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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엇갈린 성폭행 '무고녀'들...3가지 판단 근거는

유명 남성 연예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반박이 엇갈렸던 사건들의 결론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배우 이진욱(35)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33ㆍ여)씨는 14일 1심 판결에서 혐의를 벗었다. 
 
반면 연예인 박유천(31)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 했다가 무고 혐의로 맞고소를 당한 이모(25·여)씨는 지난 1월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들 사건은 복잡한 전후 상황과 양측의 반대 주장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유무죄의 기준을 단순화하기는 어렵지만, 법원 판단의 근거에는 성폭행 무고녀들의 운명을 가른 법리가 담겨 있다.
 
이진욱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박유천씨도 비슷한 사건을 겪었지만 무고한 혐의를 받았던 여성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중앙포토]

이진욱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박유천씨도 비슷한 사건을 겪었지만 무고한 혐의를 받았던 여성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중앙포토]

 
①성관계 합의에 의심의 여지가 있느냐
오씨가 지난해 7월 강남경찰서에 낸 고소장의 요지는 “이진욱씨가 늦은 밤 자신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 받아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성폭행의 증거로 당시 입고 있던 속옷 등을 제출했다. 오씨의 속옷에서 이진욱씨의 DNA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씨는 “강제성 없는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오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합의된 성관계’의 가능성은 인정했다. 서 판사는 “밤 12시쯤 찾아온 이진욱씨를 집으로 들어오게 하고, 화장솜을 적셔 이진욱씨의 얼굴에 대며 사용법 알려줬으며, 욕실에서 샤워기를 튼 이진욱씨에게 티셔츠를 가져다준 점 등을 보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고 허위 신고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점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 판사는 “오씨가 당일 이진욱씨와 처음 본 사이인 데다가 두 사람 사이에 성적 접촉이나 교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진욱씨 역시 성관계 동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물어보거나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티셔츠를 갖다준 것 등은 성관계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호의로 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고죄는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해 허위라는 적극적인 증명있어야 한다”며 “신고사실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면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유천씨 사건의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합의된 성관계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장소와 전후 상황이 근거가 됐다. 유흥주점 종업원이었던 이씨가 박유천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다가 박씨를 따라 화장실에 같이 간 점, 잠금장치가 별도로 없는 화장실에서 문 쪽에 서 있던 이씨가 언제든지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점, 당일 관계 이후 클럽에 가서 평소와 다름없이 놀았던 이씨의 모습이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고려됐다.
 
배우 겸 가수인 박유천씨. [중앙포토]

배우 겸 가수인 박유천씨. [중앙포토]

 
②진술의 신빙성
박유천씨를 무고했던 이씨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박유천씨가 화장실에 가면서 ‘신체 일부를 잡아달라’고 해 도와달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따라갔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박유천씨가 부축을 받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고, 박유천씨는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설령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도와달라는 취지로 이해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진욱씨 사건의 재판부는 “오씨가 원치 않은 성관계를 했다는 점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직후 느꼈던 수치감과 모욕감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오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강제성은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오씨가 진술 번복하기도 했으나 ‘성관계 과정에서 이진욱씨가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어 강간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한 진술로 보인다”고 강제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서 판사는 “이 역시 최초 고소장에 기재한 내용과 일치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진욱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무고는 큰 죄"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진욱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무고는 큰 죄"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③허위 신고의 고의성
두 사건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허위로 성폭행 신고를 할 고의성이 있었는 지도 따져봤다. 서 판사는 “오씨의 고소 경위가 굉장히 자연스럽다”며 “오씨가 이진욱을 모함할 의도로 고소했다고 볼 어떤 사정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전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반면 박유천씨를 무고했던 이씨의 경우 자신의 동거남과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성폭행을 당한 것 때문에 너무 힘드니 중국에서 살게 해달라”며 금전을 요구한 점이 무고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유력한 증거가 됐다.
 
그러나 무고녀들에 대한 유무죄가 곧바로 남성 연예인들의 성폭행 여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법원의 결론은 성관계가 성폭행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이뤄진 고소 자체가 무고죄인지 아닌지에 한정해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고죄는
다른 사람이 형사 처분 또는 징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ㆍ검찰 등에 허위로 신고하는 죄. 신고 방식엔 제한이 없어 구두나 서면, 고소ㆍ고발, 진정서 등의 형식 모두 포함되며 익명으로 한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법정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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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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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