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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힘쓰는 기술이 예술이네, 41세 라이언킹

지난 6일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
 
삼성 이승엽(41)은 10-10 동점이던 연장 10회 초 1사 1루에서 두산 마무리 이용찬과 맞섰다. 1볼-2스트라이크에서 이용찬이 선택한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시속 125㎞의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졌다. 타자들이 속기 쉬운 유인구였다.
 
공을 잡으려던 두산 포수 양의지의 미트가 땅바닥에 닿았을 만큼 낙폭이 컸다. 빠른 공을 노리고 스윙을 시작한 이승엽의 중심은 이미 앞으로 쏠리고 있었다. 헛스윙을 할 것처럼 보였다.
 
이승엽은 이때 중심축(왼 무릎)을 낮추며 투구 궤적을 따라갔다. 타이밍을 빼앗긴 탓에 상체가 거의 돌아갔지만 배트는 뒤에 남아있었다. 수평에 가까운 스윙으로 그는 포크볼을 ‘툭’ 하고 때려냈다. 낮지만 쭉쭉 뻗은 타구는 결국 오른쪽 펜스를 넘어갔다. 70% 정도의 파워만 쓴 것 같은데도 이승엽은 홈런을 쳐냈다. 경기를 중계했던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허리가 돌아간 자세에서 팔로만 때린 듯한 타구였다. 완벽한 타격 기술과 타이밍이 만든 홈런”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홈런 10개(공동 12위)를 기록 중이다. 그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후배가 11명 있고, 그보다 힘이 센 선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6일 결승홈런 같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국내 타자는 여전히 이승엽뿐이다.
 
타구를 다시 분석하면 이승엽이 왜 ‘홈런 아티스트’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포크볼 궤적에 중심이 무너진 것 같았지만 이승엽의 이동발(오른 다리)은 단단하게 닫혀 있었다. 상체가 앞으로 쏠린 상태에서도 오른 다리의 회전력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파워를 최대한 실을 수 있는 임팩트존(오른 다리 앞)에서 공을 때렸다. 가볍게 친 것 같지만 힘이 잘 전달됐다.
 
이승엽은 임팩트 직후 왼손을 놨다. 오른손이 끝까지 방망이를 앞으로 끌고 나가며 추진력을 극대화했다. 이승엽의 타격은 팔로스루 때 배트가 약간 위로 올라가는 업스윙으로 끝났다. 매우 기술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스윙이었다.
 
이승엽은 국내 프로야구 15시즌 동안 453개의 홈런(일본 8년 동안의 159홈런 제외)을 때렸다. 한국 기록만 따져도 2위(양준혁 351개)보다 102개나 더 때렸다. 유인구를 항상 잘 걷어내고, 강속구를 쉽게 쳐내는 타자가 아니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위협적인 홈런 타자다.
 
이승엽보다 파워가 좋은 선수는 여럿 있다. 느린 배팅볼을 때리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이승엽은 2013년 단 한 차례 우승했다. 골프는 오른손으로 하는데 장타왕 수준은 아니다. 이승엽의 스윙은 배팅볼이나 골프공처럼 ‘죽은 공’을 멀리 치기보단 살아 들어오는 야구공을 홈런으로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 ‘힘쓰는 기술’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뛸 때(2004~2011년) 개인 트레이너였던 오창훈 세진헬스 대표는 “이승엽은 젊은 시절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도 근력을 키우기보다 힘을 모으는 훈련을 많이 했다”며 “예를 들면 역기를 든 채 앉았다 일어서기(스쿼트)를 하는 게 아니라 오래 버티고 서 있었다. 하체·복근·어깨·팔의 힘을 모두 모아서 280㎏이나 되는 무게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40대가 된 이후에는 운동방식이 좀 달라졌다. 오창훈 대표는 “이승엽의 ‘힘쓰는 기술’은 그의 두뇌와 근육에 저장돼 있다. 지금은 근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이승엽은 오전 8시면 운동을 시작한다. ‘선수 이승엽’으로서 임무를 다한 뒤 ‘인간 이승엽’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은퇴를 1년 앞둔 지난 겨울에도 그의 일상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마지막 시즌인데 팀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몸상태를 묻자 “컨디션은 좋다. 공을 맞히기만 하면 된다”며 웃었다. 그에게는 타고난 재능과 지독한 노력, 그리고 프로 23년 동안 축적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승엽은 지난주 6경기에서 홈런 3개를 뿜어냈다. 야구 팬들은 위대한 홈런왕이 멋지게 퇴장하는 2017년을 지켜보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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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