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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리 두 원룸 속 고독사 …3개월 넘도록 아무도 몰랐다.

“윤모(61) 씨가 두 달째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몸이 좀 나아지셔서 일 나가신다더니…. 퇴근시간에 한번 윤씨 집에 다녀오겠심더.”
 
부산 동구청에서 복지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 씨는 지난 4월 7일 오후 6시쯤 윤씨가 사는 초량동 K 빌라를 찾았다. 2013년 10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윤씨는 지난해 6월 치매 증세를 보이면서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지정됐다. 윤씨는 월 49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 지원과 함께 통합사례관리사와 수시로 연락하며 의료·도시락·세탁 서비스 등을 추가로 받아왔다. 
 
윤씨가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을 받고 건강이 다소 회복되자 지난해 10월 말 통합사례관리대상자에서 빠졌다. 
 
윤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남아 월 49만원만 지원받게 됐다. 자연스레 부산 동구청의 관리가 소홀해졌다. 지난 2월 윤씨가 사는 빌라 집주인은 윤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동사무소에 신고했지만, 동구청 소속 복지담당 공무원은 두 달이 지난 4월에야 윤씨의 집을 찾았다. 문이 잠겨져 있자 ‘연락 바란다’는 편지 한 통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19일 윤씨는 33㎡(10평) 남짓한 원룸 바닥에 꼬부라진 상태로 발견됐다. 시체는 미라처럼 돼 있었다. 검안의는 사망한 지 4개월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이웃 주민이 집주인에 항의한 뒤에야 윤씨의 사망 소식이 가족에게 전해진 것이다. 
 
기자가 21일 초량동 K빌라를 찾았을 때에도 윤씨의 사망 소식을 아는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달동네로 100여칸의 계단을 중간에 두고 지근거리에 단독주택과 빌라가 촘촘히 있었지만 윤씨와 소통해 온 주민은 찾을 수 없었다. 
 
남편 폭력에 시달리다 30여년 전 이혼한 윤씨는 10여년 전부터 아들·딸과도 인연을 끊고 혼자 살아왔다. 윤씨는 2011년 이곳으로 이사 왔지만, 빌라에 거주하는 9세대 이웃 주민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2013년 유방암을 앓은 이후부터 식당일을 그만두고 세상과 단절했다. 윤씨를 찾아오는 이는 통합사례관리사가 유일했다. 
 
 지난해 10월 통합사례관리대상자에서 빠진 후 윤씨와 연락하는 사람은 월세를 받아야하는 집주인이 전부였다. 부산 동구청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복지담당공무원 1명이 관리하는 복지대상자가 400명 정도여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일일이 찾아갈 수 없다”며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통합관리대상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에 거주하는 주민 8만9000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연금, 의료급여특례, 차상위계층 등 복지대상자는 3만여명이다. 윤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6830명이다. 동구청 사회복지사(복지담당공무원) 65명이 3만여명을 관리하다보니 윤씨와 같은 독거노인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병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갖는 통합사례관리대상자는 부산 동구에 60여명으로 이를 관리하는 통합사례관리사는 3명이다. 1인가구가 증가로 통합관리대상자가 급증해 윤씨처럼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통합사례관리 지정을 곧바로 종결하는 실정이다.  
 
윤씨의 빌라와 불과 5㎞ 떨어진 원룸에 살던 김모(51)씨 역시 지난 12일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미혼인 김씨는 10년 전 형제와 연을 끊고 5년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혼자 살아왔다. 
 
김씨는 알코올중독 상태였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다.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고독사가 늘면서 김씨처럼 장시간 방치됐다 발견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김씨처럼 근로 능력이 있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정부가 찾아내야 하는데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1명이 담당하는 복지대상자는 2014년 385명, 2015년 355명, 2016년 317명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복지와 직결되는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올해 하반기 사회복지사 15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무원 충원만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며 지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사회보장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1인 가구가 전 연령대에 걸쳐 급격히 늘어 공적 체계만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며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마련하되 빈곤층이 집중화 돼 있는 지역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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