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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대북관계 속도보다 지구전, 서로 이익되는 접점 찾아야

남북관계 새 해법이 필요한 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고 남북관계는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민간 교류의 물꼬를 텄지만 북한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방북을 불허하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 국면에서 대화와 교류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고민스러워졌다.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개성공단의 재개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개성공단 출범 당시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을 맡았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개성공단 재개 의사를 피력하면서다. 개성공단을 두고 다른 사업을 할 경우 남북한이 서로 위험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많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는 그동안 두 차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보수·진보가 함께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대북정책을 만들자”를 제안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여야+시민 ‘통일위원회’를 만들어 중장기 대북 전략을 짜자”고 제안했다.
 
분과위원들은 그 기세를 이어 지난주에 다시 모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보고 향후 추진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병연(서울대 교수) 분과장은 “과거 북한을 경험했던 관점으로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북한의 경제가 차원이 다르게 풀려가는 상황에서 과거 북한을 경험했던 외교안보 라인은 사고를 한 단계 점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해 얻고자 했던 확실한 니즈(needs)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며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이 시혜자이고 자신이 수혜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과거 방식으로 접근하면 북한이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북한의 변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건식(전 통일부 차관)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사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모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남 라인을 보면 과거에 비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남 라인은 과거와 달리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군인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노동당 외곽 기구였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무위원회 산하로 옮겼고 지난 4월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산하에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했다. 이런 조직들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 라인이 상당 부분 조정됐으며 그들이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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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방북 행사보다는 스포츠·학술 등을 통해 다양한 접촉면을 넓혀 북한의 생각을 알고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한국건설관리학회 한반도통일건설산업위원장도 이에 동의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남북한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단순한 제조기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고 소통을 하는 공간이므로 재개할 때 접촉면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과위원들은 지난 5일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방북을 거부한 것에 대한 평가와 대책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양창석(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지원사업은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한 뒤 “인도적 지원보다 민간 위주의 경제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기업인 방북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중소병원 지어주기 등 추진할 만”
 
반면 박영호 교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박 교수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북한이 비록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거부했지만 다른 지원 분야는 다를 수 있다”며 “북한도 계속 거부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북한이 인도적 지원에 대한 거부 입장으로 계속 유지할 것 같지 않다”며 “인도적 지원사업을 포기하지 말고 체계적인 아이템을 제시하면서 개발협력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고 덧붙였다. 조건식 위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 지원이 아닌 개발협력”이라며 “예를 들어 북한의 지방에 중소 병원을 지어주면 많은 부대사업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영 민주평통 서울사회복지분과 간사는 한국의 의료진이 북한에 가서 환자를 진료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김 간사는 “인도적인 측면과 민간 교류 측면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과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조바심을 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박영호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월 출발해 시간이 촉박하고 체제 정비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은 공약에 나왔던 원칙만 제시하면서 한 템포 쉰다는 의미에서 8월 15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욱 변호사도 거들었다. 그는 “협상이란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사람이 지는 것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과정에 개성공단의 재개 문제도 나왔다. 통일부·외교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에 재개는 어렵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저촉 문제를 엄밀히 따지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다.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진행할 때 미국은 매우 반대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당시에도 제재는 존재했다”며 “법적인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분리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바세나르 협정과 대북 송전 등이 문제였다. 바세나르 협정은 전략물자 수출통제협정으로 기계·계측장비와 금속·전자장비들을 북한으로 반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을 설득해 결국 개성공단은 2005년부터 가동했다. 유욱 변호사는 “개성공단은 지난 남북관계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의지를 갖고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통일전문기자) 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이경주·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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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