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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스트레스·세균 잡는 매운맛, 채소랑 먹어야 탈 안 나요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매워 다음 날 설사를 하거나 속이 쓰릴 정도의 음식이라면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김현동 기자]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액 순환을돕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매워 다음 날 설사를하거나 속이 쓰릴 정도의 음식이라면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김현동 기자]

회사원 변보영(27·여·서울 용산구)씨는 매운맛 마니아다. 일주일에 2~3회 맵기로 소문난 갈비찜이나 닭발·떡볶이 등을 찾아다닌다. 점심식사 시간에는 매운 순두부찌개를 즐겨 먹는다. 또 집에선 캡사이신 가루를 찌개·라면에 뿌려 먹는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으로 가루나 소스 형태로 판매된다. 변씨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찡하고 속이 뜨거워지면서 확 풀리는 기분이 든다”며 “속이 타는 듯한 느낌이 좋아 먹는 거 같기도 하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외식업과 식품업계는 매운맛 경쟁이 치열하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뿐 아니라 치킨·라면·만두·햄버거·도넛 등 다양한 종류의 매운맛 신제품이 쏟아진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매운맛의 대표 격인 냉동 고추 수입량은 2014년 16만7483t에서 지난해 20만587t으로 약 20% 늘었다. 국내 캡사이신 농축소스 판매량은 2014년 330t에서 2016년 380t으로 15%가량 증가했다(청우식품 집계).
 
매운맛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내세운다. 이들은 양파·겨자 등 다른 식품의 매운맛보다 고추(캡사이신)를 주로 찾는다. 실제로 매운맛의 스트레스 해소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매운맛은 단맛·짠맛 같은 맛이 아니라 입안 점막을 자극하는 통증이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통증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안도감·만족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라고 설명한다.
 
매운맛은 건강에도 좋다. 김진욱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캡사이신 등의 성분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혈액 순환을 돕고 체온을 올려 준다”며 “살균·항균작용으로 면역력도 높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과하면 탈이 난다. 회사원 오모(36·여)씨는 매운맛 때문에 늘 속이 쓰려 위장약을 달고 산다. 오씨는 “청양고추와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생활의 활력소다. 스트레스 받은 날에는 한밤중에 청양고추 3개, 고춧가루 몇 스푼을 넣어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맵다고 소문난 떡볶이집을 찾아다닌다.
 
이렇게 매운맛을 몇 년 즐기다 보니 2015년 위장에 탈이 났다. 하도 속이 쓰려 병원에 갔더니 십이지장궤양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오씨는 매운맛을 계속 찾는다. 그는 “매운 강도를 높일 때마다 속이 쓰리고 고통스러운데도 자꾸 찾게 된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김모씨는 매운 음식 때문에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위식도역류증과 만성위염이 생겼다. 김씨는 “야근이 잦아 동료들과 야식으로 매운 닭발·족발을 즐겨 먹었다. 그러다 가슴이 타는 듯이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이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며 “한 달 정도 약물치료를 하고 나서야 증상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김진욱 교수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소화기관의 점막을 자극해 위식도역류증·위염·위궤양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밤에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더 해롭다. 이동호 교수는 “위산이 가장 많이 나오는 때가 오전 2~6시다. 위를 자극하는 매운 음식이 그 시간까지 남아 있으면 위산 분비를 더 촉진해 위식도역류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 날엔 대부분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몸에 무리가 간다는 신호다. 이동호 교수는 “캡사이신 등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장내 신경을 과하게 자극해 장 운동이 빨라지면 설사가 난다”며 “설사는 일종의 장 경련 현상인데 매운 정도가 너무 심해 몸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노인병학회지 6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에 매운 음식을 3회 이상 먹으면 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과민성장증후군 위험이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적정한 매운맛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김진욱 교수는 “속이 쓰리고 설사가 난다면 적정선을 넘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매운 음식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은 양으로 자극적인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소스도 건강한 매운맛과는 거리가 있다. 캡사이신 소스에는 유화제·보존제 같은 여러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다. 이동호 교수는 “기름과 물이 잘 섞이게 하는 유화제는 장 점막세포의 방어막을 손상시켜 좋은 균을 파괴하고 염증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매운맛도 잘 먹는 법이 있다. 자칫 과식하거나 비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은경 요리연구가는 “양념이 강한 매운맛을 먹을 땐 이를 중화하기 위해 밥을 더 먹거나 식후에 달달한 음료·간식을 더 먹게 돼 오히려 칼로리 섭취를 늘리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매운맛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권고한다. 오은경 연구가는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는 고추 외에도 양파·부추·달래·겨자·생강 등이 있다. 이런 걸 다양하게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달래·부추는 겉절이나 생채처럼 생으로 먹을 때 매운맛이 강하다. 겨잣가루는 40도의 물에 갠 다음 뜨거운 온도에서 10분간 발효시켜야 강한 매운맛이 난다.
 
고추(캡사이신)와 달리 다른 식재료의 매운맛은 위 자극이 덜하다. 매운맛을 즐기면서 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부추즙을 밀가루·쌀가루 반죽에 넣어 조리하면 위장이 약한 아이와 노인도 건강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고추를 넣는 경우엔 매운맛을 순화시키는 다른 식재료를 섞으면 좋다. 오은경 연구가는 “매운 양념이 위를 자극하는 걸 줄이려면 담백하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곁들여 양념을 중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떡볶이·닭갈비·갈비찜 등을 만들 때 삶은 감자·옥수수·브로콜리·양배추·단호박·애호박·가지 같은 재료를 곁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캡사이신 농도 10ppm 넘으면 더 넣어도 매운맛 차이 못 느껴
캡사이신이 많을수록 무조건 더 매울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오뚜기 중앙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농도가 0.125ppm 이하에서는 매운맛을 내지 않는다. 또 10ppm 이상에서는 더 추가해도 매운맛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매운맛과 단맛을 섞고 여기에 신맛과 감칠맛을 추가하면 매운맛 강도가 줄고 풍미가 좋아진다. 반면 짠맛과 쓴맛은 매운맛 강도와 풍미를 줄인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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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