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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정치학…어떤 눈물을 흘렸나

 “제가 정말 한 달 동안…그분들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너무하지 않나”라면서 눈물을 훔쳤다. 지난 22일 국회 정상화 합의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불발된 직후 자청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이런 모습을 두고 우 원대대표에겐 '울보 우원식'이란 의미의 ‘울원식’이란 별칭이 생겨났다. 우 원내대표 측은 "자유한국당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 대한 분노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논란 부르는 정치인의 눈물…마케팅 vs 감정표출
우원식 '분노'·추미애 '회한'·강기정 '통한'의 눈물

 ◇순수한 감정의 표출인가, 마케팅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인의 눈물은 복합적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효과는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흘린 눈물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이들한테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또 생존자와 피해자들을 돕다가 숨진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도 눈물을 떨어트렸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방선거에서 이 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하면서 ‘눈물 마케팅’ 논란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통령의 눈물은 위기의 순간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위기에 몰리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TV 연설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고, 당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는 영화 '광해'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렸다. [중앙포토]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는 영화 '광해'를 관람한 뒤 눈물을 흘렸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12년 10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 뒤 눈물을 보였다. 당시 문 후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뒷자리에 혼자 앉아 4~5분간 눈물을 훔쳤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은 없었는데 어제는 도저히 억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당시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눈물을 훔치는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우원식의 '분노', 추미애의 '회한'…어떤 눈물 흘렸나
  우 원내대표의 눈물을 ‘분노’의 눈물이라고 한다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보인 눈물은 과거를 후회하는 ‘회한’의 눈물로 볼 수 있다. 추 대표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을 맡으며 정권창출에 기여했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인물이기도 하다. 추 대표는 지난해 8ㆍ27 전당대회 당시 선거기간 내내 “노 전 대통령 탄핵이 내 정치인생 중 가장 큰 실수”라고 사과했다. 추 대표는 친문 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국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눈물의 주인공은 강기정 전 민주당 의원이다. 20대 총선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2월 25일 강 전 의원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섰다. 마침 강 전 의원의 공천배제가 확정된 날이었다. 오후 8시 55분 연단에 오른 그는 깊은 한숨부터 내쉰 후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자주 했던 점을 언급하며 “그때는 필리버스터 같은 수단이 없으니까 점잖게 싸울 수가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19대 국회는 그런 싸움도 없고 참으로 행복한 국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의원이라고 낙인찍히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 이번 4선 도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졌을 텐데”라고도 했다. 그는 손수건을 건네받고 잠시 등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 
 
 ◇호소의 눈물…민주당은 테러방지법에, 새누리당은 세월호에 민감
 
 정치인의 눈물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어떤 호소를 하는 데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 필리버스터 정국 속에서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눈물을 보인 이는 강 전 의원뿐이 아니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종걸 의원과 박영선 의원 등이 눈물로 테러방지법 수정을 호소했다. 민주당은 테러방지법 상정을 막고 그 부당함을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라는 초유의 방법을 택했지만,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0일까지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1일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박영선 의원은 당 지도부의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에 대해 “저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십시오. 대신 분노하신 만큼 총선에서 야당을 찍어주십시오. 독재를 막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필리버스터를 제안한 당사자이자,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당사자였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을 확대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하는 비판적인 사람들을 옥죄는 가장 무시무시한 법”이라며 “국가비상사태를 핑계로 느닷없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했다.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된 정몽준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관련 발언을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된 정몽준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관련 발언을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눈물을 보인 정치인들이 여럿 있었다. 이 역시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호소의 눈물이었다. 지난 2014년 6ㆍ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5월 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 후보수락연설에서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 의원의 아들이 세월호 참사 이틀 후 자신의 SNS에 실종자 가족을 두고 “대통령에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ㅋㅋㅋ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라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10월 1일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수용을 요청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당시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대화 중에 이 원내대표가 많이 울었는데, 평소에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서 이 원내대표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고 야당과 유가족이 불신하는 것에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오른쪽)가 2015년 2월 24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우윤근 원내대표(왼쪽)가 인사말을 하며 울먹이자 눈물을 닦고 있다. [중앙포토]

이완구 국무총리(오른쪽)가 2015년 2월 24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우윤근 원내대표(왼쪽)가 인사말을 하며 울먹이자 눈물을 닦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이듬해 2월 여야 원내대표 협상파트너였던 이완구ㆍ우윤근 전 의원의 ‘눈물의 상봉’도 유명한 장면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야당이 청문회에 반대했던 일을 상기하며 “정말 저도 마음이 아팠다. 도와드리지 못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자 이 총리는 우 원내대표의 등을 두드려주며 함께 눈물을 닦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 총리에게 “누가 뭐래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야 할 훌륭한 저의 파트너이고, 훌륭한 인생 선배였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고, 이 총리는 “청문 과정이나 임명동의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입장이 있었겠지만 저를 쳐다보는 애처로운 눈초리에 제 가슴이 뭉클해서 정말 인품이 훌륭한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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