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가구는 과학? 아니, 가구는 패션이다

가구만큼 디자인을 따지게 되는 물건도 없다.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 번 집에 들여 놓으면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이런 점에서 프랑스 럭셔리 가구 브랜드 ‘로쉐 보보아’는 일단 믿음이 간다. "인테리어 스페셜리스트이자 탑 글로벌 가구 회사"(가디언), "상류층을 위한 프랑스 가구"(월스트리트저널)라는 언론의 평처럼 1960년 처음 세상에 나온 후 지금까지 트렌드 분석을 통해 당대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국내에선 톱스타 김태희·비 부부의 신혼 가구로 입소문을 탔다. 
톱스타 김태희·비 부부가 로쉐 보보아를 골랐다는 소식에 관심갖는 사람이 많다. [사진 하퍼스바자]

톱스타 김태희·비 부부가 로쉐 보보아를 골랐다는 소식에 관심갖는 사람이 많다. [사진 하퍼스바자]

그런데 이상하다.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ㆍ영국ㆍ중국·한국 등 세계 55개국에 진출한 이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다. 디자이너 없이 어떻게 가구를 만드는 걸까. 6월 13일 서울에 온 로쉐 보보아의 최고경영자(CEO) 쥘르 보난을 만나 물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ㆍ한국가구
6월 13일 논현동 쇼룸에서 만난 로쉐 보보아의 쥘르 보난 CEO. 이 회사는 소속 디자이너 대신 트렌드 리서치팀을 두고 가장 적합한 외부 디자이너를 찾아 협업으로 가구를 만든다. 오종택 기자

6월 13일 논현동 쇼룸에서 만난 로쉐 보보아의 쥘르 보난 CEO. 이 회사는 소속 디자이너 대신 트렌드 리서치팀을 두고 가장 적합한 외부 디자이너를 찾아 협업으로 가구를 만든다. 오종택 기자

디자이너가 없다는데.
“정확히 말하면 회사 소속의 가구 디자이너가 없다는 거다. 내부에 많은 디자이너를 두기 보다 외부 협력 체제로 움직인다. 가구는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만든다.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트렌드 리서치 부서를 운영하는데 거기 소속 디자이너는 한 명 있다. 주력 가구를 만들기보단 외부 디자이너에게 가이드 라인을 주거나 디자인 협의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어떤 디자이너와 협업하나.
“1964년 피에르 폴린을 시작으로 한스 호퍼, 마시모 로사 기니 같은 명성있는 가구 디자이너부터 잠재력있는 신진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미소니까지. 협업 대상은 광범위하다.”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장 폴 고티에. [중앙포토]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장 폴 고티에. [중앙포토]

한국엔 아직 생소하다. 대표작은 뭔가.
“71년 한스 호퍼가 만든 '마 종(Mah Jong)' 소파가 가장 유명하다. 중국 마작 게임을 모티프로 만든 소파인데,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어 조합 방법에 따라 수 십 가지의 새로운 소파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당시엔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이후 브랜드의 아이콘이 됐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매년 새로운 버전의 마 종 소파가 나온다. 장 폴 고티에(2010년), 미소니(2007년)와는 쿠튀르 작품을 만들었다. 2017년 9월엔 일본 기모노를 모티프로 한 패션 디자이너 겐조와의 협업 작품이 나온다.”
로쉐보보아의 대표작 '마 종'(Mar Jong) 소파. 1971년 한스 호퍼가 디자인한 것으로 조각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로쉐보보아의 대표작 '마 종'(Mar Jong) 소파. 1971년 한스 호퍼가 디자인한 것으로 조각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마 종 소파를 다르게 배치한 모습. 

마 종 소파를 다르게 배치한 모습.

 
왜 협업으로 가구를 만드나. 
“더 많은 영감을 얻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다.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다양성’을 품을 수 있다. 회사 소속 디자이너의 디자인만으로 가구를 만들면 아무래도 디자인이 고착돼 비슷한 디자인이 반복되는 걸 피할 수 없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 좀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선택이다.”
2011년 장 폴 고티에와 협업한 소파. 마 종 소파를 고티에르 스타일로 만들었다. 

2011년 장 폴 고티에와 협업한 소파. 마 종 소파를 고티에르 스타일로 만들었다.

 
다른 가구 브랜드에서도 요즘 흔하게 하는 방법인가.
“그렇진 않다. 협업을 하긴 하지만 우리처럼 가구 대부분을 협업으로만 만드는 곳은 없다. 우린 기존 가구회사들이 하지 않는 혁신적인 일들을 벌인다."
 
어떤 혁신을 말하는지.
"기존 가구업계가 관행처럼 해오던 것을 다 깼다. 일단 외부 디자이너를 기용해 모든 가구를 만드는 것이나, 이를 통해 1960년 처음 브랜드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매번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한 가구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도 그렇다. 가구업계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당시 가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패션 매거진 엘르에 광고를 내보낸 것도 혁신적이었다."
로쉐보보아의 길스 보난 CEO. 오종택 기자

로쉐보보아의 길스 보난 CEO. 오종택 기자

패션 매거진에 광고를 한 이유가 있나.
"우리가 생각하는 가구는 ‘패션’과 가깝기 때문이다. 가구는 그 사람의 개성을 보여준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담아내면서 그 시대 트렌드에도 부합해야 한다. 한 가지 모습만 보여주는 가구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오브제가 될수도 있지만, 우리의 방향과는 다르다. 가구란 즐거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업이 쉽지는 않을텐데.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가구가 안 만들어질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엔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2012년 일본계 프랑스인 디자이너 오라 이토와 테이블을 만들 때는 그가 제안한 디자인이 너무 정교해서 계획했던 것보다 2년 뒤인 2014년에야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오라 이토의 테이블을 그해 레드닷 어워드 가구부문 상을 수상했다.)
오라 이토의 테이블. 디자인에 맞게 구현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오라 이토의 테이블. 디자인에 맞게 구현하는 데 2년이 걸렸다.

 
회사 입장에선 손해 아닌가.
"디자이너와의 모든 협업을 경제 논리로만 따지진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이 신뢰할만한 제품이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그 디자인을 제안한 디자이너가 만족할만한 제품이라는 생각에서다."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마시모 로사 기니와 협업한 소파.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마시모 로사 기니와 협업한 소파.

보통 협업 제품이 출시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가구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공정이 비교적 간단한 가구인 소파는 디자인을 받아 첫 번째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3~4개월이 걸린다. 다른 가구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시제품은 매년 4월, 10월에 각각 한달 동안 파리에 있는 프라이빗 쇼룸에 전시하고 전세계 모든 판매점의 바이어를 불러 선보인다. 거기서 선정되지 못한 모델은 재작업을 하거나 아예 상품화하지 않는다.”  
 
패션 유통과 상당히 비슷하다.
“맞다. 우리는 가구지만 패션의 오트 쿠튀르와 상당히 흡사한 구조를 가진다. 그만큼 가구의 창조적 측면에 초점을 둔다. 패션처럼 10월 쇼는 그 다음해 봄ㆍ여름 시즌을, 4월 쇼는 그 해 가을ㆍ겨울 시즌을 겨냥한다. 패션쇼처럼 모든 가구를 다 교체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에 맞는 신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른 가구 브랜드도 이런 쇼를 하나.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쇼를 하는 곳은 우리뿐이다. 그래서 우리를 가장 패셔너블한 프랑스 가구라고 말하더라.(웃음)"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친환경 설계다. 가구를 제작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때가 있다. 이를 가장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디자인적으로도 '에코'를 보여줄 수 있는 가구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 컨셉트를 처음으로 적용시킨 것은 2006년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델쿠르와 함께 한 ‘레전드’ 컬렉션이다. 로쉐 보보아의 ‘친환경 선언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목재 선정부터 운송, 제작까지 모두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나무는 프랑스가 벌목을 허용한 브루고뉴 지방의 숲의 나무를 쓰고 수송에는 디젤 차량을 배제했다. 제작할 땐 짜임 방식(구멍·돌기를 만들어 잇는 방법)을 사용해 접착제와 금속 부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레전드' 북케이스. 디자이너 크루스토퍼 델쿠르의 작품으로, 벌목에서부터 수송, 제작까지 모두 친환경적으로 가구를 만들었다. 

'레전드' 북케이스. 디자이너 크루스토퍼 델쿠르의 작품으로, 벌목에서부터 수송, 제작까지 모두 친환경적으로 가구를 만들었다.

 
다시 협업 얘기를 좀 하자. 협업 디자이너는 어떻게 선정하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명 디자이너 외에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디자인 학교와 연계해 학생을 추천받고 2009년부터는 2년에 한번씩 국가를 바꿔가며 디자인 대회를 열고 있다. 또 많은 디자이너들이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이메일로 자신의 디자인을 우리에게 보내온다. 이 디자인을 디자인 스튜디오 부서와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검토한다.”
2009년 중국에서 개최한 디자인 대회에서 우승한 송 완 조잉의 '아바 체어'(Ava Chair).

2009년 중국에서 개최한 디자인 대회에서 우승한 송 완 조잉의 '아바 체어'(Ava Chair).

 
한국 디자이너와 협업 계획은 없나.
"내가 오히려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싶다. 6~7년 전쯤 파리 디자인 스쿨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과 협업해 콘솔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그때 한국 디자이너 중에 재능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당장 한국 디자이너와의 협업 프로젝트가 있진 않지만,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