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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기농 벼농사 옆에서 GMO 실험, 농민들 "생태계·건강 위협" vs 농진청 "안전하다" 논란

"자연 교배와 달리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기형이 많이 나오잖아요. 유전자변형(GM)작물의 위험성은 우리 상상을 초월합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터져야 위험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한 천막 농성장. '2년 차 농부'인 박정균(52) 천도교한울연대 전북지부장은 "농사는 생명과 환경을 다루는 일인데 GMO는 이것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반대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4년간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2월 전북 진안군으로 귀농했다.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옆으로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GMO 개발에 반대하며 지난 4월 22일부터 농성 중인 천막이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옆으로 반GMO전북도민행동이 GMO 개발에 반대하며 지난 4월 22일부터 농성 중인 천막이 보인다.프리랜서 장정필

박씨가 천막 농성장이 있는 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논밭을 가리켰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관리하는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이다. 농진청이 GM벼와 GM콩·GM잔디 등을 시험 재배하는 곳이다. 일부 논에는 이미 GM벼 모가 심어진 상태였다. 겉으로는 일반 벼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인근 논에서 한 남성이 이앙기를 이용해 모를 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인근 밭에서 인부들이 씨앗을 뿌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주민들은 2015년 11월에야 마을 한복판에 GM작물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반발했다. 농진청이 주민뿐 아니라 전북도와 전주시·완주군 등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GM작물 시험 재배지를 만들어서다. 
게다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GM벼 등을 노지(지붕 등으로 가리지 않은 땅)에서 재배하면 일반 농작물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도 농민들은 우려했다.
 
GMO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정균(52) 천도교한울연대 전북지부장이 지난 20일 천막 농성장 앞에서 '농성 60일째'라고 적힌 종이를 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GMO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정균(52) 천도교한울연대 전북지부장이 지난 20일 천막 농성장앞에서 '농성 60일째'라고적힌종이를 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GM작물 재배지가 있는 정농마을에는 130여 가구, 주민 200여 명이 산다. 대부분 쌀 농사를 짓는다. 배와 복숭아·포도·고구마 등은 '안전한 먹을거리'의 대명사인 로컬푸드마크를 달고 출하한다. 완주군은 국내 로컬푸드 1번지다. 대여섯 가구는 친환경 쌀을 재배한다. 이서면 전체로 따지면 50여 가구가 무농약·친환경 쌀 농사를 짓는다.
 
여성만(59) 전 정농마을 이장은 "기본적으로 GM작물은 친환경 농산물이 될 수 없다"며 "'전북=GMO 본산지'라는 소문이 퍼지면 지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씨는 마을에 GM작물 재배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해 이슈화한 인물이다. 그는 "GM벼 재배지 바깥에 두른 철조망도 주민들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8월 조치를 한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 안전은 뒷전인데 누가 농진청 말을 믿겠느냐"고 덧붙였다.
 
반GMO 전북도민행동 상임대표(왼쪽) 등이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GM벼 시험 재배지 인근에 'GMO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장승제'를 열었다. 소나무에 서예가 여태명씨가 'GMO 없는 땅 여장군' '반 GMO 대장군'이라고 썼다. [사진 반GMO 전북도민행동]

반GMO 전북도민행동 상임대표(왼쪽) 등이지난5일 환경의 날을 맞아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GM벼 시험 재배지 인근에'GMO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장승제'를 열었다. 소나무에 서예가 여태명씨가 'GMO 없는 땅 여장군' '반 GMO 대장군'이라고 썼다. [사진 반GMO 전북도민행동]

인근 아파트촌에 사는 주민들도 불안감을 나타냈다. 산책을 나온 이모(61·완주군 이서면)씨는 "GM옥수수는 들어봤어도 GM벼는 처음 봤다"며 "갈수록 무항생제 고기나 무농약 농산물 등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추세인데 거꾸로 가는 것 같아서 소비자 입장에선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GMO 전북도민행동 회원들이 천막 농성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GMO 개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반GMO 전북도민행동]

반GMO 전북도민행동 회원들이천막 농성장 앞에서손팻말을 들고 "GMO 개발반대"를외치고 있다.[사진 반GMO 전북도민행동]

농진청에 대한 주민과 농민들의 불신이 커지자 지역 시민환경 단체들이 나섰다. 전북녹색연합 등 110개 시민·환경·농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지난 4월 22일부터 두 달 넘게 GMO 반대 농성을 하는 이유다.
 
이들은 "GM작물은 유해하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GM작물 개발·연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 연구를 이끄는 농진청 GM작물개발사업단을 해체하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농성 중인 천막 밖에 걸린 GMO 반대 플래카드. 프리랜서 장정필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농성 중인 천막 밖에걸린 GMO 반대플래카드. 프리랜서 장정필

 
이들은 "제초제에 죽지 않고 해충에 강한 GM작물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국토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GM작물을 먹으면 온갖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농성 중인 천막 안에 걸린 GMO 반대 문구들. 프리랜서 장정필

반GMO 전북도민행동이 농성 중인 천막 안에걸린 GMO 반대문구들. 프리랜서 장정필

  
2012년 프랑스 캉대학의 셀라리니 교수 연구팀은 2년간 생쥐 실험을 거쳐 GM옥수수가 정상 세포를 종양덩어리로 바꾸고 장기 손상과 수명 단축, 불임·알레르기 등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농진청은 "당시 유럽식품안전청(EFSA) 과학자문단의 검토 결과 해당 논문은 실험 과정과 결과에 부족한 부분이 많고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GMO 반대론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GM작물을 민간이나 학계에선 연구할 수 있지만 안전성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통제하고 검증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안전하다'고 맹신하고 상용화를 주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지난해 9월 5일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에서 GM작물 표본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지난해 9월 5일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에서 GM작물 표본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은 "GM작물은 안전하다"고 반박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유전자변형생물체법)' 등 국제 기준과 국내 법률에 따라 과학적으로 엄격히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류태훈 농진청 연구운영과 LMO 관리팀장은 "농진청이 하는 GM작물 실험의 90% 이상은 위해성 평가와 관계 없는 연구용으로 유전자 삽입이 잘 됐는지, 특성이 잘 발현되는지 등을 검정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GMO의 개발 절차는 유전자 발굴, 기능 검정, 계통 육성, 위해성 평가, 위해성 심사, 품종 등록 및 상업화 순서로 진행되는데 현재 농진청에서 연구·개발 중인 GMO 146종 가운데 위해성 평가를 받는 품목은 동물(형광누에)까지 합쳐 3종뿐이라는 것이다. 작물만 따지면 레스베라트롤 벼와 가뭄저항성 벼 등 2종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5일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에서 GM작물 표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5일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에서 GM작물 표본을살펴보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제일 논란이 되고 있는 GM벼에 대해서는 "자기 꽃가루가 자기 암술과 수정하는 자가 수분율이 99%이고 꽃가루의 수명이 3~5분인 벼의 생태적 특성과 재배 방법, 안전 장치 등을 고려하면 외부 유출로 타 작물이나 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류 팀장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GMO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로 국내외 과학계의 발표를 내세운다. 미국 과학한림원(NAS)은 지난해 5월 "지금까지 연구된 900여 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현재 유통되는 GM농산물은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위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자 108명도 같은 해 6월 "지금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GMO 반대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한국육종학회 등 국내 생명공학 5개 학회와 식품 관련 9개 학회 등도 "농업생명공학 연구 개발은 기후변화 대응과 우리 농업의 고부가 가치 및 첨단 산업화에 필요한 핵심 대안으로 위축·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해 전국에 있는 농진청 소속 기관과 대학 등의 GM작물 격리 포장 주변 식생(식물 집단)에 대해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이 환경 영향 조사를 한 결과 GM종자 유출에 따른 자생 개체와 오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농진청은 외려 "유전자변형 기술은 최상위 육종기술로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GM작물 1종을 개발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고 1000억원 이상이 드는 현실 속에서 다국적 기업의 GM작물 원천 특허 독점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농진청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은 지난해 기준 3만9410㎡다. 이 가운데 농진청 본사가 있는 전주·완주혁신도시(3만5000㎡)가 전체 90%를 차지한다. 올해 승인된 면적은 6100㎡이고 품목은 벼와 콩·사과·잔디·밀·국화 등 9개다. 
 
조남준 농진청 연구운영과장은 "지난해까지 수원·밀양 등 전국에서 진행하던 GM작물 실험을 종료하고 폐쇄 조치 중"이라며 "전주·완주혁신도시 안에 안전관리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여기에서 집중해 실험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은 "기후 변화 추이를 보면 10년, 20년 후에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GM작물을 지금 심지는 않더라도 주요 품종에 대해선 그 기술을 갖고 있어야 나중에 경쟁국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일반 농경지에서 GM작물의 상용화·상업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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