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태아의 고뇌로 재해석한 ‘햄릿’ … 에로틱하고 스릴 넘치는 버전

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264쪽, 1만4500원
 
명성과 인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공리와도 같은 이 문장을 되뇌게 되는,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69)의 지난해 장편소설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재해석한 작품인데, 물론 원작과 같고도 다르다.
 
먼저 같은 점. 시동생과 형수의 치정극이다. 둘이 짜고 형(남편)을 독살한다. 그러니 치정살인극? 다른 점은 우선 시공간. 원작의 덴마크가 아니라 영국 런던이다. 이름도 살짝 비틀었다. 시동생 클로디어스는 클로드로, 형수 거투루드는 트루디로. 하지만 어렵지 않게 원작의 이름들을 연상할 수 있을 테니, 이 항목은 분류 제외. 가장 다른 점은 결정 장애 왕자 햄릿이다. 매큐언 버전에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 상태다. 당연히 이름이 있을 수 없다. 육욕 해결, 태아의 아버지 살해에 몰두한 패륜 커플이 곧 세상에 나올 아기의 성별이나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제는 엇비슷하다고 해야겠다. 원작이 치명적인 복수극을 앞두고 끝없는 번뇌에 빠진 왕자의 내면을 통해 인간성의 단면을 파헤쳤다면 재해석 버전도 그런 주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문학적 연구 결과인데, 강조점은 좀 다르다. 태아가 결단을 미루고 망설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소설 말미, 결정적인 순간에 거사를 단행해 두 남녀의 발목을 잡는 대목도 원작과 비슷하다. 하지만 역시 태아이니만큼, 장성한 아들이 아니라 태아라는 설정 때문에 오히려, 사랑과 증오의 복합 감정으로 엮여 있는 모성과 아이의 관계 묘사가 실감 나고 절절하다. 트루디 뱃속의 아이는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자궁을 통해 들려 오는 대화, 어머니가 극심한 감정 변화를 겪을 때 따르는 생리적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사태를 파악한다.
 
명민하고 노회한 이 영국작가는 독자의 방심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범죄 스릴러처럼 재미있다. 그것도 몹시 에로틱한.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