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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개념정리 안 되면 창조경제 재탕될 수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지난 13일엔 공약대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주관 부처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의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의가 모호해 관련 논의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어서 자칫 ‘녹색경제’나 ‘창조경제’처럼 반짝 유행하고 잊히는 구호가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은 지난해 초 이 단어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을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의다. ‘4차 산업혁명 회의론자’들은 “최근의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내세운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1차 산업혁명이나 전기의 발명이 이끈 2차 산업혁명은 각각 공업화와 대량생산 체제라는 경제 구조의 변화를 몰고 왔다. 매번 생산성이 무섭게 증대하며 큰 부를 쌓은 자본가 계층이 등장하고, 인구가 급격히 느는 등 경제·사회 전반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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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이렇다 할 생산성의 향상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컴퓨터·인터넷의 등장을 3차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이라며 “사실상 인터넷 기술이 첨단화된 것뿐인 최근 추세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것은 무리라는 게 경제학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도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남발돼서는 안 되는 이유로 꼽힌다. 이 용어를 처음 제안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도 4차 산업혁명의 정확한 실체가 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막연히 ▶인터넷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통신과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IoT 사회 ▶로봇 기술의 발달로 확산되는 무인생산시스템 등을 4차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짐작할 뿐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은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정부 세미나나 연구소 자료에서도 무엇이 4차 산업혁명인지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선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모두 두루뭉수리하게 끝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또 “같은 이유에서 일반인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또는 기대감만 품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유난히 국내에서만 부각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에 우리 정부의 정책을 알리거나 학술적 논의를 진행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미국에선 정보통신기술 혁신의 흐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이름 붙이고 오래전부터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며 “우리만 동떨어진 표현을 계속 쓸 경우 기술 발전과 관련한 세계적 논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우리만의 용어를 정립해 정책 및 사회적 논의의 수준을 올리자고 제언한다. 논란 끝에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생명력을 잃게 되면 자칫 관련한 정부 정책과 조직이 모두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지 못했던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는 지난 정부가 힘을 잃자마자 빠른 속도로 잊혀졌다”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나 중국의 ‘제조2025’같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회적 합의를 담아낸 구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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