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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대신할 천연물질, 자생 곰팡이서 찾았다

곰팡이와 조류의 공생체인 지의류. 지의류 곰팡이에서 농약 대체 천연물질이 분리됐다. [사진 국립생태원]

곰팡이와 조류의 공생체인 지의류. 지의류 곰팡이에서 농약 대체 천연물질이 분리됐다. [사진 국립생태원]

멜론·참외·수박 등 식물에 기생하며 병을 일으켜 식물을 말라죽게 하는 뿌리혹선충(線蟲). 국내 연구팀이 이 뿌리혹선충을 억제하는 천연물질을 자생 곰팡이에서 찾아냈다. 장기적으로 이들 식물에 쓰이는 화학농약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고체 배지에 배양한 곰팡이 자일라리아 그람미카. 이 곰팡이는 농약 대체 천연물질을 생산한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고체 배지에 배양한 곰팡이 자일라리아 그람미카. 이 곰팡이는 농약 대체 천연물질을 생산한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백운석)과 전남대 김진철(농식품생명화학부) 교수팀은 2015년부터 2년간 연구 끝에 뿌리혹선충을 죽이고 알 부화를 억제하는 천연물질을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뿌리혹선충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뿌리혹선충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뿌리혹선충이나 소나무재선충 등 선충은 식물을 말라죽게 하는 원인 생물이다. 크기가 수백㎛(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에서 수㎜ 정도다.
 
이번에 찾아낸 천연물질은 국내 자생 지의류(地衣類)의 하나인 메네가지아(Menegazzia Sp.)를 구성하는 곰팡이 '자일라리아 그람미카(Xylaria grammica)'에서 분리해냈다. 지의류는 곰팡이와 조류(藻類)의 공생체다. 지의류는 공생체를 이루는 곰팡이가 만든 물질인 셈이다. 
 
연구팀 분석결과 이 천연물질은 2001년 영국 화학자가 처음 발견한 천연물질인 그람미신(grammicin)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뿌리혹선충을 죽이는 친환경 농약 트랜스-신남알데히드(trans-cinnamaldehyde)과 이 물질의 효능을 비교했다. 트랜스-신남알데히드는 계피에서 추출한 물질로 살(殺)선충 효과가 뛰어나 유기농업 등에 활용된다. 
 
비교 실험 결과, 뿌리혹선충 알의 부화 억제율이 50% 수준을 보이는 농도(LC50, 반수 치사 농도)가 그람미신은 mL당 3.0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인데 비해 트랜스-신남알데히드는 7.75㎍이었다. 그람미신은 트랜스-신남알데히드보다 60% 정도 낮은 농도에서도 같은 효능을 보였다.
 
또 뿌리혹선충의 50%를 죽이는 농도(LC50)의 경우 그람미신이 11.33㎍/mL이었지만 트랜스-신남알데히드는 14.24㎍/mL였다. 트랜스-신남알데히드는 20% 더 높은 농도가 필요했다. 결국 곰팡이에서 추출한 그람미신의 효능이 계피에서 추출한 것보다 더 뛰어난 셈이다.
그람미신을 처리하지 않은 멜론. 뿌리혹선충으로 인해 말라죽는 등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그람미신을 처리하지 않은 멜론. 뿌리혹선충으로 인해 말라죽는 등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그람미신이 함유된 배양액을 뿌린 멜론. 뿌리혹선충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그람미신이 함유된 배양액을 뿌린 멜론. 뿌리혹선충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뿌리혹선충 피해가 발생한 멜론 재배지에 이 곰팡이 배양액을 5배 희석해 투여한 결과, 67.8%의 방제 효율을 얻었다. 반면 화학농약인 포스티아제이트를 농약사용지침에 따라 2000배 희석해 사용한 결과, 방제 효율은 42.9%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 배창환 연구관은 “곰팡이 배양액을 5배 희석한 것은 나중에 제품 개발 후 적용할 때 화학농약과의 비용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최종 개발 후 천연물질이 가격이 다소 높을 수는 있지만 인체에 무해한 천연물질이란 점을 감안하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람미신과 같은 천연 식물보호제는 화학 농약에 비해 연구개발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물질과 곰팡이 균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최근에는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투고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천연식물보호제 분야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연간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 2016년에는 33억 달러였다. 2020년에는 6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6월 기준으로 모두 35개의 천연식물보호제가 등록돼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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