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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 죽은 소녀 그리고 소노 시온 (인터뷰)


[매거진M] ‘안티포르노’ 소노 시온 감독 인터뷰  

소노 시온 감독, 로망포르노영화 '안티포르노' 촬영 세트에서 [사진 오렌지옐로하임]

소노 시온 감독, 로망포르노영화 '안티포르노' 촬영 세트에서 [사진 오렌지옐로하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유키사다 이사오부터 ‘링’(1998)의 나카다 히데오, ‘두더지’(2011)의 소노 시온 등. 일본 닛카츠 스튜디오의 로망포르노 탄생 45주년 리부트 프로젝트(이하 ‘로포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섯 명의 일본 중견 감독에겐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남성의 전유물로 소비돼 온 기존 로망포르노 장르를, 여성의 시각과 감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달라는 것. 가장 도전적인 결과물을 선보인 이는 소노 시온 감독이다. 포르노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안티포르노’(6월 15일 개봉)란 제목답게, 남성 위주의 시각에 포박당한 여성들의 진정한 자유를 고민했다. e-메일로 청한 인터뷰에, 소노 시온 감독이 일본에서 직접 답변을 보내왔다. 레즈비언 멜로 ‘화이트 릴리’(8월 17일 개봉)를 연출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에 이어, magazineM의 두 번째 로포리 프로젝트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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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로망포르노를 만들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나도 옛날엔 영화관에서 닛카츠 로망포르노를 많이 봤다. 젊었기 때문에(웃음). 영화 하나하나의 개성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야하다는 인상이었다.”
기억에 남는 로망포르노라면.
“이케다 토시하루 감독을 좋아하는데 단 한 편을 꼽자면 ‘천사의 창자-붉은 춘화’(1981). 제일 에로틱하고 섹시하다.”
로포리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라면.
“요즘은 AV(Adult Video)도 많고, 스마트폰으로도 포르노를 볼 수 있는 시대여서 그것과 같아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더 재미있게 할까, 고민하다가 기존 포르노에 저항하는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제목도 안티포르노(Antiporno) 그대로 지었다.”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의 주인공 쿄코(토미테 아미)는 자신이 쓰는 가학적인 소설의 주인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영감을 얻는 작업 방식으로 스타가 된 예술가다. 생활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화려한 원색의 방에서 깨어난 쿄코는 자신이 포르노를 촬영 중인 고등학생일지 모른다는 환상에 시달린다. “이 땅의 여자들은 모두 ‘자유로운 척’할 뿐”이라고 부르짖으면서도, 스스로를 전시하며 살아가는 쿄코. 어쩌면 그는 남성 중심 문화가 낳은 비극적인 존재다. 영화는 탐욕스러운 시선에 발가벗겨진 그의 자아 분열적인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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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테 아미는 어떤 면에서 쿄코 역에 적격이었나.
“그는 AKB48 연습생이었고, 그라비아도 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상품화된 여성을 상징할 수 있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편집자주: AKB48은 2005년 결성한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전용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하며 팬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쿄코의 작업 방식이 독특한데.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에 둘러싸여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가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쿄코가 쓰고 있는 소설 속 캐릭터들을 영화에 직접 등장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환상과 현실이 끊임없이 전복되는 구조를 취했는데.
“나도 항상 영화를 만들다 보면, 현실과 영화를 착각해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쿄코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포르노영화 촬영팀은 모두 남자로 구성돼 있다. 일본 영화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일본 사회에서 남성 중심 문화에 구속당하는 여성을 영화 촬영 현장의 풍경으로 은유했을 뿐이다. 실제 ‘안티포르노’ 현장에는 촬영감독 등 여성 스태프가 많았다. 일본 영화계에서 여성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쿄코의 죽은 여동생과 유령일지 모를 한 무리의 소녀들이 자꾸 등장한다. 그들의 존재는 무엇을 상징하나.
“이 영화를 만들던 시기에 삶에 회의감을 느낀 어느 일본 소녀가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왜 회의감을 느꼈을까. 시대를 반영한다는 의미에서도, 그 사건에 흥미를 느껴 바로 영화에 도입했다.”
여동생의 유령이 피아노로 반복해서 연주하는 곡의 의미는.
“그것에는 딱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

 
‘안티포르노’에는 소노 시온 감독이 직관적인 영감으로 새겨 넣은 요소들도 적지 않은 듯했다. 이를테면, 쿄코의 집 세트에는 침대와 변기, 프로젝터를 갖춘 번듯한 거실이 있지만 정작 음식을 조리할 부엌이나 몸 전체를 씻을 만한 공간은 없다. 연극 무대나 전시장 같은 인상을 주는 이유다. 이에 소노 시온 감독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쿄코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쿄코의 집은 누군가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말로 이해됐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면.
“마지막에 쿄코의 몸 위로 여러 색의 페인트가 떨어지는 신. 한 번밖에 촬영할 수 없어서 긴장했는데 성공해서 정말 기뻤다.”
쿄코는 현대 여성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허울에 속고 있다고 부르짖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신 역시 ‘안티포르노’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소재로 이용되는 또 한 명의 여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의도라기 보단, 1960~197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그처럼 복잡한 구성의 영화들을 좋아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안티포르노’에 어울릴 것 같았다.” 
 
 
어떤 관객들에게 ‘안티포르노’는 다 보고 나서도 무언가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남는 영화다. 그 답답함이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성들이 쟁취해야 하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소노 시온 감독은 그 답변을 극중 쿄코의 대사로 대신했다. 
“지금 사회가 여성에게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상태가 결코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는 데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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