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런 앵글, 저런 기법 … 예술사진의 ‘아방가르드’

앙드레 케르테츠의 ‘자화상’, 파리, 1927(부분).

앙드레 케르테츠의 ‘자화상’, 파리, 1927(부분).

좀 과장을 보태자면 19세기 말 헝가리에서 태어나 20세기 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작가 앙드레 케르테츠의 방식은 100여년 뒤인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과 통하는 데가 있다. 휴대 가능한 카메라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초창기에도 그는 늘 촬영 준비가 돼 있던 것처럼 일상적인 순간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아가 그 순간 이상의 이야기가 담긴 듯한 사진으로 담아내곤 했다. 이에 더해 고도의 조형적 감각, 실험적 표현기법까지 구현하며 20세기 사진 미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유명세에서 한결 앞서는 동시대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으로 했던 것이다”.
 
‘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 1926. [사진 성곡미술관]

‘몬드리안의 안경과파이프’, 1926.[사진 성곡미술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앙드레 케르테츠’전은 1910년대부터 70여년간 활동한 그의 작품 가운데 189점을 시기별로 선보이는 전시다. 189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사진을 찍기 시작한 케르테츠는 30대 초반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에서 활동하다 4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정착했다. 그중 그 이력이 활짝 피어난 시기는 파리(1925~1936)에서다. 당시의 다채로운 인물과 거리 풍경을 담아낸 여러 작품은 그 자체로 매혹적일뿐더러 조형성이 두드러진 대표작들도 이 시기에 나왔다. 예컨대 ‘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는 정물이 놓여있는 구성의 리듬감과 그림자를 통한 이미지의 중첩 등으로 첫손 꼽히는 작품이다. 가까운 사물과 중간 거리의 실내장식을 과감한 화면분할에 담은 ‘몬드리안의 집에서’, 클로즈업 효과가 두드러지는 ‘포크’ 등도 중요하게 평가되는 작품이다.
앙드레 케르테츠의 작품들. ‘수영하는 사람’, 에스테르곰, 헝가리, 1917. [사진 성곡미술관]

앙드레 케르테츠의 작품들. ‘수영하는 사람’, 에스테르곰, 헝가리, 1917.[사진 성곡미술관]

 
파리에서 그는 화가나 영화감독을 비롯해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는 한편 전시회, 잡지 기고, 사진집 출간 등 다양하게 명성을 쌓아갔다. 특히 1930년 잡지 ‘뷔’의 새 편집장 사진을 찍으면서 뒤틀린 거울을 이용해 변형된 인물상을 담아낸 시도는 이후 ‘왜곡’으로 불리는 일련의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같은 사진의 표현력 확대는 일찌감치 헝가리에서 찍었던 ‘수영하는 사람’에서도 드러난다. 위에서 내려다본 앵글에 담긴 빛과 물결과 그림자의 섬세한 움직임이 두드러져 ‘왜곡’ 같은 실험의 전조로도 평가받는다. 케르테츠는 특정 그룹이나 유파에 속해 활동하지는 않았어도 이런 면모 덕에 아방가르드 사진가로 불리기도 한다.
 
‘깨진 원판’, 파리, 1929. [사진 성곡미술관]

‘깨진 원판’, 파리, 1929.[사진 성곡미술관]

반면 뉴욕(1936~1985)에서의 삶은 시작부터 우울했다.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잡지에 기고하는 일감을 얻어 미국에 건너간 터였지만 그의 사진은 어디서도 좀체 환영을 받지 못했다. ‘라이프’ 지의 편집장은 그의 사진에 대해 ‘말을 너무 많이 한다’며 게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길 잃은 구름’이나 ‘우울한 튤립’ 등의 사진은 이 무렵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분위기다. 유럽에서의 명성과 달리 미국에선 무명이나 다름없이 지내던 그는 1964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을 계기로 다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살던 12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워싱턴 스퀘어의 다양한 풍경을 비롯해 뉴욕 시기의 작품 역시 풍성하게 자리했다.
‘동물시장’, 생미셸 선창, 파리, 1927~1928. [사진 성곡미술관]

‘동물시장’, 생미셸 선창, 파리, 1927~1928.[사진 성곡미술관]

 
그의 사진은 조형성과 실험성만 아니라 헝가리 시기를 포함해 마치 일기라도 쓰듯 일상적 공간에서 다양한 인물을 담은 사진이 주는 감흥도 대단하다. 또다른 동시대 사진작가 브라사이는 그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앙드레 케르테츠는 훌륭한 사진작가에게 필수적인 두 가지 자질을 가지고 있다. 세상, 사람, 그리고 삶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형태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그것이다.”
 
케르테츠는 1985년 91세로 세상을 떠나기에 1년 앞서 10만점의 원판 필름, 1만 5000점의 컬러 슬라이드 소장본 등을 모두 프랑스 문화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이를 인화한 것이다. 국내에서 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 것은 1995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약 20년만이다. 관람료 성인 기준 1만원. 9월 3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