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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북한 핵과 미사일의 불편한 진실

정용수정치부 기자

정용수정치부 기자

2013년 5월 18일,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북한이 동해안에서 뭔가를 쐈는데, 종류가 확인이 되지 않아서였다. 거리상으로는 ‘독사’로 불리는 KN-02 지대지 미사일인 것 같은데, 레이더에 나타난 속도나 고도 등은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군 당국은 당시 ‘단거리 발사체’라고 에둘러 발표했다. 나중에 정밀 분석한 결과 군이 내린 결론은 신형, 즉 300㎜ 방사포였다.
 
사실 기자는 이미 1년도 더 전인 2012년 2월 22일, 북한이 300㎜ 방사포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평택 미군기지, 나아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노리고 있다는 개발 의도도 담았다. 그러나 당시 군은 “지구상에 그런 무기는 없다”고 외면했다. 그러다가 1년3개월 뒤인 2013년 5월 18일 북한이 시험사격을 했을 때 허둥대면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건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 군의 시각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뒤 북한은 300㎜ 방사포의 사거리를 더 늘리고, 탄두에 눈을 달아 정확도를 높였다. 포탄에 유도장치까지 부착한 것으로 본지가 확보한 노동당 군수공업부가 지난 3월 작성한 극비 문건에 나타났다.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또 다른 극비 문건에는 김정은이 지난 2월 말 핵과 미사일 공장을 방문해 “핵무기 보관·관리는 국가 비밀 중에서 가장 최고 비밀”이라고 말한 사실도 들어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북한이 숲속에 숨어 미사일을 쏘기 위해 발사대 타이어를 전차처럼 무한궤도식(리대식)으로 바꾼 시점이 올 들어가 아니라 이미 지난해 8월이었다는 사실도 본지가 입수한 세 번째 노동당 군수공업부 비밀 문건에 의해 확인됐다. 이런 북한의 비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군이 작전계획을 바꿔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군은 여전히 “분석을 더 해봐야 한다”거나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5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물론 북한의 위협 앞에 호들갑을 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때 북한은 240㎜ 방사포를 난사했으나 대피소나 건물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고 마구 쓸 수 있는 게 아닌 건 어느 나라든 똑같다. 핵무기는 핵 반격을 부르는 만큼 쓰는 쪽도 최후를 각오하고 써야 하는 무기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해 이틀간 보도한 북한군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그간 국방부의 추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을 과대평가하거나 지레 겁을 먹는 것도 문제지만 실력을 낮춰 보는 건 더 문제다. 의사의 실력은 처방보다 정확한 진단이 좌우한다.
 
정용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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