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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의 한류탐사] 옥탑방과 포장마차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언제부턴가 한국 드라마에서 옥탑방은 로맨스의 전략적인 장소가 되었다. 건물의 옥상에 지어진 불법 가건물인 이곳, 겨울엔 춥고 여름엔 반사열로 무더운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캔디형 여주인공이 선호하는 거주 공간이 되었다. 1인 거주가 최대 가구 형태가 되어버린 2017년의 한국 사회, 가족 드라마는 주말의 이상향으로 게토화되고, 주간 드라마 속에는 가족과 떨어져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가난한 젊은이가 사는 장소로 한국 사회에서 더 일반적인 곳은 쪽방이나 반지하겠지만 한드는 월등히, 압도적으로 옥탑방을 선호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긍정적 기운이 넘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사는 공간으로 어둡고 습한 반지하와 폐쇄된 쪽방 공간은 시각적·정서적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하늘에 더 가까이 올라간 거주지, 빨래를 널고 서울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평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옥탑방은 중요한 대화가 발생하는 극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빈부 차가 거주지를 구획해 버린 현재의 한국 사회 속에서 어쩌면 부자인 남자 주인공과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로맨스를 맺을 수 있는 배경으로 가장 그럴듯한 조건을 지녔기에 한드에서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장소가 되었다.
 
유사한 이유로 한드에 고정 출연하는 또 다른 장소가 포장마차다. 현실 속 직장인의 퇴근길 스트레스 해소 장소인 이곳은 드라마 속에서 빈부 차이가 확실한 두 주인공이 평등한 정서 상태로 소통할 수 있는 곳, 부잣집 도련님이 처음으로 거리의 음식을 맛보며 여주인공의 세계로 들어오는 곳, 사랑의 감정이 취중진담으로 고백되는 곳, 만취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등에 업히는 곳, 결국 인물들의 정서적·신체적 거리 소멸 및 로맨스의 여러 구실이 발생하는 곳이다. 포장마차와 더불어 만인 평등의 소주와 거리 음식, 옥탑방과 더불어 한드의 이국적 로맨스도 해외의 한류 팬들이 가상 경험을 꿈꾸는 매력적인 콘텐트가 되었다. 한국을 방문해 먹어 보고 싶은 것은 고급 궁중음식이 아니라 포장마차에서 먹는 오뎅과 떡볶이, 소주가 되었고, 고궁과 드라마 촬영 명소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 옥탑방에서 살아 보고 싶게 되었다.
 
이들은 세계 여러 곳에 흩어진 온라인 팬이지만 스타의 드라마 촬영장에 푸드 트럭을 보내기도 하고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해 드라마에 자막을 단다. 한국의 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내기 위해 부푼 가슴으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고, 대부분 한 학기 후에 돌아가지 않고 더 오래 머문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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