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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고시낭인 퇴장 … 마지막 사시 보는 ‘삼선 슬리퍼’

제59회 사법시험 2차 시험이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연세대 백양관에서 실시된다. 시험 첫날인 이날 한 응시생 어머니가 시험을 마친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사법시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우상조 기자]

제59회 사법시험 2차 시험이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연세대 백양관에서 실시된다. 시험 첫날인 이날 한 응시생 어머니가 시험을 마친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사법시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우상조 기자]

2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로비에 ‘삼선 슬리퍼’의 행렬이 이어졌다. 제59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세칭 ‘고시생’들이었다. 몸통보다 두꺼운 백팩을 멘 이들은 걸으면서도 색색 형광펜으로 줄쳐진 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시험장 앞에서부터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차자자자작-. 고요 속에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 반복됐다. 24일까지 치러지는 마지막 사법시험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렸다. 변호사시험법 시행으로 사법시험은 연말에 폐지된다.
 
고사장까지 따라 나온 수험생 가족들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잘 봐, 파이팅” “긴장하지 마”라고 속삭이듯 응원했다. 2차 시험이 두 번째라는 한 수험생은 시험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나지막이 “그냥 뭐, 하는 데까지 해 봐야죠”라며 서둘러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성균관대·한양대 등 몇몇 대학은 자교 출신 수험생들을 학교 버스로 실어날랐다.
 
이번 시험에는 지난해 1차 합격자 186명이 응시했다. 올해 1차 시험은 실시되지 않았다. 최종 선발 인원은 50여 명이다. 수험생 정모(21)씨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혹시 떨어지더라도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3년 첫 시험=현재의 사법시험은 사법시험령이 제정된 1963년부터 치러졌다. 이전까지는 조선 변호사시험(47~49년), 고등고시 사법과(50~63년)를 통해 법조인을 뽑았다. 사법시험은 공무원을 임용하는 ‘고시’가 아니라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자격을 얻는 ‘시험’이다. 하지만 이전의 고등고시 사법과라는 명칭이 혼용돼 ‘사법고시’로 불리기도 한다. 초기의 사시는 평균 60점 이상을 얻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합격인원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지만 시험이 어려워 합격자가 많지 않았다. 67년에는 합격자가 5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라 70년 합격 정원제를 도입해 합격자 수를 조금씩 늘렸다. 80년에는 300명까지로 확대되더니 2004년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사법개혁 추진의 일환으로 2007년 7월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사법시험은 변곡점을 맞았다. 국회는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2017년 사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연 뒤로 사시 선발 인원은 점점 줄어 지난해 109명이었다.
 
◆사시를 놓을 수 없는 사람들=90년대 들어 부쩍 서울 신림동 학원에 시험준비생들이 모여들었다. 광복 이후 40여 년간의 판례가 쌓이면서 공부할 분량이 늘었고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55년간 사법시험이 배출한 법조인은 2만 명이 넘지만 합격률은 3% 정도였다. 2014년 발표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 유인 실증 분석’(천도정 전북대 교수와 황인태 중앙대 교수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사법시험 합격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4.79년이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20, 30대 청춘을 다 보내는 ‘고시 낭인’이 사회문제가 됐고, 시험공부만 한 인재보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가진 자원들을 뽑아야 법조인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대안으로 2009년부터 도입된 로스쿨은 여전히 찬반론이 엇갈린다. 학비가 1년에 2000만원 정도로 비싸 저소득층이 소외되고 입학에도 학벌과 집안 등의 연줄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신분과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든 노력과 실력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사회의 상징적 제도가 완전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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