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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봄서비스 비용 8만원도 벅찼다 … 빈곤층 맞벌이, 네살 아들 추락사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쯤 전남 영암군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박모(4)군이 2층 높이 관리사무실 옥상으로 추락했다. ‘쿵’ 소리를 들은 주민이 119에 신고해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키가 1m를 갓 넘는 박군은 높이 1.1m인 베란다 난간에 올라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부모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여느 가정이라면 온 가족이 함께 있었을 주말 오후였지만 어린 박군은 홀로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20분 전까지 박군을 돌보던 사람은 외할머니 김모(62)씨였다. 인근에 사는 김씨는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맞벌이를 하러 나간 작은딸 내외를 위해 손자들을 봐주고 있었다. 큰 손자(7)부터 둘째 손자(5), 셋째 박군까지 삼형제다.
 
김씨는 경찰에서 “셋째 손자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집 밖에서 놀고 있던 나머지 손자들을 찾으러 간 사이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생계를 꾸리기 바쁜 큰딸과 아들의 손주 두 명도 돌봐왔다고 한다.
 
세 아들을 둔 아버지 박모(35)씨는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다 올해 초 교통사고로 몸을 크게 다치면서 수개월째 가게를 열지 못했다. 별다른 수입은 없었다. 다리가 불편한 박씨는 최근에야 낡은 중고 미니버스를 구입해 다시 돈벌이에 나섰다. 막내가 사고를 당한 날에도 농작물 수확 근로자들을 태워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 임모(39)씨도 이날 새벽부터 돈을 벌기 위해 세 아들을 집에 남겨둔 채 일터로 나섰다. 일당 10만원 정도를 받고 양파 수확 작업을 했다.
 
평일이나 주말 가리지 않고 일이 있으면 나가야 했던 박군 부모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찾아가 돌봐주는 사업이다. 평일 주간 기준 시간당 이용요금은 6500원이다. 가정의 소득 기준에 따라 형편이 좋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적게는 25%(1625원), 최대 75%(4875원)까지 지원한다. 1회 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아이돌보미는 부모가 없는 동안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안전을 책임진다.
 
하지만 박군의 부모는 사고 당일 전문 아이돌보미가 아닌 60세가 넘은 외할머니에게 세 아들을 맡겼다. 이런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아이돌봄 서비스 수행기관 관계자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모의 경우 하루 4시간씩 120일(연간 480시간)이면 정부 지원이 끝난다”며 “토요일에 일을 나가야 하는 박군 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아이를 둔 박군 부모는 휴일과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시간당 6500원의 이용요금에다 3250원(할증료 개념)이 추가돼 9750원(2시간 기준 1만9500원)을 내야 한다. 정부지원에 다자녀 할인 혜택을 받더라도 세 아이를 맡기는 데 2시간에 약 9755원이 든다. 아이가 많을수록 이용요금이 감면되기는커녕 늘어난다. 사고가 난 토요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4시부터 퇴근시간대인 오후 8시까지 16시간 동안 아이돌보미에게 아이들을 맡긴다면 7만804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박군 어머니의 하루 일당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박군의 외할아버지 임모(64)씨는 “다른 사람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수개월째 사위의 수입이 없어서 우리에겐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아이 보호할 시스템 촘촘히 만들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적으로 225명의 아동(만 14세 이하)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각종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타살이나 질병으로 숨진 사례를 제외한 일상 속 사망 수치다. 이 중에는 박군처럼 추락사한 아이도 28명이나 된다. 출산장려금 지급 등 일회성 출산 장려 정책에서 벗어나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김경신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은 보건복지부가, 아이돌봄 서비스는 여성가족부가 맡는 등 출산과 양육을 분리해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며 “대통령 직속 기구가 출산 대책과 함께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양육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암·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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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