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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목숨은 남성에게 달렸다? '하루' 백델 테스트

영화 '하루'

영화 '하루'

 
[매거진M] '하루'(6월 15일 개봉, 조선호 감독) 
영화 '하루' 백델 테스트 & 마코 모리 테스트

영화 '하루' 백델 테스트 & 마코 모리 테스트

 
백델 테스트 
1 이름 있는 여성이 두 명 이상 등장하는가 (O)
2 그 두 여성이 서로 대화하는가 (X)
3 그 대화의 내용이 남성과 관련 없는가 (X)
 
마코모리 테스트
1 여성이 최소한 한 명 이상 등장하는가 (O)
2 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가 (O)
3 그 이야기가 남성 인물의 이야기를 보조하는 데 그치진 않는가 (X)
 
‘하루’는 특정한 시간을 되풀이하는 세 인물, 아니 세 남성의 이야기다. 헌신적인 봉사 활동으로 유명한 의사 준영(김명민)은 한나절이 반복되는 동안 딸 은정(조은형)의 죽음을 막으려 애쓴다. 구급차를 운전하는 민철(변요한)은 같은 시간, 역시 죽음을 맞는 아내 미경(신혜선)의 운명을 바꾸려 달리고 달린다. 시간의 결말을 바꾸려는 두 남성의 노력은 의문의 남자 강식(유재명)과 얽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여성은 은정과 미경. 준영과 민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살려 내려 애쓰는 대상이다. 시간이 반복될 때마다 준영과 민철의 계획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매번 죽음을 맞아야 하는, 한마디로 희생자다. 은정과 미경의 이야기는 각각 준영과 민철과의 관계에서만 다뤄진다. 봉사 활동으로 바빠 매번 약속을 어기는 준영에게 단단히 화난 은정과, 하루가 반복되기 전날, 민철과 싸운 미경.
 
영화 '하루'

영화 '하루'

 
그들의 목숨은 순전히 남성들의 손에 달렸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도, 그들을 살리려 드는 사람도 모두 남자다. 하루가 반복되며 빚어지는 여러 경우의 수 중에 두 여성의 의지가 반영되는 부분은 손톱만큼도 없다. 동일한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 장르에, 그걸 동시에 경험하는 인물이 셋이고, 그들의 선택이 뒤섞여 복잡한 상황을 낳는다는 상상력을 더한 ‘하루’. 그 안에 여성 스스로의 선택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가. ‘안타까운 희생자’ 혹은 ‘남성이 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성을 치부하는 한국영화의 시선은 전혀 새롭지 않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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