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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바람소리···보기만해도 시원한 대나무숲 4곳

대나무숲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랠 만한 곳이다. [중앙포토] 

대나무숲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랠 만한 곳이다. [중앙포토]

대나무숲(대숲)은 한여름의 천연 해열제다. 녹음이 우거진 시원한 대숲에서는 몸과 마음의 열이 스르륵 식는 것만 같다. 대나무 그늘 아래서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거나 서걱서걱 댓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빠지는 죽림욕(竹林浴)은 생각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여의도 면적의 83배에 달하는 241.11㎢의 대숲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로 다듬어진 대숲은 흔하지 않다. 1980년대 초부터 공산품이 대나무 제품을 대체하면서 대나무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대나무 자원도 방치된 것이 이유다. 사람이 대숲의 가치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가꾸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0년대 들어서였다. 
여행자가 안전하게 거닐만한 대숲, 눈과 귀가 절로 청량해지는 대숲을 소개한다. 한해 120만 명이 찾기에 대숲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한다는 담양 죽녹원과 달리 한적한 분위기에서 죽림욕을 즐길 만한 대숲 4곳을 골랐다.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대나무 세 뿌리가 일군 기적
우리나라 맹종죽 80%가 자라고 있는 맹종죽테마파크. 6월까지 죽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맹종죽테마파크]

우리나라 맹종죽 80%가 자라고 있는 맹종죽테마파크. 6월까지 죽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맹종죽테마파크]

맹종죽테마파크에서 바라본 남해. [사진 맹종죽테마파크]

맹종죽테마파크에서 바라본 남해.[사진 맹종죽테마파크]

1927년 경남 거제군(현 거제시) 하청면 면장이었던 신용우씨는 일본으로 산업시찰에 나섰다가 대나무 세 주를 얻었다. 하청면으로 돌아온 신씨는 마을에 대나무를 심었고, 대나무는 사람 손을 타지 않고도 군락을 이루고 숲이 됐다. 바로 그 자리에 조성한 대나무 테마파크가 거제 맹종죽테마파크다. 면적 10만㎡에 이르는 대숲에 대나무 3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대숲 지분을 나눠가진 지주 19명이 합심해 2012년 개장했다. 광활한 대숲을 보면 이곳이 대나무 세 뿌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산책길을 따라 거니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린다. 한해 10만 명의 여행객이 찾아오는데 단체 손님이 없는 주말이 외려 한산하다. 
‘맹종죽’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 중 가장 굵은 대나무종이다. 전남 담양에 가장 흔한 대나무종인 ‘솜대’의 직경이 10㎝ 정도인데 반해 맹종죽은 30㎝에 이르는 것도 흔하다. 맹종죽테마파크는 맹종죽 시배지로, 국내에 자생하는 맹종죽의 80%가 이곳에 있다. 맹종죽테마파크 여황진 관리인은 “날씨가 온화하고 사시사철 소금기 섞인 해풍이 부는 거제의 기후가 맹종죽 생장에 맞춤형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체험비(1인 7000원)를 내면 대나무로 부채·바구니를 만드는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하동 하동공원  
맨발로 산책하는 대숲
부드러운 마사토를 깔아 놓아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섬죽로. [사진 하동군청]

부드러운 마사토를 깔아 놓아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섬죽로. [사진 하동군청]

2016년 4월 개장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는 우리나라에 사는 유일한 자이언트 판다 부부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보금자리다. 에버랜드 명예 사원인 두 판다의 주 임무는 하루 종일 댓잎을 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일이다. 판다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대나무 양만 15~20㎏에 이르는데, 판다의 먹이를 경남 하동에서 공수해 간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곁에 두고 있어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는 하동에서는 주변 오염원이 거의 없어 청정한 대숲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하동에서 대숲 여행지로 이름난 곳은 없다. 하동 대숲 대부분이 자연림으로 남아있어 여행객이 일부러 찾아가 걸을 만한 산책 코스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 하동에서 대숲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하동읍 하동공원이다. 마을 주민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조용한 정취도 그만이다. 2003년 조성한 하동공원은 면적이 16만㎡에 이르는데, 봄에는 벚꽃 여행지, 가을에는 느티나무 단풍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공원 한 편에는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군락지가 있다. 그동안 산책로가 없어 접근이 힘들었는데 2015년 군락지 안에 길을 텄다. 섬죽로로 이름이 붙은 산책 코스가 510m 이어져 있다. 부드러운 마사토가 깔려 있어 맨발로 걸어도 된다. 섬죽로를 빠져나와 하동공원 꼭대기 충혼탑에 다다르면 하동 시내와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연중무휴 무료. 
  
담양 대나무골테마공원 
북적북적한 죽녹원이 싫다면
담양 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죽림욕을 즐기는 가족 여행객. [중앙포토]

담양 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죽림욕을 즐기는 가족 여행객. [중앙포토]

전남 담양은 ‘한국의 죽향(竹鄕), 대나무 고을’이라고 불린다. 마을 있는 곳에 어김없이 대밭을 잇대고 있고, 댓잎 소리 들리는 곳에 마을이 조성돼 있다. 담양에 있는 대숲 면적을 모두 합치면 전국 대숲의 4분의 1에 이를 정도다.
담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대나무 여행지는 2003년 개장한 대나무 테마파크 죽녹원(16만㎡)이다. 하지만 한해 120만 명 이상 찾아드는 관광 명소다보니 대숲의 정취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정한 봄 여행주간(4월 29일∼5월 14일)에는 단 16일 간 18만 여 명이 죽녹원에 모여들기도 했다.
보다 한적한 대숲을 찾는다면 대나무골테마공원으로 방향을 틀어도 좋다. 대나무골테마공원은 전남일보 사진기자였던 신복진(2010년 작고)씨가 정년퇴직 후 가꾼 숲이다. 반듯반듯하게 정돈된 죽녹원에 비해 자연 그대로 숲이라는 느낌을 준다. 산책하면서 맹종죽·분죽·왕대·오죽·조릿대 등 다양한 대나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10만㎡ 부지에 대숲, 소나무숲, 잔디밭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한 바퀴 둘러보는데 40분 걸린다.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우천 시 휴장.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국내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은 소쇄원 입구에도 대나무길이 조성돼 있다. 조선 중종 때 선비 양산보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 살기 위해 꾸민 정원으로 숲과 정자의 어우러짐을 감상할 수 있다. 대숲 오솔길을 지나면 소쇄원의 정자와 계곡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보수공사로 제월당·광풍각 접근은 막혀 있다. 대신 입장료가 10월 30일까지 무료다. 운영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순천 불일암  
법정스님 흔적이 남아있는 길
법정 스님이 18년 동안 머물렀던 전남 순천 불일암 앞 대나무 숲길. [중앙포토]

법정 스님이 18년 동안 머물렀던 전남 순천 불일암 앞 대나무 숲길. [중앙포토]

불일암 후박나무 밑에는 법정스님의 유골 일부가 묻혀 있다. [중앙포토]

불일암 후박나무 밑에는 법정스님의 유골 일부가 묻혀 있다. [중앙포토]

전남 순천 조계산(884m) 자락에는 신라 말기 창건된 송광사가 있다. 송광사는 16개의 암자(큰 절에 딸린 작은 절)를 품고 있는데 이중 가장 유명한 암자가 법정스님(1932~2010)이 수행했던 불일암이다. 본래 이름은 자정암이었는데 75년 법정스님이 중건하면서 불일암으로 불렀다. 
법정스님은 불일암에 75년부터 92년까지 18년 동안 머물렀다. 송광사와 불일암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오솔길 옆으로 대숲이 우거져 있다. 불일암으로 향하는 길은 현재 ‘무소유 숲길’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사실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순천시에서 예산을 조금 들여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약간의 정비를 해 놓은 수준이다. 자동차는커녕 두 사람이 어깨를 견주고 걷기 힘들만큼 좁은 흙길이라 홀로 호젓하게 걸어야 더 편하고 운치 있다.  
송광사 경내를 빠져나와 무소유 숲길로 들어서면 먼저 삼나무숲이 반긴다. 곧이어 갈림길이 나오는데 법정스님이 만든 나무 이정표가 불일암으로 향하는 방향을 알려준다. 갈림길부터 불일암 사이가 그윽한 대나무 향을 즐길 수 있는 대숲 산책로다. 법정스님의 상좌(스승의 대를 잇는 스님)스님이 놓은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송광사에서 불일암까지 30여 분 걸린다. 
불일암은 청빈했던 법정스님의 삶을 빼닮아 소담하다. 스님이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의자와 스님이 쓰던 묵주를 볼 수 있다. 암자 문 앞에는 법정스님이 갓 벗어놓은 것 같은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있다. 스님이 직접 심었다는 후박나무에는 스님의 유골 일부가 묻혀 있다. 운영시간 오전 6시~오후 7시. 입장료(송광사) 어른 3000원 어린이 무료.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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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