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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건축] 도시재생, 과정의 미학

조재원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바야흐로 도시재생이 화두다. 새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매년 공적 재원 10조원을 투입하기로 발표했다. 서울시는 한발 앞서 2014년부터 여러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운상가 일대를 보행 중심축이자 창의제조산업기지로 만드는 ‘다시·세운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세운상가 가동과 대림상가를 잇는 1단계 공중보행로가 8월 완공을 앞둔 가운데, 얼마 전 서울시는 2단계 구간(삼풍상가~진양상가~남산순환로)에 대한 국제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으로 이탈리아 모도스튜디오의 ‘열린도시플랫폼’이 선정됐다. 지난 3월에는 세운상가 동측, 종묘와 청계천 사이의 3만㎡ 면적의 세운4구역 기본설계 국제공모에서 네덜란드 KCAP의 ‘서울세운그라운즈’가 선정된 바 있다.
 
‘다시·세운프로젝트’ 설계공모 당선작의 제목-‘현대적인 토속(공중보행로 1단계)’ ‘열린도시플랫폼’ ‘서울세운그라운즈’-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바로 해당 지역의 역사를 존중·보존하며, 공동체의 참여로 새로운 공간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재생 없는 공간의 재생은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의 열쇠는 인적·물적 변화를 주목하면서도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계획안에 제시된 멋진 청사진 너머로 다시·세운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인 민관 협력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다.
 
 
올여름 서울 세운상가 옆에 들어설 광장과 상가 건물 주변을 둘러싼 공중 보행 공간 조감도. [중앙포토]

올여름 서울 세운상가 옆에 들어설 광장과 상가 건물 주변을 둘러싼 공중 보행 공간 조감도. [중앙포토]

일례로 민간단체인 세운공공은 서울시와 협력해 세운상가 주민 스스로 자생조직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관과 민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조정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세운리빙랩은 세운상가 기술장인들과 외부 크리에이터를 잇는 협업의 장을 시도하고 있다. 수리장인들이 모인 수리협동조합은 서울시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고쳐주는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또한 청년 창업지원을 위한 팹랩, 씨즈, 서울시립대 씨티캠퍼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상가 곳곳에 입주해 새 구성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세운상가 일대의 기존 주민과 이 지역의 미래를 일굴 새로운 사람을 연결하는 판(마당)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예전 성장·개발시대의 도시계획은 주로 큰 구호와 멋진 ‘그림’이었다. 그게 자본과 수요자를 설득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동력은 ‘서사’다. 그것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미시적인 서사다. 도시재생은 개별 지역의 이야기(서사)를 간직하면서도 그에 더하여 새로운 공동체에 빈 캔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그 과정이 순환돼야 한다. 결과의 미학이 아닌 과정의 미학인 것이다.
 
사단법인 공공네트워크에서 발행한 『세운사람들』은 지난 세월 세운상가와 함께해 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세운상가를 터전 삼아 온 이들의 독특한 이력서다. 세운상가의 부활을 희망하면서도 화려한 수사를 앞세운 최근의 변화상에 어색해하는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목소리들이 작아지지도, 흩어지지도 않고 큰 화음의 중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재원 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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