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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풍자 vs 뻔한 스토리 … ‘옥자’ 국내서도 평가 엇갈려

오는 29일 일부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하는 영화 ‘옥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수퍼돼지 옥자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오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오는 29일 일부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하는 영화‘옥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수퍼돼지 옥자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오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12일 시사를 통해 국내 처음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설국열차’에 이은 봉 감독의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넷플릭스 투자 배급, 칸영화제 초청, 할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날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는 1000여 명의 취재진과 극장 관계자가 몰려 영화에 쏠린 관심을 입증했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유전자 조작 동물 옥자의 탈출기 이상의 의미가 선명히 드러나지 않아, 봉준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범작’ ‘그래도 봉준호식 유머와 주제의식이 살아있는 사회풍자극’이라는 찬반이 엇갈렸다.
 
‘옥자’는 돼지·하마·매너티를 합해놓은 듯 거대한 가상의 동물 옥자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나누는 우정을 그린다. 여기에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대 기업, 둘을 돕는 동물보호단체 등의 이야기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얽혀든다.
봉준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감독이 ‘옥자’를 촬영하는 장면. [중앙 포토]

봉준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감독이 ‘옥자’를 촬영하는 장면. [중앙 포토]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몰라도, 봉 감독의 작품치고는 범작”이라며 “특히 한국 촬영분은 아름답고 여유롭지만 미국에서는 쫓기며 촬영한 듯 디테일이 손상됐다”고 말했다.
 
이야기 자체가 평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스토리 전개가 예상 가능하고 평이해서 넷플릭스용 작품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유전자 조작 식품, 육식에 대한 강한 풍자와 비판은 영화를 다소 직선적으로 보이게 한다. 대기업의 이윤 추구와 이에 휘둘리는 언론·대중에 대한 묘사 또한 전형적이다.
 
반면 봉 감독의 기발함과 의도가 살아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그냥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기발하고 흥미롭다”며 “특히 서양의 동화 스타일로 한국 산골 소녀 이야기를 다루는 발상 자체가 낯설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어색하고 깊이가 없는 서양인과 별로 말이 없는 산골 소녀 미자의 대비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부당하게 그려졌던 동양인의 모습을 통렬하게 뒤집은 의도적 장치”라고 덧붙였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도 “초국적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다뤘다.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전세계로 확대해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동물학대와 인간의 탐욕이 주제인 영화 ‘옥자’.

동물학대와 인간의 탐욕이 주제인 영화 ‘옥자’.

동물 학대, 인간의 탐욕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파스텔이다. 영어와 한국어 통역을 놓고 벌어지는 촌극, 겁없이 전진하는 13세 소녀 미자의 터프함 같은 것을 표현할 때 봉 감독의 위트는 빛을 발했다. 여기에 동물보호단체가 비폭력을 고수한다는 점, 대기업 오너가 협상을 수락한다는 점 등이 더해져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무겁거나 비극적이기보다 말랑말랑하고 명랑하다.
 
무엇보다 옥자와 미자가 강원도 울창한 숲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호평을 받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말 못하는 동물과 씩씩한 소녀의 우정이 아름다웠다”며 “둘만의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설정이 감동적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거대한 옥자의 피부 표면까지 보여준 생생한 묘사, 원시적인 산골의 장관은 이 영화가 극장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음을 암시했다.
 
‘옥자’는 29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전국 상영관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3대 멀티플렉스들이 극장과 온라인 동시 상영에 반기를 들어, 12일 우선적으로 전국 7개 극장에서 사전 예매가 시작됐다.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 청주 SFX 시네마, 인천 애관극장, 대구 만경관, 전주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으로 총 1만석이다. 넷플릭스는 상영관을 순차적으로 늘려간다는 입장이다.
 
배급사 뉴(NEW)는 “현재 100여 개 극장과 협의를 마친 상태이며 개봉 1주 전까지 멀티플렉스 극장과도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자’ 상영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은 최소 극장 개봉 1주일 후 다른 플랫폼에서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홀드백’ 원칙에 따라 ‘옥자’가 유통질서를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가 2014년 만든 ‘표준상영계약’에 따르면 극장 개봉 영화는 최소 7일간 극장 상영 후 IPTV나 지상파 등에서 상영할 수 있다. 영화산업 보호 및 콘텐트 유통질서 확보 차원이다. 그러나 강제 사항은 아니다.
 
때문에 넷플릭스가 방침을 바꿔 극장에 ‘옥자’를 먼저 제공하지 않는 한 협상의 여지는 없다. CGV관계자는 12일 “동시 상영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 한, ‘괴물’(1300만명), ‘설국열차’(900만명), ‘살인의 추억’(500만명) 등으로 흥행기록을 세워온 봉 감독이 이번에는 극장 흥행에서는 고배를 마실 수도 있다.
 
지난 칸영화제에 이은 넷플릭스와 국내 극장의 갈등은 “비즈니스 모델이 극장 영화와 다른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이라는 영화 시장을 활용하려다 빚어진 비즈니스의 충돌”(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로 설명된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미디어 플랫폼 다변화를 맞아 극장 영화와 스트리밍 영화 상영 사이의 질서에 관한 제도와 원칙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극장에서 꼭 틀고 싶겠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그런 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늘리는 게 이익인데 이번 논쟁으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은 넷플릭스의 완승”이라고도 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세계 190개국 9800만명이지만 한국에서는 8만명쯤으로 추산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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