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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외계 진출의 경제적 바탕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며칠 전 미국의 모험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몇 해 전에 밝힌 기본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는 화성 이주를 보통 사람들도 누릴 수 있어야 성공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미국 중위 주택가격인 20만 달러를 목표 이주비용으로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50년 내지 100년 동안 100만 명이 화성에 정착해 자족하는 식민지를 세운다는 얘기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는
정부 아닌 시장의 우주 진출
시장과 정부는 경쟁관계라
정부 세질수록 시장은 도태
기업이 주도 않는 청사진은
불행히도 5년이 유효기간

일이 잘 풀리면, 10년 뒤 첫 이주민들을 실은 우주선이 화성을 향하리라고 머스크는 전망했다. 그 우주선에 쓰일 엔진도 아직 개발이 덜 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단한 낙관이다. 내기를 한다면, 나는 그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쪽에 걸겠다.
 
그렇긴 해도 인류 문명은 그처럼 모험적인 기업가들 덕분에 자라났다. 화사한 꿈과 현실적 판단을 아울러 갖춰 기업가 정신의 진수를 보여 준 이 기업가가 외계 탐험이 막 시작된 지금 나타났다는 것은 행운이다. 인류만이 아니라 온 지구 생태계에. 설령 그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모험적 기업가들이 그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마지막 변경’의 탐험에서 새 이정표들을 세울 것이다. 저궤도 공간에 재사용 우주선을 발사하는 첫 비정부조직에 수여하는 ‘안사리 엑스프라이즈(Ansari X Prize)’가 충족된 것이 2004년인데, 이제 화성 진출이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미 폴 앨런, 제프 베저스, 리처드 브랜슨, 래리 페이지 같은 선구적 기업가들이 외계 개척에 나섰다.
 
기업가들의 참여는 뜻이 크다. 세금 쓰는 정부가 주도한 사업은 그럴듯해도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기업가들이 이문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할 때, 비로소 사업의 전망이 확실해진다. 외계 탐사의 역사는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로 시작된 외계 진출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경쟁에서 동력을 얻었다. 덕분에 미국은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보내는 경이적 과업을 이뤘지만 냉전이 끝나고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자 외계 진출은 실질적으로 중단됐다.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정치적 고려에서 나오고 정부가 자금을 대는 사업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기업가 정신으로 설계되고 시장이 자금을 대는 사업들만이 정치적 풍토의 변화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머스크의 구상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경영자들로선 꿈꿀 수 없는 ‘계산된 위험’이다.
 
보다 극적인 예는 중세의 해외 탐험이다. 15세기 초엽 중국은 2만 명이 넘는 선원이 부리는 300척 가까운 배로 함대를 마련했다. 정화(鄭和)의 뛰어난 지휘 아래, 이 거대한 함대는 일곱 차례나 인도양으로 진출했고 끝내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사업은 조공체제의 확대만을 목표로 삼았고 관료들에 의해 추진됐다. 경제적 바탕도 기업가 정신도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 웅장한 모험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정화의 인도양 원정 반세기 뒤 콜럼버스는 120명의 선원이 부리는 3척의 배를 이끌고 대서양 횡단에 나섰다. 중국 함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 작은 함대는 제노아 출신 선장의 기업가 정신 덕분에 역사를 바꿨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선 주요 사업들을 으레 정부가 주도한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권마다 거대한 청사진을 내놓고 자원을 쏟는다. 불행하게도 그런 청사진의 유효기간은 5년이다. 같은 정당의 대통령이 정권을 물려받아도 전임자의 정책이나 사업을 이어받기보다는 자신의 것들을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정부는 돕기보다는 규제로 발목을 잡는다.
 
이런 행태는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사회의 문화적 풍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에서 창업하는 젊은이들이 적고,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 상황은 정부가 점점 강대해졌다는 사정과 관련이 깊다. 한 사회의 자원은 한정됐으므로 정부와 시장은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 정부는 힘이 세고 자금이 많고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시장으로부터 귀한 자원을 쉽게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갑자기 커지면, 시장은 밀려난다. 경제학자들이 밀어내기(crowding out)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요즈음 부쩍 자주 눈에 띈다.
 
‘밀어내기’의 부정적 효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들어올 때는 이미 늦는다. 정부 부문의 확대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생겨서 바로잡기도 어렵다. 머스크는 어렸을 적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기단(Foundation)』 연작을 읽고 우주 탐사의 꿈을 키웠다. 이 땅에 태어났으면, 그도 육법전서를 읽고 공무원이 되었으리라.
 
복거일 소설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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