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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마당발’ 친구 많이 사귈수록 뇌 연결성 강해 치매 덜 걸려

치매 관련 새 연구
72만5000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0.2%가 치매 환자로 집계됐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 통계다. 유병률 증가세로 볼 때 2050년에는 전체 노인의 15%가 치매로 고통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치매는 아직 완치법이 없어 예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한국연구재단, 노인 814명 인맥 조사
“여러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게 유리”
연구 논문 ‘네이처’ 자매지에 실릴 예정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사회과학(SSK)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연구가 치매 예방의 실마리를 찾았다. 프로젝트 이름은 ‘활동적인 고령화: 뇌에서 사회 연결망을 거쳐 공동체까지’. 연구팀(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주원탁 위스콘신-메디슨대 사회학 박사과정,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 박사과정)이 주목한 것은 ‘사회 관계망’이었다.
 
연구팀은 인천시 강화군의 한 마을에서 60세 이상 노인 814명의 사회 관계망을 그렸다. 노인들에게 “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생겼을때 상의할 사람”을 6명(배우자 제외)까지 실명으로 물었다. 대부분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이름을 적어 냈다. 한두 사람 건너 다 아는 작은 마을이라 마을 노인 전체의 ‘인맥 지도’가 그려졌다.
 
 
[그림1] A가 일반인의 뇌, B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연결성을 나타낸 그림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다른 영역과 연결한 선이 눈에 띄게 적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대 슈탐 C.J 교수 연구팀의 논문]

[그림1] A가 일반인의 뇌, B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연결성을 나타낸 그림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다른 영역과 연결한 선이 눈에 띄게 적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대 슈탐 C.J 교수 연구팀의 논문]

이 중 인맥 지도의 중심부에 있는 소위 ‘마당발’ 스타일부터 지인들과 교류 없이 혼자 혹은 배우자와 단둘이 지내는 사람까지 64명을 뽑아 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찍었다. 뇌를 90여 개 영역으로 나눠 어느 부분이 어느 부분과 동시에 활동하고, 동시에 비활성화되는지를 조사했다. 같이 활동하는 영역은 선으로 그어 연결망을 만들었다. 이 선이 얼마나 많은지가 ‘뇌 연결성’이다. 뇌 속 여러 영역이 잘 연결되지 않으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나이가 많을수록 뇌 연결성은 떨어지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가 정상인의 뇌에 비해 연결성이 떨어진다.(그림1) 64명의 뇌 연결성 조사에서 인맥 지도의 주변부에 있는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처럼 먼 영역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게 확인됐다.
 
‘인맥 지도’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뇌 연결성이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단순히 지인의 숫자가 많다고 뇌 연결성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림2] 마을의 사회 관계망을 단순하게 도식화한 그림. 가장 작은 파란 원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있다”고 분류했다. [연세대 염유식 교수팀 논문]

[그림2] 마을의 사회 관계망을 단순하게 도식화한 그림.가장 작은 파란 원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있다”고 분류했다. [연세대 염유식 교수팀 논문]

연구팀은 사회 관계망의 중심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K-코어’ 지수라는 숫자로 나타냈다.(그림2) K-코어가 높은 그룹일수록 인맥 지도 중심에 가깝다.
 
예를 들어 A할머니는 이 마을 저 마을 친구가 많아 “중요한 일을 상의할 친구” 6명의 이름을 금방 다 떠올렸다. 거기에 매일 대화하는 남편까지, 최측근이 7명이나 된다. 남편과 할머니의 친구들도 비슷했다. A할머니는 7-코어 그룹이다.
 
반면 B할아버지는 친구가 6명 있고, 부인도 살아 있지만 4-코어 그룹에 속했다. 할아버지 친구들이 모두 가까운 친구가 4명뿐이라 할아버지도 함께 인맥 지도 주변부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림3]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있는 고령자의 뇌 연결성. 중심부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측 전두엽과 두정엽·후두엽 사이 연결이 활발했다. [연세대 염유식 교수]

[그림3]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있는 고령자의 뇌 연결성.중심부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측 전두엽과 두정엽·후두엽 사이 연결이 활발했다.[연세대 염유식 교수]

연구 결과 B할아버지보다 A할머니에 가까운 노인일수록 뇌의 연결성이 강했다. 뇌의 멀리 떨어진 영역, 특히 우측 전두엽과 후두엽·두정엽의 연결성이 강했다. 본인이 마당발이고 친구도 비슷하게 마당발인 경우가 인지 능력도 좋다는 결론이다.(그림3)
 
여러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뇌에는 ‘도전적인 일’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람을 사귀는 동안 뇌는 얼굴을 인식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과거의 일을 기억해야 하며, 여럿을 그룹으로 알고 지내기 위해선 지인들끼리 관계가 원만한지 아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고령자들의 경우 거리가 먼 뇌 영역 사이의 기능적인 연결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사회활동이 인지 기능 감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연세대 염유식 교수는 “이제까지 사회적 건강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밝혀진 것이 너무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단순히 많은 사람을 안다고 사회적 건강이 좋은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회 관계망 중심부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마을 전체의 네트워크를 통해 살펴본 뇌의 기능적인 연결성 차이’는 네이처의 자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릴 예정이다.
 
하지만 인지 능력이 좋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어울리게 되는지, 사회 관계가 발달한 덕에 인지 능력이 좋은 것인지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활발한 사회활동이 인지기능 감퇴를 늦춘다는 다른 연구에서도 정확한 이유는 입증되지 않았다. 한국뇌연구원 정수근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그동안 게임을 통해 가상의 사회 관계를 설정하거나 피실험자의 자기보고식 지표로 비슷한 주제를 연구한 경우는 있었지만 한 지역의 사회 관계망을 전수 조사해 뇌 활동과의 관계를 밝혀낸 논문은 없었다”며 “오랜 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사회활동과 치매 등 노화의 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 BOX] 지능(IQ)이 높을수록 뇌 연결성도 뛰어나
뇌 연구는 전두엽(감정 조절·이성적 판단), 측두엽(기억력·언어), 두정엽(계산) 등 특정 영역을 관찰하는 데 집중됐다. 10년 전만 해도 학자들 사이에선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도맡아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다른 영역이 대신 작동해 기능이 유지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뇌 연결성’ 연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캐나다 맥길대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 연구진은 뇌 연결성 차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능력을 다르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성인 15명에게 12주간 프랑스어 수업을 듣게 한 뒤 학습능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확인했다. 말하기에 영향을 주는 영역과 언어를 듣고 이해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뇌 왼쪽 윗부분의 뇌 연결성이 높은 사람은 말하기 시험성적이 다른 사람보다 더 향상됐다. 읽기에 영향을 주는 영역과 왼쪽 영역의 연결성이 높은 사람은 읽기 속도 성적이 좋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지난달 지능(IQ)이 높을수록 뇌 연결성이 뛰어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17~48세 남녀 92명의 MRI 검사를 통해 IQ가 높을수록 두정엽과 소뇌,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연결이 발달한 것을 확인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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