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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하루 술 한 잔만 마셔도, 유방암 위험 5% 올라가죠

조영업 교수의 건강 비타민 
주부 한모(45·서울 강남구)씨는 2014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가족 중 유일한 유방암 환자다. 어머니·자매 모두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다. 비만도 아니다. 유방암에 걸릴 요인이 딱히 없어 보였다. 그런데 상담을 더 자세히 해 보니 원인이 나왔다. 바로 술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술을 좋아했던 한씨는 임신과 수유기간을 제외하면 15년 이상 주 2~3회, 매번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셨다. 한씨는 “술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잘 몰랐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4년)에 따르면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여성은 5잔),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은 6.6%로 남성(20.7%)보다 훨씬 낮다. 다만 남성은 이 비율이 줄고 있는데 반대로 여성은 늘고 있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특히 술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의 3대 위험요인으로 호르몬·가족력과 함께 술을 꼽고 있다.
 
술과 유방암의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로 입증됐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공동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술 한 잔(알코올 10g)만 마셔도 폐경 이전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5% 증가하고 폐경 이후 여성은 9%나 증가한다. 소주 한 잔의 알코올양은 약 8g이다. 술을 마실 경우 유방암 재발률도 높다. 2010년 미국 임상종양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6g 이상인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 재발률이 35%나 높았다.
 
이유는 뭘까. 답은 호르몬 변화다. 알코올은 체내 호르몬의 일종인 안드로겐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바꾼다. 술을 마시면 체내 에스트로겐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에 많이, 오래 노출될수록 유방암 위험은 커진다.
 
특히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 더욱 위험하다. 비슷한 시기 초경과 폐경을 해도 임신 횟수가 많고 수유를 오래한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낮다. 이 기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상대적으로 유방암 발병 위험이 더 높다. 미혼 여성은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을 경우 난자를 동결 보관해야 하는 등 다른 어려움도 따른다.
 
젊은 세대의 좌절감이 심각한 상황에서 만혼·출산율 저하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음주·만혼·출산율 저하가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특히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이 술을 즐겨 마시고 결혼과 출산까지 늦춘다면 확실한 유방암 고(高)위험군에 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방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술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방암에는 절주(節酒)가 도움이 안 된다. 담근 술도 몸에 절대 좋지 않다. 유방암 경험자는 무조건 금주(禁酒)해야 한다. 물론 적당한 음주가 심혈관계 질환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술의 긍정적 효과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1958년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태어난 9000명의 23~55세 때의 음주·흡연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만 중년 이후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 술을 적게 마시면서 담배를 피운 그룹, 또는 술을 어느 정도 이상 마시는 그룹은 중년 이후 심장병·고혈압·당뇨병 등이 생겼다.
 
둘째 미혼 여성, 특히 30~40대는 자신의 몸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은 유방암이 진행된 후 발견할 가능성이 기혼 여성보다 18%나 높다. 늦게 발견할수록 유방암 완치율은 떨어진다.
 
미혼의 직장인 박모(33·여·전남 여수시)씨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곤 했다. 입사 초기에는 맥주 한두 잔을 마셨으나 어느새 소주 1~2병으로 늘었다. 일주일에 이틀 이상 술을 마셨다. 그러다 지난해 말 가슴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유방암이었다. 지난 1월 오른쪽 유방을 절제하고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 암이 상당히 진행돼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수술 전 미리 난자를 채취해 동결 보관하는 시술도 받았다.
 
보통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된 폐경 이후 50대 여성에게 유방암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은 젊은 여성에서 유방암이 많이 발생한다. 40대 유방암 발생률은 34.5%로 50대(31%)·60대(13.8%)보다 높다. 30대도 11.5%나 된다. 호르몬 외에 유방암 위험요인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방암 예방을 위해 결혼과 임신을 서두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검증된 방법은 ▶모유 수유 ▶운동 ▶채소와 과일(포도·토마토·콩) 섭취다. 이 중 모유 수유는 해당자가 한정돼 있다. 운동과 충분한 채소·과일 섭취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미국 스탠퍼드대·UCLA 연구를 보면 고강도운동은 유방암 발생률을 최대 17%나 낮춘다. 유방암 검진 권고 연령은 40대지만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30대부터 유방 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영업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센터장,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 대한림프부종학회 부회장
 
조영업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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