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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에 긴박했던 청와대, 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나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에서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20일 새벽부터 청와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5시쯤 웜비어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실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웜비어 사망 이후 대응책과 정부의 공식 발표 수위 등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외교부가 아닌 대통령 명의의 조전을 보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8시10분부터 주재한 일일 상황점검회의에서 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전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청와대 명의로 조전을 즉각 발송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상황점검회의에는 평소 멤버인 비서실장과 수석들은 물론,국가안보실 소속의 주요 참모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통령 명의의 조전이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발송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날 문 대통령이 미국언론과 했던 인터뷰 발언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북한이 웜비어 군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선의 치료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대단히 개탄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민첩한 대응은 29~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악재(惡材)만 부각되는 최근의 흐름을 고려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4강국(미ㆍ중ㆍ일ㆍ러)’ 중심의 외교를 탈피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해보려던 계획이 잇따른 악재에 부딪히고 있어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말그대로 그동안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지시는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관련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발언과 맞물리며 미국내에서 논란을 낳았다. 
또 여당인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문 대통령과의 면담이 우여곡절속에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핵동결을 전제로 주한 미군 감축과 전략무기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이 돌출적인 악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반응까지 전해졌지만, 청와대는 3일이 지나서야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가 문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되는지는 딱 부러지가 말하기 어렵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게다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없이 대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6·15 대북제안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내 대북여론을 악화시킬 웜비어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변수관리에 나선 것이다. 
 전략분야를 담당하는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미국인 억류자 송환이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ㆍ미가 정상회담 대화와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푼다는 대전제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미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면에 내세워야 할 사안으로 ‘신뢰회복’을 꼽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본지에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자주국방과 다자외교 노선의 방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여전히 굳건한 한ㆍ미 동맹에 근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이어가고 있는 행보에 대해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 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돌발적 성격을 가진 트럼프를 만나 구체적 성과를 내기 보다 ‘직접 만나보니 말로 듣던 것과는 다르네’, ‘미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와 같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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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