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빚 내서 투자 폭발 코스닥'...부동산 꼴 날라 아슬아슬한 질주

직장인 이모씨는 코스닥 지수가 오를 때마다 속이 끓는다. 지난해 용돈을 아껴 마련한 250만원에 대출 150만원을 더해 총 4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실적 대비 하락 폭이 컸던 코스닥 종목을 샀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11월 손실률이 30%에 육박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야 했다. 연말 대출금 상환 만기가 돌아와서다. 이씨가 팔았던 코스닥 종목 주가가 올해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씨는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내내 마음고생을 했는데 매도한 종목이 반등하니 속이 또 상한다”면서도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다시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신용거래융자 4조2700억 육박
덩치 7배 큰 코스피보다도 많아
‘빚내서 주식매입’ 개인들이 주도
외국인·기관 비중 낮아 안전성 취약

박모씨는 2000년부터 코스닥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미수(외상)로 주식을 사고 손실이 나면 카드론으로 200만~300만원을 인출해서 막는 걸 반복하고 있다. 박씨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오래 보유하지 못하고 단타(주식을 단기간에 자주 사고파는 것)만 하게 되면서 수익이 날 때보다 손해를 볼 때가 더 많다. 그런데도 현금만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 크게 수익을 못 낸다는 생각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습관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빚잔치 속에 코스닥이 아슬아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 빚에 기대어 불안한 상승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과 닮은꼴이다.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코스닥 시장 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조26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4일(4조2916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자가 주식을 산 액수를 의미한다. 빚을 내서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3조8467억원이었던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초 4조원을 돌파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가지수가 오르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신용융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위험한 투자’는 코스닥 시장에 쏠려 있다. 코스닥 시장 규모는 9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223조74억원이다. 코스피 시가총액(1542조9974억원)과 견줘보면 7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신용거래융자 잔액에서 코스닥(4조2685억원)은 코스피(3조7876억원)를 5000억원 가까이 앞지르고 있다. 거래 잔액이 아닌 주식 수로 따져보면 그 정도는 더 심하다. 9일까지 증권사 대출을 바탕으로 거래된(신용거래융자 체결 주수) 코스닥 주식 수는 6억9271만 주로 코스피(3억8611만 주)의 배에 가까웠다.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나 주식담보대출 같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개별 종목, 중소형주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변동성이 커야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처럼 덩치가 큰 종목이 대부분인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급증하는 빚 내서 하는 주식 투자는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일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85.2%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8.4%, 기관 투자자는 4.9%에 불과하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46.0%인 것과 비교해 쏠림 현상이 심하다.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자료 :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에프엔가이드

늘어나는 위험은 또 있다.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주식을 사고파는 ‘깜깜이 투자’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조사 결과 올해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을 분석하고 전망치(컨센서스)를 내놓은 코스닥 상장 기업은 120개사에 그쳤다. 전체 코스닥 상장 기업 1229개사 가운데 9.8%에 불과하다.
 
1~2개 증권사에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코스닥 기업 역시 361개사(29.4%) 뿐이다. 60%가 넘는 나머지 748개 코스닥 기업은 기존 실적이나 전망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가 올해 나오지 않았다. 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는 비교 가능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더욱 허약하게 만드는 요소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한 이유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에 코스닥이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코스피(-1.0%)보다 코스닥(-1.38%)의 하락 폭이 컸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