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알프스 꼭대기 치즈공장, 낙조 환상적인 레스토랑…여기가 스위스로구나

스위스가 처음이라면 융프라우나 체르마트 같은 대중적인 관광지를 찾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아쉽다. 스위스는 국토 70%가 산지인 알프스의 나라다. 두 지역 말고도 근사한 산악 휴양지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6월 11~13일 스위스 남동부 그라우뷘덴주를 다녀왔다. 세계경제포럼(WEF)으로 유명한 다보스(Davos)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생모리츠(St.Moritz)에서 자전거를 탔다. 스키 여행지로 유명한 두 도시의 여름은 오후 9시에도 눈부시게 화창했다. 그리고 한가로웠다. 
스위스 생모리츠, 해발 2456m에 위치한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본 낙조. 3000~4000m 급 고봉 위로 붉게 물든 구름이 춤추는 듯 시시각각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스위스 생모리츠, 해발 2456m에 위치한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본 낙조. 3000~4000m 급 고봉 위로 붉게 물든 구름이 춤추는 듯 시시각각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토마스 만이 『마의 산』영감 받은 다보스

유럽 소도시 여행②
겨울스포츠 천국 다보스·생모리츠의 여름
스키 슬로프 위에서 노니는 소 떼
자전거 타고 호수변 산책하며 마을 둘러보고
토속 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다보스 기차역 바로 앞에서 야콥스호른(2590m)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계곡에 들어앉은 도시는 여느 스위스 산골과 달라보였다. 전통 목조 주택 ‘샬레’가 아니라 3~5층 규모의 직사각형 플랫(유럽 소형 아파트)이 대부분이었다. 다보스 관광청 슈미드 아우렐리아는 “세계경제포럼을 비롯한 컨벤션이 많이 열려서 소도시치고는 큰 호텔이 많다”고 말했다. “왜 하필 다보스였느냐”고 물었더니 아우렐리아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포럼 창립자인 독일인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가 다보스를 좋아했다”고. 포럼이 시작된 1971년, 다보스는 당시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슈바프 가족의 단골 휴양지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스위스 다보스. 산골 소도시임에도 세계경제포럼 등 컨벤션이 많이 열리는데다 겨울에는 스키장이 오픈해 대형 호텔이 많은 편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스위스 다보스.산골 소도시임에도세계경제포럼 등 컨벤션이 많이 열리는데다 겨울에는 스키장이 오픈해 대형 호텔이 많은 편이다.

케이블카는 5분만에 이쉬알프(Ischalp·1940m)에 섰다. 주변 경관을 살폈다. 도시 너머 북쪽 산자락 곳곳에 근사한 건물이 보였다. 요양소다. 사실 다보스는 19세기부터 호흡기 환자 요양소로 유럽에서 유명했다. 소설가 토마스 만의 아내도 결핵을 앓아 이곳에 머물렀다. 토마스 만은 그때 받은 영감으로 『마의 산』을 썼다. 작품에 등장하는 요양소는 1954년 호텔로 변신했다. 샤츠알프산 중턱에 있는 ‘샤츠알프 호텔’이다. 
다보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이쉬알프. 표고 차가 거의 없는 트레일이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걷기 좋다.

다보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이쉬알프. 표고 차가 거의 없는 트레일이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걷기 좋다.

신발끈을 고쳐매고 하이킹에 나섰다. 목적지는 클라바들러알프(Clavadeleralp·2030m), 약 1.5㎞ 거리에 있는 치즈 목장이다. 트레일은 표고 차가 거의 없는 데다 자연 경관도 워낙 빼어나 걷기에 부담 없었다. 목장이 가까워오니 워낭소리가 울렸다. 어김없이 소똥 냄새도 풍겼다. 소 떼를 지나 예쁘장한 목조 건물에 도착했다. 마침 하루 전부터 치즈 생산을 시작했단다. 목장은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데 여름(6~9월)에는 해발 2000m 산자락으로 소 떼를 끌고 올라와 치즈를 만든다. 소가 풀뜯는 초지는 11월부터 4월까지 스키장 슬로프로 변신한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 클라바들러 목장 사람들은 6~9월에만 해발 2000m 산자락으로 소를 데려와 꼴을 먹인다. 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로 변신한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 클라바들러 목장 사람들은 6~9월에만 해발 2000m 산자락으로 소를 데려와 꼴을 먹인다. 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로 변신한다.

클라바들러알프 카페 주방에서 치즈를 만드는 모습. 이날 아침에 짠 우유 500kg으로 치즈 50kg을 만든단다.

클라바들러알프 카페 주방에서 치즈를 만드는 모습. 이날 아침에 짠 우유 500kg으로 치즈 50kg을 만든단다.

목장에 딸린 카페에서 맛본 치즈. 2016년 9월에 만들어 아홉 달 숙성했다.

목장에 딸린 카페에서 맛본 치즈. 2016년 9월에 만들어 아홉 달 숙성했다.

치즈공장에선 이날 아침 소 60마리에서 짠 우유 500㎏으로 치즈를 만들고 있었다. 우유를 끓여 치즈와 유장(乳漿)을 분리해내는 과정을 구경했다. 이후 소금으로 맛을 내고 치즈 종류에 따라 숙성 시간을 달리해 먹는다고 한다. 테라스에 앉아 치즈와 다과를 주문했다. 아홉 달 숙성한 치즈와 그라우뷘덴주에서만 먹는다는 육포와 너트 파이가 나왔다. 음식을 내준 아낙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빨강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 잔에는 ‘하이디 커피’라고 쓰여 있었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산과 풀 뜯는 소 떼를 보며 먹으니 음식 맛이 남달랐다.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실제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된 마을 마이엔펠트가 다보스에서 약 50㎞ 거리다.
스위스 그라우뷘덴 지역에서 먹는 육포와 파이, 그리고 목장에서 직접 만든 치즈.

스위스 그라우뷘덴 지역에서 먹는 육포와 파이, 그리고 목장에서 직접 만든 치즈.

1년 320일 맑은 스키 천국 생모리츠
다보스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달리면 겨울스포츠 천국 생모리츠가 나온다. 다보스에도 스키리조트가 있지만 총 슬로프 길이가 무려 350㎞에 달하는 생모리츠와 비교할 순 없다. 1928년과 48년, 겨울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했다. 세계 최고(最古) 스키학교도 생모리츠에 있다. 예부터 유럽 부호들의 스키 리조트, 사계절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생모리츠가 속한 엥가딘 고산지대에는 최고봉 베르니나(4049m)를 비롯해 3000~4000m급 고봉이 즐비해 한여름에도 빙하 위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 하지만 타는 사람이 워낙 드물어 90년대 말 이후론 곤돌라 등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겨울스포츠의 성지 생모리츠는 여름에도 매력적이다. 야생화 만발한 꽃길을 자전거 타고 둘러보는 사람이 많다. 

겨울스포츠의 성지 생모리츠는 여름에도 매력적이다. 야생화 만발한 꽃길을 자전거 타고 둘러보는 사람이 많다.

겨울엔 천국이지만 겨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 해 320일 이상 일기예보가 ‘맑음’일 정도로 날씨가 좋아 하이킹,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다보스에서 가벼운 하이킹을 즐겼으니 생모리츠에서는 자전거에 도전했다. 옥빛으로 반짝이는 생모리츠 호숫가를 질주하는 라이더를 보면, 누구라도 페달을 밟고 싶어질 정도다.
자전거 길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가 많다. 

자전거 길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가 많다.

6월 13일 숙소 근처 자전거숍을 찾았다. 고맙게도 전기자전거가 있었다. 가이드를 따라 자전거 투어에 나섰다. 바닥이 자갈로 된 도심을 벗어나자 노란 야생화와 민들레 만발한 초지가 펼쳐졌다. 1100년에 지은 교회 생기앤(San Gian)을 지나 빙하 녹은 물이 굽이치는 계곡을 옆에 끼고 한참 달렸다. 가이드가 갑자기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 모드를 ‘High’로 바꾸고 페달을 밟았다. 전기의 힘을 빌리니 오르막 산길도 거뜬했다. 약 10분 쯤 산길을 달리니 생모리츠 호수에 닿았다. 숨을 고르며 물을 마셨다. 한참 동안 넋놓고 호수빛깔을 바라봤다. 
옥빛으로 반짝이는 생모리츠 호수. 

옥빛으로 반짝이는 생모리츠 호수.

오후 느지막이 산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케이블카가 아니라 푸니쿨라(소형 산악열차)를 타고 생모리츠에서 일몰이 가장 아릅답다는 무오타스 무라글 산(2456m)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객실 16개 딸린 ‘로맨틱 호텔’과 ‘파노라마 레스토랑’이 있는데, 2010년부터 알프스 최초로 태양열로 운영해오는 곳들이다. 강렬한 태양열로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하고 푸니쿨라까지 운영하고도 에너지가 남는단다. 
무오타스 무러글 산에서 내려다본 엥가딘 계곡.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생모리츠 시내를 비추고 있다. 산을 오르는 작은 열차가 푸니쿨라다. 오후 8시 즈음 촬영한 사진이다.

무오타스 무러글 산에서 내려다본 엥가딘 계곡.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생모리츠 시내를 비추고 있다. 산을 오르는 작은 열차가 푸니쿨라다. 오후 8시 즈음 촬영한 사진이다.

생모리츠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 카푼스. 소시지와 치즈를 듬뿍 넣은 고열량 음식이다. [사진 생모리츠관광청]

생모리츠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 카푼스. 소시지와 치즈를 듬뿍 넣은 고열량 음식이다. [사진 생모리츠관광청]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낙조가 하늘을 물들였다. 해가 기울면서 뾰족한 암봉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틈으로 햇살이 비취는 모습만큼 장엄했다. 해가 완전히 진 뒤 식사를 시작했다. 유난히 조직감이 단단했던 향긋한 식전빵, 보리와 콩 등 각종 곡물을 넣고 끓인 수프, 소시지와 치즈를 버무린 뒤 근대 잎으로 감싸 익힌 카푼스(Capuns)는 모두 그라우뷘덴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음식이었다. 풍경과 함께 그 맛까지 깊이 각인됐다.
 
◇여행정보=대한항공이 인천~취리히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암스테르담·파리 등을 경유하면 보다 저렴하다. 스위스 소도시 여행은 기차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취리히~다보스 2시간 20분, 다보스~생모리츠 1시간30분 소요.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면, 기차·버스 탑승권 외에 박물관 무료 입장 등 혜택이 많은 스위스패스를 추천한다. 2등석 3일권 197유로(약 25만원). 여행 동반자가 셋 이상이면 렌터카가 기차보다 저렴하다. 스위스관광청에서 조성한 드라이브 코스 그랜드투어(grandtour.myswitzerland.com/ko)를 참고하면 된다. 렌터카는 유럽카(europcar.co.kr)·허츠(hertz.com) 추천. 다보스 시내 호텔에 묵으면 케이블카 무료 이용권을 준다. 클라바들러알프 카페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치즈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모리츠 자전거 대여 하루 40스위스프랑(4만7000원), 전기자전거 50스위스프랑(약 5만8000원). 
 
관련기사
 
다보스·생모리츠(스위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