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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고법 부장 승진의 필수 코스” 막강 법원행정처, 개혁 대상 지목돼

사법부의 ‘브레인’ 법원행정처가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발단은 법원행정처 간부가 법관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지난 3월의 의혹 제기였다. 당시 이 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현 청와대 법무비서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중복 가입 금지 조치는 인권법연구회의 견제로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한 달 남짓한 조사 뒤 “행정처의 연구모임 중복 가입 금지는 ‘부당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결론 냈다.
 
1949년 미 군정에 귀속된 사법권을 독립시키는 과정에서 ‘사법행정처’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법원행정처는 한때 사법권 독립의 상징이었다. 영장실질심사 도입을 통한 불구속 재판 확대, 법정에서 실질적 공방이 이뤄지는 공판중심주의 정착,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최근의 사법서비스 개선도 법원행정처 없이는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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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에게 ‘권력기구’로 인식되는 것은 사법 행정의 핵심인 인사 기능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행정처는 일선 판사들의 임용·전보·승진 등에 관한 인사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전국 법원에서 근무평정이 우수한 법관들이 행정처의 심의관으로 발탁되고 행정처 근무를 마치면 다시 다음 보직 배정에서 행정처의 배려를 받는 관행이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행정처는 일이 많고 상명하복 구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법관의 꽃’으로 불리는 고법 부장(차관급) 승진의 필수코스로 인식돼 대법원 재판연구관 자리와 마찬가지로 진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역대 법원행정처 차장 32명 중 23명(71.9%)이 대법관이 됐고 4명(12.5%)이 헌법재판관에 제청돼 임명됐다. 법원행정처 소속원은 732명이다. 지난 30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는 “대법원장과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법원행정처 고위직 출신들이 대법원을 독점하면서 행정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원행정처를 두고 다양한 개혁론이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제도화해 행정·인사정책을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연구는 신설된 사법정책연구원에 맡기고 인사 권한은 각 고법 사무국에 배분하는 게 행정처 권한 독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 기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모든 판사가 서울에 있고 싶어 하는 구조에서 인사 기능의 집중은 불가피하다. 정치적 성향을 띤 법관회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올바른 개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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