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미국 청년 '의식불명' 귀환, 북미 관계 돌발 변수로

 13일 항공편으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한 의식 불명 상태의 오토 웜비어를 의료진이 들어 올려서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웜비어의 코에는 튜브가 끼워져 있다. [AP=연합]

13일 항공편으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한 의식 불명 상태의 오토 웜비어를 의료진이 들어 올려서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웜비어의 코에는 튜브가 끼워져 있다. [AP=연합]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22)가 13일(현지시간) 의식 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오며 북ㆍ미 관계에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 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은 도착한 비행기에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웜비어를 들어 차량으로 옮겼다. 웜비어의 코에는 튜브가 끼워져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고립된 정권의 기준으로 봐서도 충격적인 행위”라며 “처벌하지 않은 채 지나가선 안 된다”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했다. 스콧 시먼 유라시아 그룹 선임분석가도 “웜비어는 지난해 3월 이후 혼수상태였다는데 북한은 이를 최근까지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crazy) 일로 미국 여론은 크게 분노할 것”이라고 북ㆍ미 관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북한 성토가 이어졌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북한의 혐오스러운 행동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은 “젊은이가 의식 불명 상태에서 북한 감옥에 감금돼 있었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날 “북한의 낙오자 정권이 우리와 우리 아들을 어떻게 야만적으로 다뤘는지를 전 세계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N은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웜비어가 의식 불명에 빠진 시점과 원인에 대한 북한의 설명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의료진이 웜비어의 상태를 충분히 검진하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재판을 받은 후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렸으며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의식 불명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웜비어가 구타 등으로 의식 불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되면 북ㆍ미 관계는 예측 불허로 치닫게 된다. 
 
  WPㆍNYT에 따르면 웜비어의 상태는 지난 6일 자성남 유엔주재북한대사가 뉴욕에서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알려줬다. 이른바 북ㆍ미간 ‘뉴욕 채널’이 가동됐다. 양측 면담은 북한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앞서 윤 특별대표는 지난달 스웨덴 오슬로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북한내 미국인 억류자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뉴스1]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뉴스1]

  윤 특별대표는 틸러스 국무장관에게 상황을 긴급히 알렸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거쳐 윤 특별대표에게 웜비어 석방을 위한 방북 준비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윤 대표는 12일 의료진과 함께 평양에 들어간 뒤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였다. 석방 소식은 13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후 미국 정부의 당국자가 평양을 찾은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P에 따르면 윤 특별대표는 틸러슨 장관에게 억류자 석방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한 뒤 평양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WP는 “이번 석방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확대되리라는 전망을 넓혔다”며 “북ㆍ미간 위협이 오가고 충돌에 대비해 군사력을 준비시키는 상황에서 첫 고위급 접촉은 의미심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북한 측을 상대로 핵ㆍ미사일 실험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한 탐색전을 벌였을 가능성은 다분하다. 게다가 북한이 윤 특별대표의 평양행을 허용하며 웜비어를 석방한 것 자체가 북한의 외교적 제스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는 “김정은은 미국 시민이 억류 중 사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웜비어 석방의 부차적 의도는 숙녀가 일부러 손수건을 떨어뜨려 신사가 집어 줄지 알아보는 것과 같은 외교적 신호의 한 형태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는 향후 대응을 놓고 함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남은 3명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 측과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웜비어 문제로 입지가 좁아진 북한으로선 전향적으로 억류된 3명을 석방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인사는 “북한이 남은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전원 석방할 경우 북ㆍ미가 사실상 대화 재개에 나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억류자 석방만으로 북미간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본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ㆍ미 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미국 당국자의 방북 만으로 당장 전격적인 변화가 오리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웜비어의 '코마(혼수상태) 귀환'을 계기로 북ㆍ미 양측이 언제든지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