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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노래 보다 남의 노래로 더 유명했던 황치열. 데뷔 10년만에 새 앨범 내

"오른쪽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온다"는 황치열의 의견에 따라 앨범 앞뒷면 모두 오른쪽 얼굴 사진으로 장식했다.[사진 HOW엔터테언먼트]

"오른쪽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온다"는 황치열의 의견에 따라 앨범 앞뒷면 모두 오른쪽 얼굴 사진으로 장식했다.[사진 HOW엔터테언먼트]

김수현ㆍ이민호ㆍ박해진ㆍ지창욱ㆍ황치열.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패밀리 페스티벌 2016’ K스타 팬미팅에 참석한 스타들이다. 자고로 면세점 광고모델이 어떤 자리인가. 외국인들이 한국 땅을 들고 날 때 가장 먼저 보는 얼굴이요,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스타를 의미한다. 여기에 막강 배우군단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가수 황치열(35)은 단연 튀는 이름이다.
 

'너목보' 등 오디션으로 오랜 무명설움 덜어
중국에서는 김수현ㆍ이민호와 나란히 한류 천왕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 이름 알리며 인기 폭발
데뷔 후 첫 미니앨범 선주문 10만장
"지르는 경연곡 아닌 내 노래 기뻐"

13일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 발매 나흘 전 만난 황치열은 타이틀곡 ‘매일 듣는 노래’를 먼저 들어보자는 기자들의 요청에 구미 사투리로 “쑥스럽구로”라고 손을 내젓다가도 이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감미로운 멜로디를 선보였다. 그는 “이제 어딜 가도 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데뷔앨범 ‘오감’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나온 앨범을 연신 쓰다듬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황치열은 데뷔 11년 차 가수지만 본인의 히트곡보다 다른 사람의 노래로 더 유명하다. 2015년 3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임재범의 ‘고해’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후 KBS2 ‘불후의 명곡’에서 선보인 인순이의 ‘아버지’, 중국 후난위성TV ‘나는 가수다 시즌 4’에서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빅뱅의 ‘뱅뱅뱅’까지 모두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연을 두고 “자기와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불후의 명곡’과 ‘나는 가수다’로 각각 14차례 경연 무대에 섰어요.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제 자신이 바로 앞에 딱 나타나 가로막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못 움직이는 거죠. 스스로 발전해야만 한계를 넘어설 수 있거든요. 사실 매 순간이 고비였어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그의 방에는 본인 사진 30여장이 걸려 있다.[사진 HOW엔터테언먼트]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그의 방에는 본인 사진 30여장이 걸려 있다.[사진 HOW엔터테언먼트]

긴 무명 시절 갈고 닦은 모든 것은 훌륭한 재료가 됐다. 구미에서 10년간 비보잉을 한 덕에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가 가능했고, 인피니트ㆍ러블리즈 등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로 전전해야 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회사에서 매달 20만원씩 줬는데 회사가 어려워져서 계약이 해지되고 나니 생활고가 오더라고요. 뭐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저 원래 구미에서는 유명했어요. 다 버리고 올라왔는데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서울에 있자, 꿈꿨던 걸 이룰 때까지는 뒤돌아보지 말자 했죠.” 기계공학을 전공해 3년 동안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쳤으니 퇴로도 없었다.
 
중국어의 ‘중’자도 몰랐던 ‘황쯔리에’로 황태자로 거듭난 데도 ‘버티기’ 정신이 단단히 제 몫을 했다. “말을 모르니 들으면서 외워야 하잖아요. 매주 다른 노래를 해야 하는데. 밥 먹을 때 빼고 눈뜨고 있는 시간 내내 연습만 했어요. 외국인도, 댄스곡도 없던 경연 프로그램에서 제가 나와서 열심히 하니까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뭐라도 드릴 게 없으니까 가슴팍에서 쪼끄만 하트 꺼내서 드리고 하니까 유행도 되고. 출퇴근길에 오시면 고마우니까 또 한 30분 같이 떠들고. 그라니까 막 100명씩 오시고. ‘나 혼자 산다’에 다 나와서 집에도 많이 오십니다.”  
 
이같은 소통형 팬덤은 활발한 해외활동으로 나아가는 레드카펫이 됐다. 중국과 미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에서 팬미팅을 진행하며 가수로는 유일하게 ‘아시아태평양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중국팬들이 구미시청에 의견을 개진한 덕에 금오산 올레길에는 황치열 벤치와 조형물이, 문화로에는 핸드ㆍ풋프린팅으로 장식된 ‘치열로드’까지 생겨났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동상 밑에는 “희망이 있어 견뎌온 것이 아니라 견뎠기 때문에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적혀있다.  
 
구미 금오산 올레길 초입에 있는 황치열의 손과 마이크를 기념하는 조형물. [황치열 인스타그램]

구미 금오산 올레길 초입에 있는 황치열의 손과 마이크를 기념하는 조형물.[황치열 인스타그램]

경연에는 도가 텄지만 앨범은 이제 시작이라는 그는 자신이 가진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경연곡은 여러번 듣기 힘들어요. 흉성을 끌어내서 두성을 붙여갖고 계속 10으로 지르잖아요. 윽박지르고, 고함지르고. 그래서 이번엔 여러번 들어도 무리없게 조금 심플하고 담담하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들어야 되니까. ‘사랑 그 한마디’처럼 직접 쓴 노래도 있고. 저는 다른 앨범 들을 때 처음이 그렇게 설레더라고요. 그래서 인트로도 넣었죠. 잔잔하게.” 
 
팬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뮤직비디오에서 정극 연기에도 도전했다. “회상신이 많아서 교복을 입은 게 조금 무리한 도전이긴 한데. 그래서 옆에서 연기하는 분들도 저랑 비슷한 연령대로 골랐어요. 노래를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나고, 그렇게 추억에 빠져들고, 또 나중에 지금을 떠올려볼 때 이 노래가 생각나면 좋잖아요.”
 
 
그렇다면 그가 매일 들었던 노래는 뭘까. 그는 임재범의 ‘비상’을 꼽았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날고 싶어”라는 노랫말은 “나 노래 잘하잖아” “나 춤 잘추잖아”라고 되뇌이며 절치부심하던 시절과 꼭 맞아떨어진다. “이제 물꼬를 텄는데 강줄기가 될 때까지 또 열심히 해야죠. 실시간 검색어 1등도 해봤는데 음원 1위도 함 해보고. 다음 앨범이 또 10년 뒤에 나오면 안되잖아요.” 앨범 선주문량만 10만장에 달하고, 24~25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국내 첫 단독 콘서트도 마련돼 있으니 이제 진짜 날개를 펼 때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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