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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가로 환수 안 된 일본인 명의 땅 찾기 무더기 소송

경남 밀양시 상남면 기산리의 한 주택 부지(439㎡) 주인 이모씨는 최근 국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국가에 귀속돼야 할 땅”이라는 이유였다. 이 부동산은 이씨가 지난 2014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땅의 '과거'에 오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등기부에는 이씨의 아버지가 1984년 ‘평성정장(平城貞藏)’으로부터 토지를 샀다고 나와 있었다. 검찰의 확인결과 최초 소유자인 평성정장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 밀양에서 대토지를 가졌던 일본인 히라지 테이조였다. 기록이 사실이라면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대한민국의 재산이 됐어야 하는 땅인 것이다.
 
검찰은 세 가지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①이름으로 볼 때 창씨 개명한 조선인이 아니고(창씨 성표와 대조) ②일제 강점기 때 인접 토지가 일본인 소유 농지(귀속분배농지부 기록)였고 ③그 소유자명도 평성정장으로 기록됐다는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일제강정기에 일본인이 가졌던 모든 땅은 1945년 8월 미군정에게 귀속됐고 이후 1949년 귀속재산처리법을 근거로 대한민국의 재산이 됐다. 하지만 광복 후 미군정 체제와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거치면서 관련 토지 대장들이 누락ㆍ소실돼 아직까지 환수가 안 된 일본인 명의 땅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뒷받침했던 조선식산은행. 검찰이 경남 밀양에서 과거 조선식산은행 명의였던 대규모 땅을 찾아냈다. [중앙포토]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뒷받침했던조선식산은행. 검찰이 경남 밀양에서 과거조선식산은행명의였던 대규모 땅을 찾아냈다. [중앙포토]

 
검찰은 이 땅을 환수하기 위해 창원지원 밀양지원 민사부에 소송(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을 내 이번 주부터 재판에 들어간다. 원고는 대한민국이며, 법률상 대표자는 법무부 장관(또는 직무대행)이다.
 
이처럼 국가 소유가 됐어야 할 일제강점기 일본인 땅을 되찾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은 일본인 명의 땅을 해방 후 자신 앞으로 불법 등기한 10건(사람 기준 11명)을 찾아내 그들이 소유한 총 5만8000여㎡를 국가귀속 대상 재산으로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월 신설된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의 성과다. 이 팀 관계자는 “곧 전국 여러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는데 그 결과를 봐 가면서 계속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일부는 소유주는 토지 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70년 넘게 바로잡지 못한 소유권을 되찾는 작업에는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다. 조달청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토지대장을 정리·추적해 왔고, 의심스러운 샘플을 검찰에 넘겨 도움을 요청했다. 검찰은 올해 초 조달청으로부터 ‘국유화 조사대상 토지’ 자료를 받아 추적했다. 등본 등을 조사해 최초 소유자와 이후 소유자의 취득 과정을 확인해 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일제 때 소유자 이름을 ‘일제강점기 거주 일본인 명단’ 등과 대조해 일치할 경우 환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현 소유자(한국인)의 취득 근거가 명확치 않을 경우 환수 소송을 진행했다.
 
역할 찾는 법무-검찰
검찰의 환수 소송제기에 대해 법조계에선 내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이 새 역할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해서 구속하는 게 임무의 다가 아니다. 법률전문가로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조직 내부에선 국가소송, 행정소송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규모를 키우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사건 송무업무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비숫한 분위기다. 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는대로 송무행정 및 인권ㆍ범죄예방 등의 부서에 무게를 둔 직제 개편을 검토할 것이란 얘기가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외부에서 메스를 대기 전에 검찰 스스로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3건)과 충남 천안을 비롯해 강원,경북, 전남 등에서 추가 사례가 포착됐다. 경남 밀양시 삼랑리 56㎡ 대지의 주인 정모씨는 2001년 증여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지만 이곳은 일본인(모리야스 히데오)의 땅이었다.
 
검찰은 이들이 가짜 증인이나 허위 보증서를 내세워 국가에 귀속돼야 할 땅을 가로챈 것으로 봤다. 1980년대에는 2명 이상의 증인(인우보증)이 매매 사실을 진술한 서류를 내면 등기를 이전할 수 있었던 법률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선식산은행 명의의 토지도 발견해 소송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식산은행은 일제가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적 식민통치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라며 “이 기관으로부터 거래를 통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을 가지게 됐다는 피고 측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숭례문 부실공사도 소송
 
검찰은 ‘숭례문 부실 복원사업’과 관련해서도 단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검찰은 ‘숭례문 부실 복원사업’과 관련해서도 단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검찰은 '숭례문 부실 복원사업'과 관련해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이 5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됐지만 복원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재료가 사용되는 등 부실 투성이라는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값싼 화학접착제 사용으로 공사과정에서 부당이익 등을 챙긴 단청장 및 단청기술자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소송 가액은 4억9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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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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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