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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연극] 베를린의 연극, 서울의 연극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두산아트센터가 기획·제작하고 인문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우리 연극이 새롭게·달리·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연극은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수집해 보여주는 것임을, 극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은 인문적 교양으로 만들어지는 광범위한 텍스트라는 것을, 극장은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한다.
 

김재엽 작·연출 ‘생각은 자유’

지난 17일 막을 내린 ‘생각은 자유’는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김재엽의 기억 연대기라 할 만하다. 그것은 작가가 고국을 떠나 베를린에 살면서 얻은 사유의 확인이며 확장이기도 하다. 기억은 경이로운 시간의 함축이다. 그는 낯선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유용한 것 무용한 것을 구분하지 않고 수집한다. 그것들이 지닌 다른 가치를 하나로 묶어 연극을 만들었다. 한 예술가의 성장은 수집된, 흡수된 기억 위에서 시작된다. 수집은 꿈을 꾸는 행위이고, 공연은 그 꿈의 기원과도 같다.
 
다큐멘터리 연극 ‘생각은 자유’의 한 장면. 작가 자신의 베를린 경험을 무대에 올렸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다큐멘터리 연극 ‘생각은 자유’의 한 장면. 작가 자신의 베를린 경험을 무대에 올렸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생각은 자유’에서 작가는 오늘날 세상 사람을 난민·이주민·세계시민으로 나눈다. 난민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불안과 공포를 지닌 세대에 해당한다. 이주민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룩하려는 세대다. 세계시민은 오늘날 첨단 네트워크와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대를 말한다. 김재엽은 베를린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고, 그곳 연극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어루만지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그것들은 한국전쟁 이후 독일로 간 간호사·광부의 역사에 대한 해석으로, 개인의 삶을 구속하는 국가 권력에 대한 사유로, 공공극장에서 정부와 권력을 비판하는 독일 연극에 대한 부러운 시선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예술가를 검열하고 작품을 통제했던 현실에 대한 직시가 있다.
 
이 연극은 김재엽이 바깥에서 본 것들의 수집에서 출발해 그것들을 재현해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극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극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 떠도는 작가는 어디를 지향하는가? 그는 극장은 언제나 공동체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국가가 문화적 공동체로 세워질 수 있도록 연극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가난한 이들, 주거지를 잃고 떠도는 난민들 편에 서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사회 현실에 대해 적극 발언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현실에 깃들고자 하는 그의 연극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연극이 문화적 공동체로서 사회를 생각하고 국가를 말하는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연극에서 김재엽은 달랑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를 모색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아들에게 연극을 쫓아낸 세상을 보여주고 연극이 꿈꾸는 세상을 학습하게 한다. 오래된 예술의 기원이 그곳에 있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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