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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깊은 숨 안에 행복이 있습니다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나는 우리가 그토록 일생을 다해 찾는 행복이 먼 곳,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쉬고 있는 편안한 숨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수중에 돈이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좋은 직장,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좋은 대학과 온갖 스펙을 갖춰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가 행복의 외부 조건들을 주입시켜 왔다. 하지만 그런 조건들을 뛰어넘어 더 직접적이면서도 쉽게 지금 당장 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바로 편안하게 쉬는 숨 안에 존재한다.
 
바로 와 닿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말로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고 마음 편안했던 삶의 순간들을 기억해 보자. 어떤 이는 여행을 하다 마주한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 행복을 느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에 합격하거나 승진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좋아하는 운동·등산을 하며 땀을 흘리고 나서의 상쾌한 순간, 혹은 모처럼 쉬는 날 즐겨 듣는 음악이나 책을 가까이하면서 한가로이 쉴 때의 한 순간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런 행복하고 마음 편안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공통적으로 보이는 내 몸의 반응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몸 안의 모든 긴장감이 풀어지고 나도 모르게 숨을 깊고 편안하게 쉰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정해 놓은 행복의 외부 조건들이 딱 맞았을 때 우리 내면의 근심걱정이 쉬면서 편안한 느낌, 행복한 느낌이 올라오는데, 이런 경험은 깊고 안정된 호흡이 동반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우리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기 위해 외부 조건을 내 마음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시간도 힘도 많이 들어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일 수 있지만, 숨을 깊고 편안하게 쉬는 것은 지금 여기서 당장 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숨을 쉬면 사회가, 내가 정해 놓은 행복의 조건들의 성취 여부와는 별개로 지금 당장 마음이 편안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는 때때로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우리 스스로는 일부러 숨을 쉬려고 매순간 노력하며 숨을 쉬지 않는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저절로 숨이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 마치 우주가 내 생명을 살리기 위해 깊은 잠에 빠졌을 때나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을 때나 내 몸 안으로 숨을 불어넣어 주는 듯한 느낌이다. 삶이 너무 바빠서 내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해도 숨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내 몸에만 그렇게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거대한 생명은 우리 인류 모두와 무수한 동식물들에게도 평등하게 사랑으로 숨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런 평등한 사랑은 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깊은 호흡은 내 몸을 빠져나갈 때마다 몸 안의 긴장감을 녹이고 편안한 느낌을 선물로 남겨놓고 간다. 마치 우리 존재 자체가 이미 축복이라고 알려 주는 것 같다.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이 깊은 숨을 통해 항상 열려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깊은 숨은 우리 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랫배를 통과한 숨이 가슴 가득히 차오를 때면 우선 우리의 장기가 숨을 통해 마사지 받으며 소화와 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더불어 몸 안의 독소 가운데 70퍼센트가 숨을 통해 배출되게 되는데 깊게 숨을 쉬면 쉴수록 그만큼 독소가 줄어들고 풍부한 산소가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지게 되면서 면역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호르몬이 줄어들고 심장 박동수가 내려가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뇌 속의 화학작용도 일어난다고 한다.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창조주 여호와께서 아담을 만드신 다음 본인이 직접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셨다. 즉 숨은 창조주와 나를 잇는 직접적 다리이자 그분의 크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구체적 현장이다. 불교에서도 보면 지금 쉬는 숨으로 마음이 돌아왔을 때 미래에 대한 걱정,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번뇌가 소멸되면서 현재로 돌아와 우리 본래의 성품이 드러난다고 가르친다. 도교에서는 우리 인간 생명은 태어날 때 평생 쉬는 숨의 숫자가 이미 정해져 있어 신선과 같이 장수를 하고 싶은 사람은 숨을 천천히 쉬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숨을 빨리 쉬어 버리면 그 숫자에 빨리 도달하기 때문에 요절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숨이 가쁘게 만드는 행동들, 화를 자주 내거나 과식하거나 성적인 탐닉에 빠지는 것을 경계시킨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자기 자신을 위해 하루에 5분씩만 의도적으로 깊게 숨을 쉬어 보길 바란다. 우리가 찾는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생각보다 가깝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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