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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남북관계에도 악재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한 조사,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언급 등 발언 파문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웜비어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월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코마)상태로 귀환한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숨지면서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웜비어가 풀려 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만 해도 향후 북미관계가 좋아 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모색중인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공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웜비어가 삭발한 채, 코에 호스를 꽂고 귀국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 그가 급기야 사망하자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1년 이상 치료를 해 왔지만 상태가 위중해 지자 미국측에 신병을 넘긴 것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조전(弔電)을 보내 유가족들을 위로했지만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정부안에서도 나온다. 현 정부는 선거 이전부터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조건이나 상황을 맞추도록 노력하겠지만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는 입장도 있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지난 15일 톰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접견하면서 “미국과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지만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국내외 여론이 나빠질 경우 ‘나홀로’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웜비어가 깨어 났다면 북미관계가 좋아지는데 큰 역할을 했을 수 있었다”며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워낙 (한미)양쪽다 민감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으로 답변하는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이날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고, 정부의 대책과 관련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시도가 발등의 불인 데다, 한국인 억류자들의 석방을 위해서도 북한과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북한에는 한국인 6명이 억류돼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제의에 닷새째 반응이 없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북한도 나름대로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고심중일 것”이라며 “북한은 코너에 몰릴 경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격적인 대화제의 등 극단적인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웜비어 송환 직후인 지난 14일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겠다며 통일부에 시범단의 방한을 신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태권도 대표단의 방한은 비정치적인 민간 교류차원이어서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연관돼 있는 부분이 많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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