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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마법, 세계인 홀리다

[르포] 힙스터의 성지, 베를린
독일 수도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젊은이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아크로바틱 체조를 즐기고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잿빛 어두운 이미지에 갇혔던 베를린은 통일 27주년을 맞는 지금 예술도시로 거듭나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핫스폿이 되고 있다. [사진 손관승]

독일 수도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젊은이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아크로바틱 체조를 즐기고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잿빛 어두운 이미지에 갇혔던 베를린은 통일 27주년을 맞는 지금 예술도시로 거듭나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핫스폿이 되고 있다. [사진 손관승]

베를린의 ‘마르크트 할레 9’은 독일제국 시대인 1891년 처음 문을 연 재래시장으로 12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통일 전 서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와 동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이 합쳐진 구(區)의 아이젠반슈트라세에 위치해 있다. 현재의 마르크트 할레 9은 먹거리만을 파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식재료와 음식, 문화가 함께 만나는 신개념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벽 주변 폐허 건물들
예술가들 창작 공간으로
분단의 역사 스토리텔링
도시 재생 혁신 성공하자
젊은이 몰리며 경제 도약

 
마르크트 할레 9뿐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무차별 폭격으로 ‘그라운드 제로’ 폐허가 돼 버렸고, 분단 시절 동서로 갈라졌던 베를린 전역이 화려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로 통일 27주년, 수도 이전 18년째를 맞는 베를린은 지금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젊은이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핫스폿(Hot Spot)’이다.
 
아직 잔존해 있는 베를린장벽 1.3㎞를 완벽한 미술품으로 재탄생시킨 이스트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 야외 예술품이다. 이곳을 비롯, 베를린 시내 전체가 흡사 오픈 에어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동베를린 중심지인 미테에는 자고 나면 갤러리가 새로 생길 정도다.
 
미술관이 된 나치의 벙커,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스파이 브릿지’의 무대이자 스파이 교환의 다리로 유명한 글리니케 다리, 미 중앙정보국(CIA)과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대치했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세계 최고의 스파이 대장 마르쿠스 볼프의 자취가 담긴 스파이 유적지,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유산을 모아 놓은 동독문서관리청, 동방정책의 주역인 빌리 브란트 총리의 최측근 스파이 귄터 기욤의 무덤 등등. 파란만장한 역사적 무대들이 잘 정비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 장벽 주변의 쓰러져 가던 폐허 건물들은 이제 오히려 도시 재생의 화려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테를 비롯해 프렌츨라우어베르크, 포츠담광장, 크로이츠베르크 등 과거 냉전의 최전선은 이제 예술의 최전선이 됐다.
 
괴테 인스티투트 베를린 원장인 가브리엘레 가울러 박사는 “나치와 분단, 그리고 통일 등 독일 현대사의 특별한 경험이 도시 재생의 커다란 자본이며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매력적으로 비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울러 원장은 “무엇보다 오픈 마인드, 베를린의 열려 있는 분위기가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런던·도쿄 등 개별 프로젝트로 유명한 세계의 도시들은 많지만 도시 전체적으로 베를린만큼 도시 재생 사업이 활발하고 또 성공적으로 진행된 곳은 드물다. 베를린은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힙스터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문화를 추구하는 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냉전과 분단, 통일의 아이콘인 베를린의 도시 재생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막대한 통일 비용이 소요됐던 까닭에 통일 후 10년이 지난 2000년이 되어서도 도시 곳곳에 버려진 건물들이 즐비하고 마치 폭격 맞은 것처럼 황폐한 풍경이었다. 투자유치기관인 ‘베를린 파트너’의 크리스틴 베르게스는 이렇게 말한다. “베를린 지방정부는 통일 직후 제1차 도시 정비 사업 지역으로 장벽 부근에 있던 22개 지역을 선정해 집중 투자했습니다. 그럼에도 2005년 베를린의 실업률은 무려 15%까지 치솟아 실패한 도시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지요.”
 
버려진 땅, 구제 불능의 도시처럼 여겨진 베를린에 활력과 영감을 불어넣은 마법사는 예술가와 문화인들이었다. 이들은 전쟁과 분단의 후유증으로 버려진 공간을 스튜디오로 사용해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독창적인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미술·디자인·건축·사진·음악 등 예술 거의 전 분야에서 베를린은 혁신을 이끌었다. 그러자 이 소문을 듣고 외국에서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호텔 건축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서서히 경제가 꿈틀거리며 성장했다.
 
최근 그 동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룹은 스타트업이다. 독일 전역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젊은이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들고 있다. 2014년의 경우 무려 17만4000명이 이 도시로 이주해 왔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외국에서 온 젊은이들이었다는 통계가 입증한다.
 
‘미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지원은 창조경제 부문에 집중됐다. 덕분에 포츠담광장 등 베를린 시내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경연장이 됐다. 인구 350만 명인 베를린에서 현재 문화와 창조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16만5000명이나 된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베를린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위대한 도시를 만들어냈다”고 극찬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재생 뉴딜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이 정책은 매년 공적 재원 10조원을 투입해 공공 주도로 쇠락해진 도심과 달동네의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산업 기능이 쇠퇴한 곳에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신산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이다. 과연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 사업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젠트리피케이션(도시 재개발로 임차료가 급상승해 서민과 소규모 상점들이 떠나는 현상)은 무슨 방법으로 최소화할 것인지 기대와 함께 의심스러운 시각도 공존하는 현실이다.
 
매력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베를린의 거대한 도시 재생 현장을 발로 누비며 그 해답을 찾아봤다.
 
 
베를린=손관승 전 iMBC 대표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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