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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에 푹 빠진 우리는 '불한당원'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팬덤 현상 분석
 
[매거진M]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5월 17일 개봉, 변성현 감독, 이하 ‘불한당’)의 추이가 심상치 않다.관객 92만 명을 기록하며 극장가 흥행은 다소 부진했지만, 이 영화를 열렬히 지지하는 팬덤 ‘불한당원’이 생겼다.10여 번씩 보는 건 기본.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대관 시사를 진행하고, 굿즈도 만들어 판매 중이다.1400석 가량의 시사회 신청이 2초 만에 마감된 적도 있다.대관 시사는 이후에도 계속 열릴 예정이다. 언더커버 형사인 현수(임시완)와 진짜 조직 폭력배 재호(설경구)의우정보다 깊고 사랑보다 뜨거운 관계를 그린 ‘불한당’. ‘불한당원’은 이 영화에 왜 그토록 매료된 것일까.6월 15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대관 시사를 찾아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라쇼! 불한당원!” ‘불한당원’은 상영 후 기립 박수를 친 후 이렇게 외쳤다. ‘하라쇼’는 극중 “잘했어”라는 뜻의 러시아어 대사다. 객석은 20~30대 여성으로 가득했다. 이 날은 병갑을 연기한 배우 김희원이 자리를 빛냈다. “희원 애기야~”라는 애정 어린 부름에 머리에 화환을 쓴 김희원이 등장하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돌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열기다. 이윽고 이어지는 성대모사 시간. 병갑 의상을 코스프레한 세 명의 팬이 나와, 병갑의 대사를 따라했다. 여느 팬미팅 같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이들의 사랑은 배우 개인뿐 아니라, 영화 ‘불한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희원은 팬들이 뽑은 병갑의 명대사를 즉석에서 선보였다.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고, 팬들은 그의 말 한마디마다 뜨겁게 호응했다. 극 중 병갑은 고아원 시절부터 재호 곁을 지킨 친구였지만 재호와 현수의 관계에서 희생되는 인물이다. “꼭 얘하고만 놀고 싶은 친구. 병갑에게 재호는 그런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불한당’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불한당’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김희원은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를 했고, 참석한 모든 ‘불한당원’에게 선물(화장품)을 안겼다.
  
누아르의 외피를 쓴 멜로여서 좋다
 
“‘불한당’에 ‘감긴’(극중 재호가 현수를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한 말) 건 멜로 정서 때문이죠. 누아르인 줄 알고 봤는데 멜로였어요. 무려 요즘 보기 드문 정통 멜로. 방심하다 더 세게 ‘치였어요’(웃음).” 불한당원 김규림(24)씨의 말이다. 이들은 ‘불한당’을 “누아르의 외피를 쓴 멜로 영화”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재호와 현수는 사랑해선 안 될 이를 사랑해 버린 비극적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상대를 곁에 두려 모든 수를 썼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다. 불한당원은 입을 모아 “복잡한 상황에 놓인 재호, 현수, 병갑 심지어 천 팀장(전혜진)에까지 감정 이입을 했다”고 말했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등이 선보인 섬세한 연기도 큰 몫을 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의도와 상관없이 상황 때문에 관계가 어그러지는 순간이 있죠. ‘불한당’은 어느 누구도 쉽게 단죄할 수 없는 상황을 그린 영화인데, ‘불한당원’은 이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불한당’을 제작한 폴룩스픽쳐스 안은미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면, 퀴어영화를 향한 애정으로 봐야 할까. 여기엔 의견이 나뉜다. “퀴어 코드 때문에 호감을 가졌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호와 현수가 이성애적 사랑이든, 우정이든 중요하지 않다. 두 인물의 처절한 감정에 반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화 '불한당'

영화 '불한당'

불한당원이 한 목소리로 꼽는 N차 관람의 동력은 “해석의 여지”다. “이야기와 상황을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보고 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수가 재호와 천 팀장을 죽인 이유, 재호가 현수의 엄마를 죽인 이유 등등. 영화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은 부분을 팬들은 수많은 해석을 공유하며 메워 갔다. 20대 이소미씨는 “이 과정에서 ‘불한당원’이 탄생했다. 함께 이야기 나눈 후 다시 영화를 보면 몇 번이고 새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짜임새 있는 완성도”다. 다시 봐도 버릴 것 없는 이야기 구성, 입에 달라붙는 쫄깃한 대사, 만화 같은 미장센 등등. 질리지 않은 요소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한국 누아르 영화에 흔히 나오는 룸살롱 장면이 없다는 점”도 여성 팬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다. 20대 장미향씨는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나오는 인물은 극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러시아 여성밖에 없고, 폭력 장면이 다른 한국 남성영화에 비해 적다”고 말했다. 이토록 극진한 사랑에 안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여느 제작자처럼 흥행을 많이 고심해왔어요. 생존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불한당원’의 사랑 덕분에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할 새로운 이유를 찾았어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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