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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경기도발 외고ㆍ자사고 폐지 바람, 다른 시ㆍ도로 확대될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교육감 등은 국정기획자문위에 외고, 자사고의 폐지를 국가 의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중앙포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교육감 등은 국정기획자문위에 외고, 자사고의 폐지를 국가 의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중앙포토]

 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2020년까지 도내 외고ㆍ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면서 외고ㆍ자사고 정책의 향방에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 6월 14일자 12면> 
 
 문재인 대통령도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폐지 바람'이 경기도를 넘어 다른 시·도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Q&A를 통해 외고ㆍ자사고 정책의 향배와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경기도 외에 외고ㆍ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있는 곳은.
서울교육청도 외고ㆍ자사고의 폐지 또는 학생선발권 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는 28일 세화고ㆍ경문고ㆍ장훈고ㆍ서울외고 등 4곳의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외고ㆍ자사고 정책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논의 중인 단계다. 재지정 심사를 통해 지정 취소하려는 경기교육청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바람이 또 다른 시·도 교육청으로도 확산될까. 
현재로선 확산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교 서열화’를 비판해온 진보교육감이 있는 다른 지역(부산·인천·광주·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제주)에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관할 교육청의 평가를 거쳐 재지정되며, 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외고ㆍ자사고에 대한 입장이 진보 교육감들과 별 차이가 없어 동의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폐지 시기와 방식은 어떻게 되나.
새 정부의 로드맵이 완성되지 않아 아직 확실치 않다. 또 다른 시·도도 경기도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지 여부가 미지수다. 원래 재지정 심사는 평가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기도처럼 교육감이 애초에 일괄 탈락시키겠다고 맘 먹고 형식적인 평가를 한다면, 제도 취지에 벗어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법적 다툼을 불러올 수도 있다. 외고ㆍ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안정책연구소장도 “재지정 심사엔 평가 항목이 정해져 있고, 외고가 당초 취지대로 운영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과연 재지정 평가를 통해 외고를 폐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지정 취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서울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대신 외고, 자사고의 선발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자사고는 지원자 전원을 추첨해 1차 합격자를 정한 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토대로 선발한다. 이를 완전 추첨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원하는 학생은 성적에 구애 받지 않고 진학하게 하는 동시에, 외고ㆍ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엔 '외고ㆍ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동시에 선발하겠다’는 내용도 있던데.
현재 외고ㆍ자사고가 일반고 전형에 앞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외고ㆍ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은 이들 학교에 응시하고, 합격 못할 경우 일반고에 지원하곤 했다. 그런데 전형 시기를 통일하면 자칫 선호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외고ㆍ자사고의 지원율이 현재보다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부 자사고나 외고의 경우는 지원자가 급감해 미달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지정취소를 원하는 학교가 나올 것으로 교육계에선 예상한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선 입학 전형 시기 일원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외고ㆍ자사고 폐지가 순조롭게 진행될까.
무엇보다 해당 학교, 학생, 학부모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시·도교육감 선거다. 상당수 외고ㆍ자사고의 재지정 심사는 내년 이후에 예정돼 있다. 따라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 또는 연임하는 곳은 외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물론 외고ㆍ자사고 폐지에 반대되는 교육감이 당선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서 외고·자사고 폐지가 내년 교육감 선거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일 외고ㆍ자사고 전환이 이뤄진다면 동시에 진행되나. 
아니다. 전환이 추진돼도 학교마다 시기는 다르다.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는 전국에 총 84곳이 있는데, 상당수가 2019년과 2020년에 재지정 심사를 맞게 된다.
 
전국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민사고ㆍ상산고 등)도 전환 대상인가.
그 점은 확실하지 않다. 교육계에선 전국 선발 자사고보다 일반 자사고(전국 36곳)가 우선 폐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재정 교육감은 전국 선발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도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법적으론 일반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국 선발 자사고도 지정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
 
 해당되는 외고ㆍ자사고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텐데.
 
벌써부터 강한 비판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획일화된 학교와 교육을 다양화하자는 국가 시책에 따라 수십억원을 투자해 학교를 개선했는 데,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오세목 전국자사고협의회장도 “서울 지역 자사고는 ‘강남 쏠림’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해 학교 선택의 폭을 줄이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의 김재철 대변인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평준화·획일화된 교육을 보완하고,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려면 일괄적 폐지보다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정책에 반대하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항의 집회를 한 뒤 교육청까지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1월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정책에 반대하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항의 집회를 한 뒤 교육청까지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만일 폐지되는 경우 재학생에겐 피해가 없을까.
원칙적으론 외고ㆍ자사고 학생은 재학 중 학교 유형이 변화해도 입학 당시의 교육 과정이 적용된다. 13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재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시기에 해당 학교의 여건이 힘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의 모 고교는 학생들이 대거 전학해 한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외고ㆍ자사고가 폐지된다고 일반고 상황이 나아질까.
그 점에 대해선 예상이 엇갈린다. 안상진 소장은 “자사고, 특목고 출신은 전체 수능 수험생의 5%를 차지한다”며 “일반고 학생도 이들과 같이 교육을 받게되면 ‘어쩔 수 없이 일반고에 왔다’는 패배감이 사라지고, 일반고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일반고 침체엔 다양한 교과과정의 부재, 학생의 선택권 제한, 기초학력 부진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우수 학생 유입이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일반고들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이 대학처럼 일반고를 선택할 수 있는 ‘일반고 경쟁시대’를 열어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천인성ㆍ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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