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10층에서 창밖으로 아이 던져 구출"… 불길 피해 뛰어내리는 주민도

14일 대형화재가 발생한 그렌펠 타워 일대는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24층 아파트가 전소할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건물 인근에 모여든 목격자들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진 불길이 건물을 집어삼킬 듯이 타고 올라갔다“고 전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불타는 건물에 갇혀 속수무책이었다. 소방차 40여 대가 출동했지만 물은 10층 높이까지만 닿을 뿐이었다. 주민들은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소방관 가운데 선발대로 현장에 도착한 조디 마틴은 가디언에 “건물 주변을 둘러봤지만, 비상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건물 잔해들이 마구 떨어졌다”며 “겨우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복도에 연기가 자욱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건물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12일 발생한 런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캡처 사진. 런던 시민들이 불이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 발생한 런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캡처 사진. 런던 시민들이 불이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비규환 속에서 주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침대보로 줄을 만들어 건물 밖으로 늘어뜨리는가 하면, 불길을 견디지 못하고 뛰어내리는 사람도 생겼다.  
 
아이만은 살리겠다며 창문 밖으로 내던진 주민을 봤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사미라 람라니는 “9층인가 10층 높이의 집에서 창문이 열렸고 한 여성이 아기를 창밖으로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며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 아기를 받아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층마다 수많은 사람이 창문으로 아이를 던지려고 했다”며 “그들의 절박하고 끔찍한 비명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재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캡처 사진. 자정이 넘어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건물 내부에 수백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화재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캡처 사진. 자정이 넘어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건물 내부에 수백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간신히 건물을 탈출한 생존자들은 건물이 화재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건물 상층부에 살았다는 한 생존자는 “불이 났을 때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옆집 사람들이 소리지르는 걸 듣고 알았다”며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 생존자는 또 “건물 주변에 소방차를 주차할 공간조차 충분치 않다”며 “언젠가는 일어났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건물에서는 화재로 인한 잔해가 계속 떨어졌고 간혹 폭발음과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화재가 진압되 뒤에도 건물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려, 건물에 진입한 소방대원들은 시위 방지용 ‘방패’를 머리 위로 쳐든 채 조심스레 움직여야만 했다. 소방 당국은 조사 결과 “붕괴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건물이 붕괴할 사태를 대비해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화재로 건물 인근 간선 도로가 폐쇄됐고, 지하철은 해당 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소방관들이 건물 상층부까지 진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불이 난 시간에 해당 건물에 몇 명이 머물고 있었는지, 희생자 규모가 얼마가 될 지 등은 정확히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피해 여부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직은 한국인 피해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날이 밝으면서 시뻘겋게 타오르던 불길은 잡혔지만, 건물 내부의 불은 계속 됐고, 검은 연기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해당 건물은 시가 소유한 임대 아파트다. 1974년 지어진 건물로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쳤다. 위치는 영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노팅힐과 가깝지만 아랍계 등 다양한 인종의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다.  
 
화재가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일어나 그나마 생존한 이들이 늘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라마단 기간에는 밤에만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 때 깨어있는 무슬림 주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14일 오전 화재 진압 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 파편이 흩날려 시위현장에서 사용하는 방패를 머리 위에 든 채 움직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오전 화재 진압 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 파편이 흩날려 시위현장에서 사용하는 방패를 머리 위에 든 채 움직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재 원인과 관련해 건물 인근에 사는 한 목격자는 AP통신에 “현장에 도착했더니 4층에 산다는 남성이 이웃들에게 자신의 집 냉장고에서 불이 시작했다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는데 이렇게 빨리 불이 번질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7층에서 대피한 니키 파라마잔은 “지난해 건물 난방시스템이 교체됐다”며 “가스로 추정되는 푸른 불꽃이 이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이번 화재를 “중대 사건”이라고 선포했다. 최근 대형 테러를 잇따라 겪은 데 이어 대형 화재까지 발생함에 따라 영국 사회는 극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sunty@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