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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세계를 웃긴 무언극 … 연말에 웨스트엔드 무대 서요

개그 한류 이끄는 7인조 ‘옹알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
 

대사 없는 넌버벌 개그
저글링·비트박스·마임으로 웃겨
첫 공연 땐 관객 3명만 와서 취소

개콘서 하차 후 해외로
1년간 고깃집 불판 닦아 체류비 벌어
2010년 영국 에든버러 축제서 호평

세계 곳곳서 러브콜 쇄도
영국·독일 예능 TV서 출연 요청
태양의 서커스서 스카우트 제의도

19개국 39개 도시서 공연
우리가 웃길 대상은 전 세계 지구인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는 개그할 것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성경 구절을 찾으라면 이쯤 되지 않을까.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나와 2008년 대구의 한 기독교 소극장에서 열었던 첫 단독 공연에 온 관객은 단 3명. 이보다 더 미약할 수 없는 시작이었지만 이후 10년간 옹알스는 19개국 39개 도시에서 공연을 했다. “한국에도 코미디가 있다”는 사실을 해외에 알리는 유일한 개그맨들로, 어느덧 한국 코미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대사 없는 상황극으로 세계인들을 웃고 울리는 넌버벌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 이들은 “전 세계 23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상처 주지 않는 착한 개그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최진영, 조수원, 하박, 이경섭, 최기섭, 조준우, 채경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사 없는 상황극으로 세계인들을 웃고 울리는 넌버벌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 이들은 “전 세계 23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상처 주지 않는 착한 개그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최진영, 조수원, 하박, 이경섭, 최기섭, 조준우, 채경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 12월엔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공연의 양대산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5주간 공연한다. 한국 코미디 공연으로는 최초다. 더구나 웨스트엔드가 먼저 초청한 경우라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에선 SBS ‘웃찾사’ 종영 등 무대가 사라진다며 개그계가 울상인데 ‘옹알스’를 향한 해외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그맨으로 구성된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는 대사 없이 옹알이와 저글링·마임·비트박스·마술 등으로 구성된 상황극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갓난아이 분장을 하고 장난감통 사물들을 꺼내들어 이리저리 굴리다 갑자기 비트박스를 하는 식이다. 마임에 능한 채경선(37·KBS 공채)·조수원(38·KBS 공채)·하박(35·SBS 공채), 저글링과 마술 전문 조준우(39·KBS 특채)·이경섭(28), 비트박스 전문 최기섭(38·SBS 공채)·최진영(28) 등 7명이 한 팀이다.
 
지난 14일 서울 사당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옹알스를 만났다. 이들은 다음 날 캐나다 공연을 위해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1년 중 3개월 이상은 해외에서 보낸다고 한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 [사진 옹알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 [사진 옹알스]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옹알스 개그의 탄생부터 얘기했다. 개그 극단 ‘갈갈이 패밀리’ 소속이었던 조수원과 채경선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했던 가학적 코미디극이 출발이었다.
 
“말없이 뺨을 ‘짝’ 때려서 관객을 웃기는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채경선이 뺨을 ‘짝’ 소리가 아니라 ‘빵’ 소리가 날 정도로 너무 세게 때린 거예요. 너무 아픈데 말은 하면 안 되니까 옹알거리면서 ‘느므 세게 때려짜나’ 했는데 갑자기 관객석에서 빵 터지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생각했고 그때부터 옹알이를 개그에 녹이기 시작했어요.”(조수원)
 
여기에 저글링과 마술 등 특기가 있는 조준우가 합류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2007년에는 KBS ‘개그콘서트’에 코너로 입성했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처음엔 말을 옹알거리는 모습이 장애인 비하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고심 끝에 갓난아이 분장을 하면서 전파를 탈 수 있었다. 당시 ‘개콘’ 김석윤 PD의 도움으로 ‘옹알스’란 이름도 얻었다. 하지만 매회 새로운 걸 보여 줘야만 하는 TV의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여도 늘 “다음주에는 어떤 걸 할 거냐”는 요구에 부딪혔다. 6개월 만에 옹알스는 ‘개콘’에서 하차했다.
 
옹알스 단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기섭, 하박, 최진영, 채경선, 조준우, 이경섭, 조수원. [사진 옹알스]

옹알스 단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기섭, 하박, 최진영, 채경선, 조준우, 이경섭, 조수원. [사진 옹알스]

◆첫 공연 관객 3명에서 시작한 옹알스=‘개콘’을 떠나 공연장으로 간 옹알스. 그래도 ‘개콘’ 출신인데 어느 정도 기본을 할 줄 알았던 건 착각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코미디 공연은 낯설어했다. 2008년 1월 대구의 한 소극장에서 연 첫 단독 공연의 관객은 3명.
 
“관객도 참여해야 했는데 그러러면 앉아서 공연을 볼 관객이 없더라고요. 결국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동성로에 뿌렸던 공연 전단은 구청에 신고가 들어와 저희가 도로 다 주웠어요. 서글펐지요.”(조준우)
 
해외 무언극에 관심이 많았던 조준우가 세계 3대 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가 보자고 제안했다. 멤버들은 항공티켓 및 체류비를 벌기 위해 1년간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았다. 2009년 처음 찾은 에든버러에서 옹알스는 사소한 개그에도 ‘빵’ 터지는 해외 관객들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공연팀으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한 건 2010년. 공연 전단을 받아 들고서 “한국에도 코미디가 있느냐”고 묻던 관객들은 공연을 본 뒤 자지러지게 웃었고 브로드웨이베이비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5점 만점의 평을 받았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 [사진 옹알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 [사진 옹알스]

 
그러나 에든버러에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사정은 달라진 게 없었다.
 
“2011년 준우 형이 에든버러에 또 가자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뼈 빠지게 모은 1억여원의 전세 보증금은 다 까먹고, 전세가 월세 되고 모아 뒀던 돈은 3000만원도 안 남았었거든요. 못하겠다고 하니 준우 형이 집으로 뛰어왔어요. 제가 ‘해외 페스티벌에 가 보니 뭐가 달라졌나. 차라리 개콘으로 가자. 이거보다 나을 것이다’고 다그치니까 준우 형이 단 한마디 말을 못했죠. 그런데 둘이서 죽어라 줄담배를 피우다 다시 울먹였어요. ‘내가 미친놈이지. 형이 가자면 또 가야지’. 다시 고깃집 불판을 엄청 닦았죠. 하하.”(조수원)
 
그렇게 찾아간 2011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결국 ‘신의 한 수’였다. 무르익을 대로 익은 옹알스의 공연은 곧장 영국 템스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여러 곳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영국 TV 프로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선 ‘본선까지는 그냥 진출시켜 줄 테니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준우는 세계 최고의 서커스인 ‘태양의 서커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옹알스가 해외에 통하는 이유는?=옹알스는 이후 ‘한국 개그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아랍에미리트·브라질·캐나다·스페인·스위스 등 여러 곳에서 초청받았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서는 무대도 달라졌다. 지난 4월에는 독일의 TV 프로 ‘저먼 갓 탤런트’의 출연 요청도 받았다. 항공비와 체류비까지 지불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 연말 ‘세계 공연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진출한다.
 
“정말 웃긴 공연인데 동포분들은 그걸 보고 우세요. 한 번도 안 쉬고 1시간30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는 저희를 보면서 고생스러웠던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며 위로를 받나 봐요. 고맙다며 손을 잡아 주는 분도 많아요. 자연스레 유니폼에 태극기를 달게 됐어요.”(조준우)
 
2011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한 달간 공연했을 당시 매번 공연을 보러 왔던 자폐 아동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2011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한 달간공연했을 당시 매번 공연을 보러 왔던 자폐 아동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말 대신 행동으로 웃기니까 국적·세대 불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201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는 한 자폐 아동의 부모님이 아들과 저희 공연을 매일 보러 왔어요. 아이가 이렇게 집중하고 본 적이 없다고. 마지막 공연 때는 손편지를 직접 주고 갔어요.”(채경선)
 
옹알스는 언제 어디에서 공연하더라도 ‘상처 주지 않는 개그’를 하자고 다짐한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퍼들스(Puddles pity party)’라는 음악광대가 있어요. 그 사람은 ‘말로 하는 개그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분장하는 순간 대기실에서도 말 한마디 안 해요. 저희도 같은 생각이에요.”(채경선)
 
 
“우리의 관객은 전 세계인이죠. 이슬람교도와 스님과 신부님이 함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우리가 보여 드려야 하는 건 서로 다른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는, 상대를 배려하는 개그라고 생각합니다.”(조준우)
 
거침없는 행보와 함께 옹알스의 목표 또한 매년 상향 조정되고 있다. 1년 전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웨스트엔드 진출을 목표로 꼽았던 이들에게 지금 다시 목표를 물었다. 옹알스는 연습실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를 가리켰다. 그들이 공연한 나라에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었다. 채경선은 “지금 19개국 39개 도시에서 공연했는데 아직 멀었다”며 “전 세계 230여 개국을 전부 찾아가 한국 코미디를 보여 주고 동그라미로 지도를 가득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열정과 끈기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는 그들. 그들의 창대할 마지막이 벌써 궁금해진다.
 
[S BOX]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점프’도 해외 공연 활발
넌버벌 공연은 대사 없이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를 구성한다.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국적 불문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넌버벌 공연의 해외 진출 선두주자는 ‘난타’(사진)다. 1997년 초연된 뒤 이듬해 대만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99년엔 세계 3대 공연 페스티벌 중 하나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2003년에는 꿈의 무대인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한국 무언극 최초였다. 2013년 태국 방콕에 난타 전용관까지 개관했다. 역시 한국 공연팀으로는 최초다.
 
2002년 초연한 전통 창작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다. 2007년엔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계보를 잇는 ‘옹알스’는 개그맨으로 구성된 팀이란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2010·2011·2017년)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2014·2015·2016년) 등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올 연말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5주간 공연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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