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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XXX", "증거있나?"…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가보니

 지난달 5월 15일 오후 7시45분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A 대학 체육관. 대학원생 김범계(25)씨의 눈에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수상한 남성이 목격됐다.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지하 1층 라커룸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올라오던 이 남성은 김씨와 눈이 마주치자 달아났다. 김씨가 뒤를 쫓자 이 남성은 주변에 있던 각목을 주워 김씨의 어깨를 내리쳤다.
 
이 남성은 절도 전과 4범의 송평촌(50)씨. 그는 앞서 한 달 전에도 서울시의 한 운동장 가설극장 탈의실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 검찰은 송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송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건물이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간 것이지 물건을 훔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 대학 체육관에서 없어진 물건도 하나도 없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주관한 제2회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최모란 기자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주관한 제2회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최모란 기자

  
실제 상황이 아닌 지난 13일 오후 수원지검 안양지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모의수사 경진대회의 결승전 모습이다.
 
참가 학생들은 검사 측인 '수사팀'과 변호인 측인 '변론팀'으로 나뉘어 "송씨에게 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백하다면 왜 김범계가 '멈추라'고 했는데도 도망을 가고 주먹까지 휘둘렀나?." (수사팀·남양주 판곡고등학교 2학년 '우리다온' 김도연·김소정양)
 
"전과가 있으니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도망을 갔는데 붙잡혔다. 순간 당황해서 폭행했다." (변론팀·오산 세마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하루 전' 조하늘·양혜원양)
 
"검은 모자와 마스크는 왜 쓴 건가?." (수사팀)"모자는 머리를 감지 않아서, 마스크는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썼다."(변론팀)
  
"알레르기 비염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도 없다." (수사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진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 증상을 보고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해서 그렇게 알고있었다." (변론팀)
 
"물건을 훔치러 간 것이 아니라면 왜 늦은 시간에 체육관에 들어간 것인가?." (수사팀) "근처를 지나가던 중 체육관 안이 궁금해서 들어간 것이다. 없어진 물건도 없지 않느냐?." (변론팀)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주관한 이날 모의수사 경진대회 본선에는 8개팀 16명의 고교생들이 참여해 대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들은 무려 2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올랐다.  
 
전형근 안양지청 차장검사는 "1회때는 안양권의 11개 고교 30개 팀을 대상으로 진행을 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경기지역 모든 고교로 대상을 확대했다"며 "그랬더니 86개 고등학교에서 186개 팀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안양지청은 서류심사를 통해 총 8개 팀을 선발했다. 학생들에겐 사기, 범인도피교사 및 음주운전, 뇌물, 절도, 특수상해, 재물손괴, 강도상해 등 실제로 있을 법한 가상의 사건 7개가 주어졌다. 이중 3건은 사전 통보해 공부하도록 하고 나머지 4건은 현장에서 배포했다.  
모의수사 경진대회에서 토론하는 학생들 [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모의수사 경진대회에서 토론하는 학생들 [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가 될지, 변호사 역할을 맡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학생들은 틈이 날때마다 양 측 입장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평택 신한고등학교 1학년 김종진(17)군은 "신문기사와 법원 판례도 공부하며 예상질문지도 미리 뽑아봤다"며 "드라마 속 법정 장면 등을 보면 조리있게 잘 설명을 하고 반박하던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각 팀엔 안양지청 소속 젊은 검사 4명이 멘토로 배정돼 법률적 조언 등을 했다.
멘토로 활약한 박형건 검사는 "학생들이 밤 늦은 시간에도 전화를 해 법률 용어를 물어볼 정도로 열정과 열의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국어책을 읽듯 준비한 자료만 보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 무죄 추정 원칙, 동종 전과, 불기소, 피고인 등 전문 용어까지 쓰며 상대방의 주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실제 법정처럼 날선 공방도 이어졌다.  
 
각 팀당 7분씩 본선·준결승·결승으로 이어진 경연은 3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동점자가 속출하면서 예정에 없던 연장전도 벌어졌다.
성남 분당고등학교 1학년 김나영(17)양은 "나름 관련 논문까지 찾아보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상대방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대상은 남양주 판곡고등학교 2학년 '우리다온'팀 김도연(18)·김소정(18)양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오산 세마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하루 전'팀 조하늘(17)·양혜원(17)양이 받았다. 우수상은 용인 백현고등학교 1학년 '네메시스'팀 김유빈(17)·신수민(17)양과 성남 분당고등학교 1학년 'SFT'팀 김나영(17)·임윤경(17)양이 각각 수상했다. 나머지 4개 팀은 장려상을 각각 받았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주관한 제2회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참여한 학생들과 김영종 안양지청장(가운데).[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주관한 제2회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참여한 학생들과 김영종 안양지청장(가운데).[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대상을 받은 '우리다온'팀의 김소정양은 "준비하는 동안 판례를 많이 봤는데 법률 용어가 너무 어려워 걱정이 많았다"며 "장래희망이 검사인데 이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종 안양지청장은 "학생들의 순발력과 적응력을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토론이었다"며 "이번 경진대회가 검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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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