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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원 잔돈 적립에 3분, 갈 길 먼 ‘동전 없는 사회’

중앙일보 하준호 기자(왼쪽)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교통카드 ‘캐시비’로 충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편의점·대형마트에서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강정현 기자]

중앙일보 하준호 기자(왼쪽)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교통카드 ‘캐시비’로 충전 받고있다. 한국은행은 편의점·대형마트에서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강정현 기자]

“잠시만요. 이거 어떻게 했더라.”
 
12일 서울 중구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기자가 잔돈은 네이버페이로 적립해달라고 하자 편의점주 배모(44)씨가 스마트폰으로 이용법을 찾아보며 말했다. 850원짜리 생수 한병을 사면서 150원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하는 데 3분이 걸렸다. 계산을 위해 뒤에서 기다리던 다른 고객의 눈총이 따가웠다. 배 씨는 “교육을 받았는데도 손님들이 잘 이용하지 않으니 좀처럼 이용법이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0일부터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전국 2만3000여 편의점과 마트에서 고객이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으로 동전이 아닌 교통카드나 제휴카드사의 포인트로 주는 서비스다. 동전 사용과 휴대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동전 유통·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CU·세븐일레븐·위드미·이마트·롯데마트 등 편의점과 마트 5개 업체와 한국스마트카드(T-머니)·이비카드(캐시비)·신한카드(신한FAN충전)·하나카드(하나머니)·네이버(네이버페이포인트)·신세계I&C(SSG머니)·롯데멤버스(L.POINT) 등 7개 선불 사업자가 참여했다.
 
시범사업에 들어간 지 두 달째, 편의점 직원이나 고객들은 불편해서 잔돈 포인트 적립을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 중구의 또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24)씨는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달라는 사람은 기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은 여러 명이고 일하는 주기가 짧아서 교육이나 인수·인계가 안 돼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아예 모른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편의점에 라이터를 사러 온 회사원 이진우(31)씨는 “카드나 간편결제로 소액 결제가 가능하고, 편의점별로 잔돈을 적립할 수 있는 카드가 달라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매장과 제휴된 업체의 카드만 가능한데, 유통업체별로 제휴 사업자는 제각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3만5000여 건에 그쳤다. 시범사업 실시 매장이 전국 2만3050곳임을 감안하면 매장 당 하루 1.5건이다.
 
한은 관계자는 “매장 전체로 따지면 적은 수치일지 모르나 점점 늘고 있는 곳도 있다”며 “정착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인데, 한은과 함께 홍보에 나서고 현장 교육도 하면 불편함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포인트 대신 은행 계좌로 직접 잔돈을 적립해주는 방법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자신의 계좌로 직접 잔돈이 들어오면 이용하려는 고객이 크게 늘 수 있을 거라고 내다본다. 대상 업종도 약국 등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일부에선 ‘동전 없는 사회’가 실제로 실현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의문을 제기한다. 주로 동전을 많이 사용하는 노점과 재래시장이 그렇다. 남대문시장 노상에서 호박잎·돌미나리를 파는 박순영(78)씨는 기자가 동전 없는 사회 얘기를 하자 “콩나물·돌미나리 같은 건 500원 단위로 팔고, 잔돈도 주고 받았는데 동전이 없어지면 어쩌나. 1000원 짜리만 받아야하냐”고 되물었다.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유영자(76)씨도 “우리 세대는 카드보다 현금을 많이 쓰고 장볼 때도 동전 지갑을 가지고 다닌다”며 “동전이 없어지면 물건 값이 더 비싸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점 뿐 아니라, 카드 결제가 가능한 소상공인들도 ‘동전 없는 사회’를 걱정한다.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모인 서울 노량진은 오락실, 복사집 등 동전 이용이 활발한 가게가 많다. 이 곳에서 복사집을 운영 중인 김모(38)씨는 “A4 한 장 출력에 50원, A3는 100원을 받는다. 동전이 사라지면 카드만 받아야하는데 영세한 곳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출력을 위해 가게를 찾은 수험생 고모(28)씨도 “방금 3장을 출력해서 150원 냈다. 동전이 사라지면 150원을 카드로 내야하는데 서로 불편하겠다”고 말했다.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김모(75)씨는 “폐지 1㎏당 120원을 받고, 하루종일 폐지를 주워 3600원 정도를 번다”며 “동전이 없어지면 나같은 사람이 받는 돈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완전히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사업의 목표는 동전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는 동전 사용을 줄여 동전 제작 비용도 줄이고, 편리성도 높이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현재는 시범사업으로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만 실시한다”며 “소상공인 등으로 이 사업을 확대할지 여부는 시범 사업 결과를 분석해서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국·하준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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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