빠졌어야 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사절단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심의위원회 단계에서 제외됐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논란을 거듭하다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측은 “제외된 이유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회장에 오른 두 사람에 대해 현 정부의 정치적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권 회장의 경우 지난 9일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사절단에 참석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는 한·미 통상 갈등의 한가운데 있는 대표 철강기업이기도 하다. KT도 발표 직전까지 황 회장의 사절단 명단 포함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 회장 모두 사절단 참여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막판에 넣고 뺀 청와대 … 발표 하루 늦춰져
 
대한상의가 23일 공식적으로 밝힌 경제인단 선정 기준은 ▶대미 투자·교역과 미국 사업 실적 및 사업계획,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이며 ▶협회나 단체가 아닌 기업 위주다. 또 ▶현재 탈·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고 있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참여가 제한됐다.
 
대한상의는 민간 자율로 방미 사절단을 구성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일 경제단체 등 민간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절단 참가 명단을 정하고 청와대에 최종 승인을 요청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 경제사절단 주관단체와 상의해 참가 명단을 정하고 청와대가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경제사절단 선정에 기업의 로비와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번에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사절단을 구성한다는 취지에서 심의위원회에서 정부 부처도 빠졌지만, 오히려 청와대에서 막판까지 명단을 넣고 빼는 바람에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관치가 됐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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