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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역사바로잡기, 또 일본우익이 협박하겠지만 전혀 두렵지 않아요"

 독도와 동해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43) 성신여대 교수가 역사 바로잡기의 새로운 좌표를 찍었다.  
 
일본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는 군함도(軍艦島, 일본명 하시마)다. 군함처럼 생겼다고 해서 군함도라 불린다. 일본의 근대산업화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대거 강제징용돼 참혹한 해저탄광 노동에 시달리다 수백명이 숨져갔기 때문이다. 확인된 사망자수는 134명에 달한다. '지옥도'로 불리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군함도는 2년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유네스코는 한국·중국 등의 반발을 의식해 일본 측에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안내판 등을 군함도에 세우라고 권고했다. 기한을 올해 12월 1일까지로 못박았지만, 일본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의 이같은 '몰염치'에 서교수는 분노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이어 군함도 문제를 역사 바로잡기의 새로운 테마로 잡겠다고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군함도 실상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올리기 위해 네티즌 모금을 하고 광고를 만들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임현동 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군함도 실상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올리기 위해 네티즌 모금을 하고 광고를 만들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임현동 기자

"7년 전부터 강제징용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일본 정부가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 하는 걸 보고 때가 왔다고 판단했죠. 당시 유네스코 위원들에게 조선인 강제징용의 아픔이 서린 군함도가 문화유산에 등재되선 안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쏙 뺀 채 메이지시대 산업혁명유산으로 홍보하는 걸 보고 너무나 분통이 터지더군요."    
 
군함도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서교수는 군함도를 8번이나 다녀왔다. 강제징용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유네스코 권고를 일본측이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관광안내서, 홍보영상, 안내판 어느 곳에도 강제징용 사실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최근 나가사키 항 근처에 세워진 '군함도 디지털 뮤지엄'도 마찬가지였다.  
 
2년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군함도. 일본명은 하시마

2년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군함도. 일본명은 하시마

"근현대식 최초의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노동자들이 함께 배우고 놀고 일을 했던 '가족같은 탄광 커뮤니티'였다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었어요. 강제징용 사실을 알 턱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당시 군함도 내 건축기술에 감탄만 하는 걸 보고,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서교수는 이달초부터 군함도 진실 알리기 캠페인을 위한 네티즌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2억원을 목표로 진행중인데, 벌써 5000여명이 참여해 1억5000만원이 모아졌다. 응원댓글도 수만건에 달한다. 서교수는 모금된 돈으로 다음달 5일 세계적 관광명소인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를 싣기로 했다.  
 
이 날을 광고 개시일로 잡은 건, 군함도가 2년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날이기 때문이다. 15초짜리 광고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하시마는 강제징용으로 100명 넘게 죽어나갔던 지옥섬이었다'는 사실이 압축적으로 담긴다. 그가 타임스스퀘어에서 한국홍보 광고를 집행한 건, 독도·동해·아리랑·위안부·비빔밥 등에 이어 이번이 8번째다.  
 
"비영어권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카피를 쉽게 쓰려고 합니다. 비참하게 일하던 강제징용 노동자 사진도 보여주면서 말이죠. 예전부터 뜻을 함께 해온 광고업 관계자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데, 네티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죠. 타임스스퀘어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 광고를 SNS를 통해 전세계에 퍼트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달 말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제작진도 물품 지원으로 힘을 보탰다. 송중기·소지섭 등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 팬클럽도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서교수는 "영화에 임하는 제작진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우리 캠페인과 영화가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가 해저탄광에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가 해저탄광에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CJ 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군함도 바로알기 캠페인에 일본 우익세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극우성향의 산케이 신문이 지난 2월 1면에 '조선인이 하시마에 강제징용됐다는 날조된 사실을 담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게 대표적이다.  
 
서교수는 일본 극우세력의 반발은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도, 두렵지도 않다고 했다.  
 
"2012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광고를 냈을 때도 일본측이 광고를 내리라는 압력을 간접적으로 넣었지요. 일본 영사관의 항의도 있었고요. 그럴수록 우리는 유리합니다. 이슈가 더욱 커지니까. 이번 광고도 그런 압력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메일과 전화가 오고, 대학 총장 앞으로 항의편지도 배달되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일본 우익으로부터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뿌듯합니다(웃음)."      
 
그는 과거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군함도 문제에서도 일본이 독일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도 2001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촐페어라인 탄광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과 포로들이 이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했는데, 탄광 단지에는 이런 잘못된 역사를 명기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문화유산 등재 전부터 그렇게 반성했기 때문에 주변국들도 반발하지 않았죠. 일본은 왜 그런 성숙한 태도를 보이지 않나요. 안타깝습니다."  
 
서교수는 독도 문제와 달리 군함도와 위안부, 동해 문제는 시끄럽고 강력하지만 세련되게 국제사회에 어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이슈에 대한 세계적 비판여론을 일으켜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며, 광고캠페인이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단 군함도 1차 광고 반응과 분위기를 보고 2차 광고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홍보는 타이밍과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제가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군함도 문제가 몇년새 끝나지 않겠지만, 꾸준히 밀고 나갈 겁니다. 12월 1일까지 일본 측의 움직임이 없으면, 지금까지 모아둔 군함도 관련자료를 유네스코 위원들에게 보고서 형태로 보내 등재철회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이는 유네스코의 위신과도 관련된 문제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독도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자연스럽고 세련된' 방법이다.  
 
"문 대통령이 휴가지로 독도를 택하면 어떨까요. 우리 영토니까 대통령께서 독도에 가서 그곳 주민과 함께 배타고 낚시를 즐기시고, 그 사진이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 자연스레 독도 홍보가 되지 않겠습니까. 전직 대통령처럼 독도를 전격방문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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